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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세계
사카모토 유지 지음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6년 6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괴물>로 칸의 선택을 받았던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우리에게 감성적이면서도 리드미컬한 연출을 보여준 도이 노부히로 감독.
둘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영화 <짝사랑 세계>를 의미있게 봤기에 이번 시나리오 북도 기대를 가지고 읽어 보았습니다.
시나리오 북 특성을 고려하여 감독 연출보다는 각본 자체에 더 의미를 두고 읽어 보았습니다.

우선 이 책은 시나리오 자체에 완전히 몰입하게 해줬습니다.
시나리오 북을 비롯해 일반적으로 개봉된 영화와 관련된 책들은 스틸 컷을 삽입해주곤 하는데 이 책에는 그런게 없습니다.
더불어 초반의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도 전혀 없습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이 책은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도 일반적인 책을 읽는 느낌으로 접근할 수 있을 듯합니다.

사카모토 유지 각본의 특성이 이 책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아무리도 감독의 연출을 기반으로 다양한 영상과 부가적인 것이 포함된 영화보다 이렇게 각본 자체만 읽으니 그런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그렇다면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의 특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독자들마다 다르게 느낄 수는 있겠으나 저는 각본가님께서 정서를 전달함에 있어 그 디테일이 압도적인 것 같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상처나 아픔을 가진 이들의 감정과 마음을 전달하는 것에 탁월함이 느껴집니다.
영화를 보지 않고 이 책을 먼저 봤다면 무한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더 많이 느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저처럼 영화를 본 뒤에 이 책을 본 이들은 아무래도 읽으면서 머리 속으로 영화 속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감독이 어떻게 생각하고 표현해냈는지,
그리고 독자인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상상해내는지를 비교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카모토 유지 각본은 메인 스트림이 아닌 곁에서 맴도는 이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것 같습니다.
많은 이들의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극복하고 탈출 해야할 것 같은 곳에 놓여진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 자체에 몰입하기에 다른 각본가들과는 다른 특성을 엿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이 책에서 우리는 왜 그토록 상처를 받으면서도 사랑을 하고,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바라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짝사랑을 실패한 사랑이라고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일반론과는 다르게 접근해보게도 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살고 있는 인물들이 여전히 아름다운 순간을 살아가는 이유는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 자체가 여전히 진행형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시지프 신화가 생각났습니다.
시지프가 끝없이 돌을 밀어 올리듯이, 소녀들 역시 결코 닿을 수 없는 마음을 품고 매일을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닿을 수 없는, 응답을 받을 수 없는 그 짝사랑이 계속되는 것은 존재에 대한 질문을 남겨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다운 방식으로 철학적 의미까지 담고있는 이 책과 영화를 많은 이들이 보고 함께 생각해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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