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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마법사들 - 융합과 혁신으로 미래를 디자인하는 MIT미디어랩 이야기
프랭크 모스 지음, 박미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미래에서 온 책이라고 하니 조금 거창하게 들립니다. 사실 이 책이 미국에서 출간된 해는 2011년입니다. 그러니 미래가 아닌 과거에 쓰인 책이죠.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기술들도 이미 개발되었거나 개발 중인 것들이고요. 하지만 이 기술들이 곧 다가올 미래에 우리가 사용하게 될 기술들이라는 점에서 ‘미래에서 왔다’는 표현이 지나치게 과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아래의 그림들은 책에서 다루고 있는 기술들 중 일부입니다. 이미 영화를 통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기술도 있고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上)과 미디어랩 스마트 시티 팀에서 개발한 ‘시티카(CityCar)’(下)>

 

 첫 그림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신 분들이라면 다 아시는 기술이니 넘어가고, 두 번째 그림인 시티카(CityCar)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시티카는 교통체증, 환경오염 등의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동차입니다.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전기로 움직이며, 교통체증과 주차 공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 차량의 절반 크기로 접는 것이 가능합니다. 시티카가 현재의 자동차를 대체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대체하더라도 현재의 자동차들도 상당수는 계속해서 남아있겠죠. 그러나 반대로 대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시티카의 기술과 아이디어는 반드시 미래에 사용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 미래에서 왔다는 저의 표현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죠.

 

 이 같은 기술들은 모두 MIT 미디어랩에서 개발된 기술들입니다. MIT 미디어랩은 책소개에도 나와 있듯이 ‘인간을 위한 기술이라는 구호를 바탕으로 미디어, 예술, 의료 등 전 산업에 IT를 접목,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드는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연구가 이루어지는 세계 최고의 미디어융합 기술연구소’이고요. 저는 우연히 TV에 비친 미디어랩의 모습을 보고 약간의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걸 만들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죠. 그리고 때마침 미디어랩에 관련된 책이 출간되고 기회가 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 <디지털 시대의 마법사들>의 저자 프랭크 모스 교수는 2006년에 임명된 미디어랩의 소장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어떻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는지’와 같은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보다는 그들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관리자의 입장’에서 쓰인 책입니다. 물론, 각 기술들이 누구에 의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 개발되는지 자세하게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그 역시 관리자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적인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어디에서 영감을 찾는지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보다는 ‘어떤 환경 속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나오는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몇 가지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먼저 통섭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최근 많은 사람이 통섭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인문학에 대한 뜨거운 관심(?)도 이와 무관해 보이진 않고요. 그래서 대학들은 복수전공이니 부전공이니 하며 다양한 방법도 시도하고 있고요. 그런데 현대의 지식은 각 분야마다 지식의 깊이가 끝이 없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기가 쉽지만은 않지요. 자칫하다가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은커녕 전공분야에 대한 지식도 수박 겉핥기에 그칠 우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지식’을 요구합니다. 이에 대해 미디어랩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관련 분야에 관한 지식이 거의 없어도 혹은 분야와 관계없이 하고 싶은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시티카’의 개발을 주도한 윌리엄 미첼 교수와 라이언 친 역시 건축과 도시 설계의 전문가입니다. 즉 시티카의 아이디어는 건축가이자 도시 설계자로서 그린 자동차에서 시작된 것이죠. 그리고 시티카의 연구 개발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자동차 설계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입니다.

 

 놀랍게도, 이후 스마트 시티 연구팀에 들어온 10여 명의 학생들 중 자동차 설계 분야에 대한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은 딱 한 명뿐이었다. 나머지는 건축, 도시 설계, 기계공학, 컴퓨터 과학, 전기공학, 시스템공학, 의학, 뇌과학, 시각예술, 경영, 인터페이스 설계, 법률, 민족학, 소재과학, 그리고 사회학 전공자들이었다. 진정한 ‘자동차 인’은 그 가운데 아무도 없었던 셈이다. (p.88)

 

 즉 자신의 전공 분야와 관계없이 참여하고, 하고 싶은 연구개발을 하게끔 하는 것이 핵심이죠. 건축가이자 도시 설계자로서 ‘당신이 살고 싶은 도시를 상상한 다음 그 이상적인 곳에 맞는 자동차를 설계해 보면 어떨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시티카의 출발이었던 것처럼 말이죠. 먼저 조금이라도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그를 구체화하고, 그에 필요한 사람들을 모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족한 지식은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쌓아 가면 되는 것이고요.

 

 “오늘날의 현실이 이렇다고 ‘이건 컴퓨터 문제를 넘어선 것이니 컴퓨터 과학자를 데려와야겠어’, ‘이건 경제 문제를 넘어선 것이니 경제학자를 데려와야겠어’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할 수는 없잖아요. 이젠 이렇게 말해야 해요. ‘일단 문제를 들여다보자, 그리고 그 문제가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알아보자.’ 그런 다음 그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밖으로 나가서 필요한 도구와 지식, 사람을 모아 와야 해요. 내가 말하는 ‘반학제적’이라는 용어는 그런 뜻이에요.” (p.68)

 

 이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대학에서는 복수전공, 부전공 등으로 학생들에게 다양한 지식을 쌓게 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전공과 관계없이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고 어울릴 기회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경영학과의 프로젝트에 법학, 의학, 음악, 건축학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참여할 기회 말이에요. 이를 이끌어줄 교수들 또한 마찬가지이고요.

