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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디지털 시대 - Google 회장 에릭 슈미트의 압도적인 통찰과 예측, 개정증보판
에릭 슈미트 & 제러드 코언 지음, 이진원 옮김 / 알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 사회는 점점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더 빠르게 변할 것이다.’ 저는 이 같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 자주 듣다 보니 익숙해졌다고 할까요? 조금 진부해진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계속되다 보니 최근에는 이런 변화 자체가 아주 당연하고 익숙한 것처럼 느껴진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죠. 그것도 아주 빠르게요. 예컨대, 제가 만약 20년? 혹은 30년 전으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앞으로는 손바닥만 한 무선 휴대전화를 거의 모든 사람이 가지고 다닐 것이며, 그 안에서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뉴스도 보고,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미래는 예측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미래를 예측하고자 합니다. 예측하기가 쉽다면 많은 사람이 예측하려 하지 않겠죠. 그리고 많은 예측이 빗나가기도 하고요. 2001년에 구글Google의 CEO로 합류한 뒤, 2011년 이후 경영의 일선에서 물러나 현재 구글의 회장으로 있는 에릭 슈미트도 미래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구글의 싱크탱크인 ‘구글 아이디어Google Ideas’의 소장 제러드 코언과 함께 말이죠. 이 둘은 현재의 디지털 기술들이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존의 책들과 다른 점이라면 일상생활이나 산업과 같은 특정 부문뿐만이 아니라 개인, 시민권 및 신원, 국가, 테러리즘, 전쟁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한 전망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의외로 개인의 일상생활에 대한 전망의 비중이 적은 편입니다. 또 한 가지의 다른 점은 디지털 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임에도 대체로 중립적인 입장에서 전망하려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이 같은 책들의 경우 대체로 낙관적인 전망이 가득하거나, 반대로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주장이 담긴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가상공간이 발달하고 비중이 커지면서 개인은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또한, 권력은 과거보다 더욱 분산될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사회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고, 정부는 이런 사회와 정보에 대한 통제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통제는 개인과 사람들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고요. 또한, 기존의 물리적인 전쟁뿐만 아니라 최근 나타나고 있는 사이버 공격과 같은 문제 또한 잦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가상공간 내에서 국가의 위상이 현실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고요. 이처럼 기술이 발달하면 혜택이 커지는 만큼 그에 따른 문제도 함께 따라오게 됩니다. 두 저자는 이를 함께 보여주려 노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기술의 발달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과 비관적인 전망, 이 둘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려 노력했음에도 두 저자가 디지털 기술 산업에 몸담고 있다 보니,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저자는
무언가를 망각하고 놓치게 만드는 우리의 신경학적 한계는 우리의 욕구를 채워주도록 설계된 정보시스템에 의해 보완될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 두 가지가 ‘일정 다시 알림’과 ‘할 일 목록’ 등 기억력 보조 장치와, 당면한 모든 일에 대해 적절한 경험을 해본 친구들과 즉시 연결해주는 사회적 보조 장치다. (p.32)
게다가 이러한 기술들이 교육에도 적용됨으로써 기계식 암기만을 가르치는 교육을 벗어나 더욱 독립적인 탐구와 비판적 사고를 장려하리라 예측하고 있죠. 그런데 스마트한 삶이 도래하면서부터 우리의 뇌는 점점 퇴화하고 있다는 ‘디지털 치매’와 같은 문제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과연 위와 같은 삶이 가능할까요? 디지털 기기들을 자신의 기억장치(?)로 인식하면서 기억력이 감소하고 주의력 결핍 장애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어떻게 비판적 사고가 가능할지 궁금합니다. 다음은 두 저자가 그린 ‘미래의 어느 날 아침’입니다.
알람시계는 없다. 대신 당신은 새로 끓인 커피 향을 맡고, 자동으로 커튼이 열리면서 방 안으로 쏟아지는 햇볕을 쬐고, 최첨단 침대가 제공하는 부드러운 등 마사지를 받으며 잠에서 깰 것이다. 매트리스 안에는 수면 리듬을 감시하면서 수면주기를 방해하지 않고 당신을 깨울 시점을 정확히 판단하는 특별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 보다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중략- 회의가 가상-현실 인터페이스에서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당신은 개인적으로 고객을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들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 당신은 고객의 동선과 말을 정확히 포착해내는 홀로그래픽 ‘아바타’와 상호 작용한다. -중략- 로봇 개는 당신이 선택한 배달시간에서 오차범위 5분 이내에 조카 집에 도착할 것이다. (p.54)
위의 삶이 행복할까요? 편리해 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행복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두 저자가 그린 ‘미래의 어느 날 아침’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회의마저 화상 회의로 진행해왔기 때문에 만나본 적이 없으며, 조카의 생일 선물조차 ‘로봇 개’를 배달시키죠.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휴대폰 속에 머무르는 시간도 함께 늘어났습니다. 최근에 출간된 <여덟 단어>에서 광고인 박웅현 ECD는 자신이 만든 광고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여보세요’는 여기를 보라는 말입니다.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전화를 만들었습니다.”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물리적인 제약을 극복하여 전화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술이 발달하면서 오히려 사람을 보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커피숍에서는 함께 앉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고, 스마트폰으로 대화를 합니다. 지하철에서는 많은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봅니다.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만들었다는 전화가 오히려 사람을 외면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전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전화가 오히려 사람을 외면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
두 저자는 앞으로 가상공간의 비중이 더욱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커뮤니티가 생성될 것이며, 그것에 맞게 많은 일을 가상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요. 그렇다면 스마트폰의 기능이 확대되면서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늘어난 것과 마찬가지로, 가상공간 속에 머무르는 시간도 확대되지 않을까요? 영화 <매트릭스>에서 로렌스 피쉬번(모피어스)은 키아누 리브스(네오)에게 빨간 약과 파란 약을 내밉니다. 그리고 선택을 하라고 말하죠. 파란 약을 먹으면 지금까지의 편안한 삶(환상)에 머무를 것이고, 빨간 약을 먹으면 지금의 이상한 세계(현실)에 남게 될 것이라고. 여기서 키아누 리브스(네오)는 빨간 약을 선택합니다. 만약 앞으로 가상공간의 비중이 더욱 커지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행복을 느낀다면’ 빨간 약(현실)이 아닌 파란 약(환상, 가상공간)을 택하는 사람들도 늘지 않을까요? 그것을 개인의 선택 문제라고 간단히 치부해버릴 수 있을까요?
<가상공간이 앞으로 더욱 확대되고, 사람들이 그 안에서 행복감을 느낀다면 빨간 약(현실)이 아닌 파란 약(환상, 가상공간)을 택하는 사람들도 늘지 않을까요?>
물론,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게 되면 좋은 점도 많습니다. 생각만으로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로봇 팔과 로봇 다리, 그리고 주기적으로 사용자의 건강을 체크하여 질병을 예방하는 의료시스템 등. 이 같은 기술은 분명 인간의 삶을 좀 더 행복에 가깝게 해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빛이 강해지면 그만큼 그림자도 선명해진다는 것이죠. 미래라는 것이, 기술의 발달이 반드시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미래를 위한다며 현재를 소홀히 하고, 무작정 쫓아가는 삶은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기술의 변화가 너무나 빨라 인간이 이를 쫓아가야 했습니다. 사람들의 걸음걸이만 보아도 알 수 있죠. 지금까지는 기술의 변화를 사람이 쫓아갔다면, 이제는 기술이 사람들의 걸음걸이에 맞출 때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제 숨 좀 쉬어도 되잖아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