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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지리학 - 혁신은 어디에서 탄생하는가
메흐란 굴 지음, 홍석윤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5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는 첨단 기술이 어디에서 탄생하고 어떤 경로로 세상에 진출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 적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실리콘밸리가 지금까지의 우리의 삶과 기술을 지배했다면 과연 그 다음의 독점적 지위를 누릴 곳은 어디가 될지에 대한 의문과 그 해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단순히 책상 앞에서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3대륙 8개국을 누비며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도달한 결론을 정리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최신 경영 트렌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혁신 기업의 딜레마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기존 고객과 과거의 투자에 발목 잡힌 기업은 파괴적 기술을 앞세운 민첩한 신생기업에 의해 거의 필연적으로 밀려날 것입니다.
실리콘밸리가 그동안 우리에게 보여준 지혜 역시 이 내용을 증명해줍니다.
하지만 기술의 급속한 변화가 항상 기존 기업을 파괴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 수명을 연장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나라의 위대한 기업들이 증명해 냈습니다.
우리나라의 다국적 기업 상당수가 궁핍한 시대에 탄생했지만 인공지능 시대에 스스로를 재창조하며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기업들은 혁신이 단순히 기술적 행위가 아니라 문화적 행위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우리나라의 현 주소와 미래의 방향을 알아보는 것 또한 충분히 의미있을 것입니다.

실리콘밸리 그 다음으로 하나만 선택하라면 많은 이들이 중국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런 생각이었기에 중국 관련 내용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2000년 중국의 신생 인터넷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기업 내스퍼스가 현금 1억 달러를 내밀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하지만 끈질겐 구애 끝에 지분 절반을 약 3,400만 달러에 내스퍼스에 매각했습니다.
그때까지는 이보다 1년 전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이 신화적 기록이었기에 이는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그 신생 인터넷 기업은 2021년 초 시가총액이 거의 1조 달러에 달하는 초거대기업이 되었습니다.
내스퍼스가 초기에 투자한 3,400만 달러는 무료 2,0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되었고 이는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놀라운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텐센트가 어떻게 그토록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속에는 수많은 전략과 기술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텐센트는 위챗 이외에도 고도로 다각화된 글로벌 지주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스냅, 레딧, 디스코드 같은 미국 유명 기술브랜드도 포함되어 있고 테슬라 5대 주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순간,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급변하게 됩니다.
2023년 9월, 미국은 민간자금이 중국의 특정 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다른 기술에 대해서도 사전 승인을 요구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유명 벤처 캐피탈들은 중국 사업을 공식적으로 분리하거나 중국 투자 축소를 시사하게 되었습니다.
세계 양대 경제대국이 서로 투자 비중을 줄임에 따라 이전에는 두 나라 간에 오가던 자본의 상당 부분이 다른 곳으로 이전되고 있으며 이는 다른 지역들에겐 새로운 기회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단연 유럽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 속에서 중국은 자신들만의 방향으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게 됩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일하며 더 빨리 달린다는 생각으로 기술 발전의 규모와 속도 모두에서 세계를 압도하려고 합니다.
중국 기술기업들은 보조금, 세제 혜택, 직접투자 등의 방식으로 중국 정부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격입니다.
더 이상 중국은 모방자가 아니라 학생이라는 말도 뛰어넘어, 미국처럼 위대한 기술을 가지고 있던 스승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는 조숙한 학생이 되었습니다.

자원 빈국에서 기술 강국으로 도약했으나 인구 절벽이라는 위기를 맞이하며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대한 이야기는 더 깊이 고민하며 읽어 보았씁니다.
쿠팡 김범석 의장의 일화와 뉴욕 시장 IPO는 이 책을 통해 다시 깔끔하게 정리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수십년 전이라면 결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만들어낸 것이라 더 흥미로웠습니다.
일본의 식민지, 한국 전쟁, 분단 국가로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과거 식민 지배자였던 일본보다 높은 1인당 국민소득을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노동생산성은 중국의 3배이며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되었습니다.
이런 우리나라의 경제 기적은 역대 정부의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입니다.
박정희 집권 초기 은행의 강제 국유화를 비롯하여 재계를 압박한 것은 초반의 덜컹거림 정도였습니다.
재벌들의 등장은 장단점이 있고 이에 대한 평가 또한 여러 지점에서 고민해볼 부분일 것입니다.
그 재벌들은 세계 500대 기업 중 13개에 기록될 정도의 수준이 되었고 우리나라의 성공에 재벌의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주목할 기업은 바로 삼성입니다.
사우디 아람코, 대만 TSMC에 이은 아시아 3위 기업으로 세계 15대 기업 중 하나입니다.
내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예측치가 일본 500대 기억의 그것을 능가할 것이라는 뉴스가 나올 정도입니다.
삼성의 성장 과정과 국민적 비난의 이유들을 다각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이에 대한 평가 또한 스스로 내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은 1세대 우리나라 기업이었다면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대형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은 2세대 기업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기술기업 시대에 진입하며 3세대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관련 종사자가 아니라면 이름도 낯선 기업들 속에서 우리의 미래가 어떠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는 영국, 스위스, 싱가포르, 독일, 캐나다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경제 지형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전 세계 경제 지형의 과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재의 위치를 고려하여 미래의 방향을 함께 예측해 보게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글로벌 기술 패권의 미래, 혁신의 미래를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들여다보고 싶은 이들에게 유의미한 책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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