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만들어진 서양
니샤 맥 스위니 지음, 이재훈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평점 :

기원, 정체성은 무언가를 정의하고 제대로 이해하는 첫걸음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서양이라는 단어에 대한 지리적,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관점에서의 깊은 고찰을 담고 있습니다.
보통 우리는 서양의 기원을 찾을 때 서양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근대화된 국가들에서부터 계몽주의 시기 유럽, 찬란한 르네상스와 암흑의 중세를 지나 그리스와 로마로 귀결하곤 합니다.
그리고 대게의 책들이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양의 흥망성쇠나 역사적 가치 판단을 주로 다루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게 접근합니다.
여성, 식민지 출신 지식인, 노예 시인, 망명한 황제 등 역사적 문명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었던 새롭게 주목해야 할 14인의 삶을 추적하며 서양에 대해 접근하고 있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습니다.

아랍 최초 철학자인 알킨디와 관련된 내용을 정리하고 있는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기존에 알던 서양사에서는 로마 제국이 3세기 후반 반으로 나눠지면서 쇠퇴나 퇴보의 시기로 생각했었는데 이는 북유럽과 서유럽 중심으로 역사를 바라본 것 때문이었습니다.
이슬람 세계 자체를 기준으로 보면 비잔티움은 세비야에서 사마르칸트까지, 모술에서 말리까지 번영을 누렸습니다.
동아시아에서도 당 제국이 중국을 융성시켰고, 동남아시아의 다도해에서는 불교 제국 스리위자야가 번영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에서 언급한 이 시대와 관련된 내용을 반박하며 비잔티움 제국만이 고대와 단절되지 않은 유일한 국가라고 주장합니다.
비잔티움은 정치적 뿐 아니라 문화적 측면에서도 로마는 물론이고 그리스의 전통을 계승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줍니다.
알킨디는 아라비아 중부의 유력 씨족인 킨다 부족 귀족 가문의 태생이었습니다.
바그다드에서 알킨디는 저명한 학자로 자리매김하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을 연구에 몰두 했으며 833년에서 842년까지 10년의 황금기 동안 궁정에서 그는 정점의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 시기 그의 작업량은 놀라울 정도였고 그 분야 또한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그의 관심은 고상한 전통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향수에 관한 소책자, 조수 간만에 관한 논고, 렌즈에 관한 토막글, 지질학 지침서 등은 물론이고 심지어 옷에 묻은 얼룩을 제거하는 방법을 소개한 저작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킨디의 급진적 시도는 학계 경쟁자들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보수적인 종교 사상가들과도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알킨디 생의 마지막과 그 후에 대한 서술한 부분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알킨디의 삶과 저작은 서양 문명의 거대 서사가 거짓되었음을 드러내고 비잔티움 제국이 로마와 고대 그리스로부터 가계도를 그려 본다면 가장 굵고 무성한 가지일 것입니다.

이처럼 이 책에서 다뤄지는 인문들은 우리에게 살짝 낯선 느낌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읽어 봤던 주류 서양사 관련 책들과는 확실히 다르게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독자들에게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의 풍부하고 깊이있는 서양사에 대한 지식 자체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는 점 또한 마음에 들었습니다.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만들어진서양 #열린책들 #서양 #역사 #THE_WEST #니샤맥스위니 #문화충전 #서평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