 

 다음으로 ‘계획된 우연적 발견’이라는 것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악기를 위해 개발된 기술이 마술 공연을 위한 소도구로, 또다시 다른 공연의 소도구로 쓰이다가, 나중에는 최첨단 의료 연구 장비로 변신한 것이다. 이제야 앞서 얘기했던 야구에 대한 이야기로 바짝 다가가게 됐다. (p.154)

 

 어떻게 하나의 생각이 다른 생각을 낳고, 그것이 또 다른 생각을 낳고, 다시 그것이 또 다른 생각을 낳는지 보여 주는 최고의 사례는, 뎁 로이 교수가 수장으로 있는 인지 기계 연구팀이다. 15년 넘게 그 그룹은 스마트 로봇 제작에서부터 어린이 언어 학습법, 고객 친화적인 은행 설계, 판타지 야구를 위한 툴, 자폐증 초기 진단법, TV광고에 대한 시청자 반응 분석법까지 연구의 가지를 뻗어 나갔다. (p.155)

 

 이것은 아이디어나 기술이 본래의 목적과 관계없이 다른 분야로도 가지를 뻗어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연에 의해서 말이죠. 다만 중요한 것은 우연적이긴 하지만,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조성한다는 의미에서는 계획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계획된 우연적 발견’이지요. 미디어랩에서는 1년에 두 차례 자신들의 최신 발명품들을 후원자들 앞에서 시연하는 자리를 갖습니다. 이때 해당 분야에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들도 초청합니다. 그리고 초청받은 사람들이 시연을 보고, 그 기술과 아이디어를 자신의 분야에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우연의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죠. 그것이 실패한 아이디어라고 할지라도 말에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책은 기술의 힘을 ‘믿는’ 사람의 입장에서 쓰였습니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결국에는 기술이 그를 극복하리라는 것이죠. 또한, 올바른 목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발명품과 기술은 인간을 보다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올바른 목적을 위해 개발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다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최근 3D 프린터가 점점 주목을 받고 있는데, 얼마 전 이 3D 프린터로 총기를 만든 일이 언론에 보도되었죠.

 

 물론 기술이 사람을 더욱 행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책에도 소개된 것처럼 댄 엘시(Dan Ellsey)는 뇌성마비를 갖고 태어나 걷지도 말하지도 못했으나, 미디어랩의 토드 매코버 교수가 개발한 기술 덕분에 작곡가이자 연주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뇌성마비를 갖고 태어난 댄 엘시(Dan Ellsey)는 미디어랩의 프로젝트 덕분에 작곡가이자 연주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토드 매코버 교수의 강연과 댄 엘시의 연주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http://www.ted.com/talks/lang/ko/tod_machover_and_dan_ellsey_play_new_music.html 주소를 클릭하세요.>

 

 위와 같이 기술은 분명 사람을 더욱 행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기적처럼 말이에요. ‘기술이 충분히 진보하면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는 아서 클라크의 말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는 경우도 너무나 많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미국 무인 공격기 드론(Drone)의 후속 단계로 개발 중인 킬러 로봇, 알파 독(Alpha Dog)입니다. 이외에도 많은 나라가 군용 로봇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군용 로봇이 사람을 더욱 행복하게 할까요? 이처럼 기술은 사용하는 이에 따라 목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개발 중인 킬러 로봇, 알파 독(Alpha Dog)>

 

 기술은 사람에게 ‘편리’를 가져다줍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일일이 손가락만으로 원하는 물건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의 감정을 읽는 기술이 발달한다면, 또 다른 ‘편리’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런데 ‘편리’한 삶이 ‘행복’한 삶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래 그림은 픽사(Pixar)의 애니메이션 <월-E (WALL-E)>의 한 장면입니다. 정말 편리해 보이는 사람들이죠. 누워서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 말이에요. 하지만 행복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함께 누워서 각자의 화면만 바라보는 삶. 마치 커피숍에 앉아 각자의 스마트폰만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나요?

 

<픽사(Pixar)의 애니메이션 ‘월-E (WALL-E)’의 한 장면. 마치 커피숍에 앉아 각자의 스마트폰만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나요?>

 

 결국은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머리말에 2007년 5월에 작가이자 신경과학자인 올리버 색스(Oliver Sacks)가 MIT 미디어랩 심포지엄에서 했던 말을 적어 놓았습니다. ‘기술이 우리의 인간성을 몰살하기 전에 우리는 기술에 인간성을 입혀야 한다.’ 그전에 사용하는 사람들이 인간성을 잃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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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7 09: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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