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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평점 :

2002년에 출간된 <꼴지에게 보내는 갈채>를 재편집하여 출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박완서 작가님의 글을 이렇게 새로운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행복이라 생각했습니다.
미출간된 작품을 포함하여 46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다고 적혀 있는데,
글 하나하나마다 작가님 특유의 따스한 애정과 깊은 통찰이 묻어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읽어 보았습니다.
작가님은 이제 우리 곁에 없지만, 작가님의 글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숨쉬고 있다는 것에 감사해 하며 차분한 마음으로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책의 처음에 소개되는 <님은 가시고 김치만 남았네>는 미출간 원고입니다.
음식 관련 이야기를 들려주며 작가님께서 네팔 여행 했을 당시의 이야기, 한비야씨와 중국 여행을 했을 때의 이야기 등을 들려줍니다.
이 이야기들만 읽어도 작가님의 성격이나 스타일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이야기는 사뭇 다른 전개를 가져옵니다.
소탈하고 음식에 무신경했던 작가님께서 유럽 여행에서는 물론이고 한국으로 돌아와서까지 음식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무너진 작가님의 비위를 회복시켜준 것은 원주토지문화원에서 보내준 박경리 선생님의 김장 김치였습니다.
결국 그렇게 작가님은 옛날 맛, 고향의 맛이 그리워지는 나이가 되신 것입니다.
우리라고 뭐가 다를까 싶습니다.
전 20대 때는 물론이고 10대 학창시절에도 외식하는 것보다 엄마가 차려주는 집밥을 더 좋아했습니다.
그런 엄마표 집밥을 언제까지 먹을 수 있을지,
갈수록 집안 일 자체가 힘에 부치실 엄마에게 매번 집밥이라는 짐을 더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 또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아직은 엄마표 집밥이 저에겐 가장 큰 보약이고 힘입니다.
작가님이나 저처럼 아마 누구에게나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번째 챕터의 첫번째 이야기가 바로 이전에 출간되었던 책의 제목과 동일한 <꼴지에게 보내는 갈채>입니다.
작가님께서는 국제 대회 경기에서 우리나라 선수를 응원하면 신이 나고 흥이 난다고 하셨습니다.
일전에 버스를 타고 가던 중 마라톤 경기 때문에 차량이 통제되었던 일화를 소개해 주십니다.
상위 순위권이 아닌 선수를 바라보며 열렬한 박수와 환성을 질렀으며,
그 선수의 표정에서 많은 것을 느끼셨다고 이야기 하십니다.
그리고 그렇게 후발 주자에게 보낸 열심스러운 박수갈채가 정말 신나는 것이었고 감동스러웠으며 새로운 희열을 주었다고 합니다.
부끄럽지만 전 이렇게 후발 주자를 끝까지 기다리며 박수를 보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저도 상위 순위권 선수들이 지나간 뒤에 자신만의 외로운 레이스를 펼치는 이들에게 끝까지 박수를 보내보고 싶습니다.
그러면 저 또한 작가님처럼 무언가를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볼 수 있을거란 기대를 해 봅니다.

세 번째 챕터에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아이를 키우실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평범하게, 그저 따뜻이 먹이고 입히는 것은 물론이고 과중한 숙제를 할 때엔 오히려 숙제를 좀 덜 하고 선생님께 꾸중을 들으라고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글이 1973년의 글임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부모님들 일반적인 생각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작가님께서는 아이들에게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그저 예쁘게 바라보신 것입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이기보다는 그저 우직하게, 활발하지만 되바라지지 않은, 예술에 깊은 애정을 가진 아이로 자라나길 바라셨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오래전의 글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지금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내용이었습니다.
작가님의 따스함과 냉철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이 수북히 담겨 있습니다.
오래 전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에게 강한 메시지를 주는 것들도 있고,
작가님의 생각에 더해 나를 어떠한지 돌이켜보게 하는 글도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작가님을 한번 더 생각하고, 남겨주신 많은 이야기에 감사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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