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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만들기 - 성형외과의의 탄생
린지 피츠해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평점 :

이 책은 린지 피츠해리스라는 의학 전문 저술가인 저자가 현대 성형 수술의 아버지로 불리며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얼굴을 다친 병사들의 재건에 힘쓴 외과 의사 해럴드 길리스의 삶과 초기 성형 수술 역사를 다루는 책입니다.
기본적으로 의학은 물론이고 과학, 기술과 함께 세계사까지 아우르는 내용이 담겨 있을 것 같아 기대 되었습니다.
더불어 커커스상 최종 후보, 가디언 올해의 베스트 도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라 더 궁금해졌습니다.

특히 이 책은 논픽션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책에 들어간 인용문조차 편지, 일기, 신문기사, 수술 기록 등에 기반한 역사 자료이며 표정과 몸짓 같은 것을 언급한 것 또한 당사자가 직접 말한 내용을 토대로 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더 몰입해서 읽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한편으로는 활자로 접하게 되는 생생한 부상 묘사와 수술 진행 과정 등은 살짝 부담스럽게 다가갈 수도 있으니 일정 수준의 주의 또한 필요 했습니다.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이들의 신체적 훼손은 물론이고 그에 따른 정신적 상실감 또한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 생각이 얼마나 짧고 무지했었는지 한 챕터를 다 읽기도 전에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살짝 불편함이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들을 저자가 적절하게 타협하는 문장으로 보여주는 것에 놀랐습니다.
이것이 진짜 글을 잘 쓰는 작가, 논픽션을 흥미롭게 전달하는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편 이 책을 처음 집었을 때에는 최근 우리의 성형 의학에 대한 생각과 비교하며 이 책을 봤습니다.
각종 매체는 물론 우리가 쉽게 접하는 정보에서는 미용 위주로 변질된 성형 의사들을 위주로 보게 되는게 사실인데 이 책에서는 성형 수술이라는 것 자체가 생소한 초기에는 과연 어떠했는지를 바로 옆에서 관찰자 시점으로 들여다보게 해 주었습니다.
해럴드 길리스가 서른 초반에 전쟁터에서 안면 부상자들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충격을 독자인 우리가 함께 경험하게 해줍니다.
턱이 사라지고 코가 날아간 상태의 병사들을 보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전혀 참고할 의학서가 없다는 점은 그가 안면 재건술에 보다 몰두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도 선구자가 된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일이라 그 자체가 고난의 연속임이 틀림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간절함과 절실함을 자신의 천재성과 결합시켜 확고한 체계를 정립하게 됩니다.
현재 의학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협진과 팀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치료, 수술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하여 이를 다른 의사들이 배울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하는 것 또한 그의 위대한 업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얼굴의 일부가 사라진 부상병들을 돕기 위한 인류애적 관점에서 시작하여 많은 분야의 협업과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표준화된 수술법과 치료 방법이 제시되었으며 그것이 현재의 성형외과의 기원이 된 것입니다.
전쟁 후에도 그는 압도적 선구자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1949년에는 최초로 여성에서 남성으로의 성전환 수술도 집도 했습니다.

이처럼 이 책은 단순한 흥미로 읽기에는 가슴에 울림이 남는 책이었습니다.
부상자들의 고통과 그 감정들이 세밀하게 묘사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이들의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불어 글로 풀어내기 쉽지 않았을 것을 적절한 톤으로 우리에게 정확하게 전달해 준 저자의 노고가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지금 조금은 가볍고 미용적으로만 여기는 성형에 대하여 조금 더 의미있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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