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 심리학, 역사를 아우르는 이전의 세계척학전집 시리즈를 유의미하게 읽었기 때문에 이번 초월자의 조건 또한 기대를 가지고 읽어 보았습니다.
부제 '야망은 큰데 왜 아직도 평범한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우리가 더 나은 자신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위대한 사상가들의 이야기는 헤세의 자기 파괴, 니체의 위버멘쉬, 로버트 키건의 변화면역 등의 개념으로, 날카로운 현실적 철학 조언을 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읽어 보았습니다.

철저하게 현실을 직시하게끔 하고 그 속에서 기존의 틀을 부수고 더 나은 나로 나아가게 하는 철학자를 딱 1명만 꼽으라고 하면 니체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처음으로 다뤄지는 것이 니체의 르상티망입니다.
니체 철학의 핵심을 관통하는 주요 개념 중 하나가 르상티망인데 이것은 단순한 심리학적 용어를 넘어 인류의 도덕 역사와 인간의 실존적 한계를 분석하는 강력한 철학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프랑스어인 르상티망의 원래 의미는 원한, 증오, 질투에 가깝습니다.
반면 니체가 정의한 르상티망은 약자가 강자에게 시기와 질투, 원한을 품으면서도 스스로의 무력함 때문에 이를 외부로 표출하지 못하고 내면으로 쌓아두는 억압된 감정을 얘기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솝우화에서 여우가 높은 포도나무의 포도를 먹지 못하자, '저 포도는 분명 시어서 맛이 없을 거야.' 라며 포도의 가치를 폄하하고 돌아서는 심리 상태가 전형적인 르상티망입니다.
니체는 르상티망을 통해 인류의 도덕사와 종교를 해부하며 자신의 독창적인 철학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도덕의 계보학에서 주인 도덕과 노예 도덕으로 인류의 도덕을 나눕니다.
니체는 서구 사회를 지배해 온 기독교 도덕과 플라톤주의가 바로 노예 도덕의 결정체라고 보았습니다.
현생에서 억압받고 가난한 약자들이 강자에 대한 르상티망을 이겨내기 위해 부자는 천국에 가기 어렵고, 가난하고 고통받는 자가 구원을 받는다라는 내세의 논리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니체는 이것이 현실의 삶을 부정하고 나약함을 정당화하는 허무주의로 이어진다고 경고했습니다.
니체는 르상티망에 빠져 삶을 비관하는 수동적 허무주의자에 머물지 말고,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능동적 허무주의자이자 초인, 위버멘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이 책에서 니체의 철학 전체가 자연스레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전개가 결코 어렵지도, 난해하지도 않아 많은 이들이 쉽게 니체의 철학적 사고에 접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헤세의 자기 파괴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데미안을 읽어보지 않은 이들도 아는 유명한 문장이 있습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부숴야 한다.
(다양한 번역이 존재하지만 이 책에서 인용한 번역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헤세가 말하는 알은 단순히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의 관습, 도덕적 기준, 부모의 가치관은 물론이고 지금의 상황에 안주하려는 나 자신의 나약함까지 포함합니다.
새가 되기 위해 알을 파괴하는 행위는 자기 파괴의 투쟁적 과정입니다.
기존의 나를 깨고 나오지 않으면 새로운 나로 나아갈 수 없다는 실존적 의미이기도 합니다.
니체의 사상에서 기존의 노예 도덕과 타성에 젖은 허무주의가 바로 헤세의 알과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헤세는 알을 깬 새가 아브락사스라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고 했습니다.
아브락사스는 빛과 어둠을 모두 포괄하는 신으로 세상이 이분법적으로 나눠 놓은 기준을 넘어선 상징입니다.
이는 니체의 초인, 위버멘쉬로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속에서 결국 나의 모든 운명을 사랑하며 스스로 가치를 창조하는 존재가 되는데 그것이 바로 알을 깨고 나온 새일 것입니다.

이렇게 이 책에 담긴 유명 사상가들의 이야기들은 어느 지점에서는 연결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니체와 헤세를 이어보았지만, 다들 나름의 연계되는 지점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기존의 주변, 관습, 환경, 나 자신에게 안주하기 보다 더 나은 나라는 새로운 세계로 알을 깨고 날아가기 위해 우리는 더 깊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니체의 르상티망 극복과 헤세의 알을 깨는 투쟁 모두 그 하나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일 것입니다.
내 삶의 대체 불가능한 유일한 존재가 되어, 내 삶을 온전하게 바로 세울 사람은 나 자신 뿐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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