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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 - 선대인연구소가 대한민국 오천만에게 답하다 선대인연구 1
선대인경제연구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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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경제 관련 정보를 주로 신문을 통해 얻습니다. 종이 신문이든지, 인터넷 신문이든지 말이죠. TV 뉴스를 통해서 얻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런 신문은 한 사건이나 일들을 중요한 부분만 정리해 전달하게 됩니다. 신문의 어쩔 수 없는 속성이죠. 한 가지 사건이 발생하면 이에 영향을 준 과거의 수많은 요인이 있음에도 이를 전부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모든 사건, 하다못해 중요한 사건만이라도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이야기한다면 신문의 두께가 지금보다 몇 배는 두꺼워질 것입니다. 그 때문에 중요한 사항만 정리해 전달하는 것이죠. 이와 관련해서 작가 알랭 드 보통이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그 소재를 아침식사 때마다 신문 요약이라는 형태로 먼저 만났다면, 상당수의 문학과 드라마는 짐작컨대 매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을 것이며, 우리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베로나의 두 연인이 맞이한 비극적 종말. 애인이 죽었다고 잘못 생각한 청년이 목숨을 끊다. 애인의 운명을 발견한 여성도 뒤따라서 목숨을 끊다. -로미오와 줄리엣

러시아의 젊은 가정주부. 가정불화로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하다. -안나 카레니나

프랑스의 지방 도시에서 어느 젊은 가정주부가 가정불화로 비소를 먹고 자살하다. -마담 보바리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p.55. 알랭 드 보통)

 

 삶을 망친 사람들에 대해 수군거리는 말은 가혹하기 짝이 없다. 만일 수많은 예술 작품의 주인공들-오이디푸스, 안티고네, 리어, 오셀로, 엠마 보바리, 안나 카레니나, 헤다 가블러, 테스-도 그들의 운명이 동료나 동창들의 입에 오르내렸다면, 그 과정을 잘 헤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만일 신문에서 그들을 건드렸다면 훨씬 더 괴로웠을 것이다.

 

 오셀로 “사랑에 눈이 먼 이민자, 원로원 의원의 딸을 죽이다”

 마담 보바리 “쇼핑 중독의 간통녀 신용 사기 후 비소를 삼키다”

 오이디푸스 왕 “어머니와 동침으로 눈이 멀다” (<불안> p.189. 알랭 드 보통)

 

 ‘쇼핑 중독의 간통녀 신용 사기 후 비소를 삼키다’라는 신문의 헤드라인 이면에는 500페이지가 넘는 엠마 보바리의 삶이 있는 것이죠. 이를 무시하고 그저 신문의 헤드라인만을 읽었을 때 우리는 그저 하나의 자극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플로베르의 소설 <마담 보바리>를 신문 헤드라인을 통해 접한다면, ‘쇼핑 중독의 간통녀 신용 사기 후 비소를 삼키다(<불안>.알랭 드 보통)’라는 단순한 자극적인 사건이 되어버립니다>

 

 이 같은 이야기는 문학이 아닌 경제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몇 퍼센트다’ 같은 내용 안에는 훨씬 더 복잡하고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며칠 전에 ‘내집 마련 평균 나이는 41세이며, 기간은 8년’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났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전국 3만 3000가구를 대상으로 ‘2012년 주거실태조사’를 한 결과 생애 첫 집을 마련하는 가구주 나이가 40.9세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앞서 말씀드린 이야기처럼 많은 것들이 빠져 있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이 41세에 내집을 마련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모든 응답자의 답변을 더한 뒤 가구 수로 나누어보니 41세가 나온 것인지 하는 이야기 말이죠. 만약 후자라면 조금 더 복잡해집니다. A라는 사람은 가정 형편이 넉넉해 30세에 집을 마련하고, B라는 사람은 사정이 조금 어려워 50세에 집을 마련했어도 이 둘의 평균은 40세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평균 하나만 가지고도 여러 가정이 가능한 것이죠. 평균이 가지고 있는 맹점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평균소득은 극단적으로 높거나 낮은 값에 큰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사회의 경우 전반적으로는 소득 수준이 높지 않아 중위소득은 낮은데 평균소득은 높을 수 있다. -중략- 이해를 돕기 위해 인구가 딱 9명인 가상의 사회 A, B를 비교해보자. 두 사회 모두 전체 소득은 4500만 원으로 똑같다. 그런데 A는 비교적 소득이 고르게 퍼져 있지만 B는 상위 두 사람이 전체의 75%가량을 독점하고 있다. 중위소득은 전체 인구의 소득 순위에서 가운데 자리한 사람, 곧 다섯 번째 사람의 소득이니까 A는 500만 원, B는 200만 원이 된다. B의 중위소득은 A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중산층의 비율을 보면 이상한 결과가 나온다. A의 경우 중산층에 들어가려면 소득 범위가 250~750만 원이기 때문에 중산층에 포함되는 사람은 4명이다. 반면 B는 중산층의 소득 범위가 100~300만 원이기 때문에 중산층에 해당되는 사람이 6명이나 된다. 그러면 중산층이 더 두텁기 때문에 B가 더 좋은 경제일까?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가운데 전체가 하향 평준화된다면 중산층의 비율은 그 나라 경제의 문제점을 은폐하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p.295)

