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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아! - 돌아온 바람의 딸 한비야의 떠나며, 배우며, 나누는 삶에 대하여
한비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국제구호 활동가 한비야 작가님께서 무려 5년 만에 신작을 내 놓으셨습니다.
그간 105개국을 누비며 11권의 책을 펴내셨었는데 과연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 주실지 궁금했습니다.
여행과 글쓰기에 가장 특화되어 있으시고 유쾌하고 몰입감 있는 문체가 이번에도 저를 설레게 했습니다.
작가님께서 책의 앞 부분에서 말씀하듯이 이 책은 작가님의 스테디셀러인 '바람의 딸' 시리즈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입니다.
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 소재인 점은 같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느끼시는 인생의 여유와 느린 속도를 반영하고 잇습니다.
특히 여행 파트너와 부딪히는 이야기들은 또 다른 재미있는 요소였습니다.

작가님의 네덜란드 집 근처에 있는 말 훈련장에서 겪으신 경험은 이 책의 큰 줄기를 잡아주었습니다.
퇴역 경주마를 일반 승마용으로 전환하려면 훈련이 필요한데 이게 꽤 까다롭고 힘들다고 합니다.
빠르게 달리던 경주마를 천천히 걷게 하는데 왜 훈련이 필요한건지, 저 또한 작가님과 똑같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경주는 천천히 걷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다시 말해 경주마는 눈가리개를 쓰고 앞만 보고 달리도록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천천히 걷거나 주변을 살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게다가 다리는 전력 질주용 근육으로 길러져서 느릿한 동작 자체가 어렵다고 합니다.
경주마처럼, 작가님처럼 저 또한 전력 질주하며 쉬어가는 시간이 불편하고 낭비처럼 느껴졌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서는 이제 더 이상 뛰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며 함께 걷는 이를 살피며 천천히 걷는 여유가 중요해졌습니다.
무작정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기 보다는 사소하지만 결코 놓칠 수 없는 일상적인 기쁨과 행복을 만끽해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직 천천히 걷는 삶에 완전히 익숙해진 것은 아니기에 앞으로 더 느긋하고 천천히 걷는 삶에 익숙해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작가님의 과거 이력을 살펴보면 타고난 건강 체질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작가님의 무릎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가슴 한켠이 무거워졌습니다.
그토록 부려 먹은 작가님의 무릎 덕분에 우리가 그간 좋은 글들을 그렇게 읽어낼 수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산을 다녔다고 합니다.
아빠를 따라 야외 활동을 주로 했던 작가님께서는 본격적으로 20대가 되어 산을 다니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혼자 가는 것을 더 좋아했고 그 이유에는 혼자 빠르게 속도를 내며 다녀올 수 있다는 것 또한 한 몫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산행 스타일이 작가님의 무릎에는 치명적이었습니다.
이후 세계 오지를 무거운 베낭을 메고 다니며 구호활동을 펼치다보니 자신의 몸을 돌볼 시간이 부족하셨습니다.
그리고 60대에 접어 들면서 각종 보조 장비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고 무릎에 도움이 되는 운동도 시작했지만,
결국 제주도에서 당한 사고로 인해 무릎에 큰 치명상을 입게 되셨습니다.
작가님의 팬으로 느껴진 담당 의사의 말처럼 작가 한비야 씨는 참 좋은데, 환자 한비야 씨는 참 안 좋다다는 말에 살짝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작가 한비야의 팬이라면 작가님께서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 여행과 각종 활동 하시며 집필까지 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이 똑같은 듯 했습니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작가님께서는 자신의 무릎 상태가 자업자득이 아닌 전화위복이자 실지득지라니...
작가님의 그런 마인드를 다시 한번 본받아야겠다 느꼈습니다.

이후에도 이어지는 다양한 여행 관련 에피소드와 그와 연계된 삶을 바라보는 자세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되돌아 보게끔 합니다.
작가님의 이야기를 통해 내 삶의 속도를 다시 한번 체크해보게 되고, 또 어떻게 남은 삶의 속도와 방향을 설정해 나가야 할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단순히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그 여정을 함께하며 삶을 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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