 

 이 책은 위와 같이 우리가 접하는 단순한 정보 뒤에 있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가, 주식부터 부동산, 노후비용까지. 그래서 책의 부제가 ‘선대인연구소가 대한민국 오천만에게 답하다’입니다. 총 38개의 항목에 대한 나름의 답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의 경제 서적을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한 권의 책을 수많은 항목으로 나누어 설명하다 보면 깊이 면에서 부족하기 십상이기 때문이죠. 이 책의 경우 314페이지의 책을 38가지 항목으로 나누었으니 한 항목당 약 8페이지쯤 됩니다. 이러면 원론적인 이야기나 신문 등에서 접할 수 있는 이야기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쓸데없는 이야기는 차치하고 본론부터 이야기하다 보니 적은 페이지에도 상당히 깊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몇 가지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물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정부에서 발표하거나 언론이 보도하는 물가와 우리가 직접 체감하는 물가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물가는 안정된 수준이라는데 우리가 막상 물건을 사려고 하면 ‘이게 안정된 수준인가’하는 생각만 들죠. 이에 대해 우리가 주로 접하는 정보는 이상 기후 탓에 채솟값이 뛰었다거나 어획량이 줄었다거나 혹은 수입물가가 올랐다는 정보들입니다. 그리고 정부가 조사하는 물가 기준 품목과 우리가 실제로 소비하는 품목에 차이가 있다는 정보도 있고요. 물론 이러한 정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외에도 다른 요인들이 있습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다른 요인을 말하면 이렇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물가 통계를 작성하는 통계 당국은 일정 기간의 물가상승폭을 기준으로 물가변동률을 평가하는 반면, 일반 소비자들은 평소에 자신이 느끼던 물가를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두 달 전에 1000원 하던 물건이 한 달 전에 2000원으로 오른 후 현재 2000원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자. 이 경우 1000원에서 2000원으로 뛰던 한 달 전에 물가 당국이 인식하는 지표상의 물가상승률은 100%가 된다. 물론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상승률 역시 100%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의 물가상승률이다. 통계 당국은 한 달 전에 2000원으로 값이 오른 후 현재까지 가격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의 물가상승률을 0%로 인식한다. 다시 말해 물가가 매우 안정되어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는 여전히 물가가 두 달 전에 비해 100% 상승한 상태라고 인식한다. 즉 두 달 전 1000원을 기준으로 현재의 가격수준을 인식하고 평가한다. 소득은 두 달 전과 비슷한데 물건값은 2배로 올랐으니 이렇게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물가상승이 누적적으로 발생하면 통계 당국이 인식하는 물가와 일반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사이의 괴리는 더욱 커지게 된다. (p.37)

 

 간단히 말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상승률은 ‘누적적’이라는 것이죠. 예를 들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 2012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2%였습니다. 2011년 대비 2.2%가 올랐다는 것이죠. 그러나 소비자가 느끼는 물가상승은 누적적이기 때문에 2011년의 소비자 물가상승률 4.0%를 같이 체감한다는 것입니다. 즉 2011년에 4.0% 오른 것에 2012년의 2.2%가 더해진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물가는 비교적 안정된 상황임에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상승률은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자면 주식 관련 이야기입니다. 주가는 오르는데 왜 내 주식은 떨어지느냐는 것이죠. 간단히 말해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우리나라는 2008년 10월에 코스피지수가 892포인트까지 떨어졌습니다. 반 토막이 났죠. 그리고 2013년 5월 현재 코스피지수는 1980포인트를 넘어섰습니다. 2008년 10월에 비해 두 배 이상 상승한 것입니다. 그러면 주식으로 소위 대박 났다는 사람들이 넘쳐날 법도 한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형우량주가 코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있습니다. 대형 우량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보니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인다는 것이죠. 그런데 개인 투자자들은 대체로 중하위주에 투자하기 때문에 주가와 차이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종합주가지수는 앞서 삼성전자 사례에서 본 것처럼 대형 우량주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시가총액 10조 원 이상인 21개 기업은 전체 사장회사 가운데 2.66%에 불과하지만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 53.8%에 이른다. 시가총액 5조 원 이상 기업까지 확대하면 전체의 6.1%인 48개 기업이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71.6%를 차지한다. 극소수 대기업이 주가지수를 쥐락펴락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전체의 약94%에 이르는 상장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어도 상위 6%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면 종합주가지수는 상승할 공산이 크다. (p.46)

 

 책의 첫 문장 ‘경제가 어렵다’에서 느낄 수 있듯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그리 밝지 않습니다.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지 않습니다. 다만 ‘반드시 나아져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죠. 본래 미래라는 것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예측된 미래가 절망적이라고 해서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미래는 예측의 문제보다는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당위성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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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7 09: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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