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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불변의 법칙
알 리스 & 로라 리스 지음, 김현정 옮김 / 비즈니스맵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광고, PR, 퍼블리시티(publicity)의 차이점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먼저, 광고와 PR은 모두 기업의 활동에 있어서 마케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의 마케팅 믹스(marketing mix), 즉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 중에서 촉진 믹스(promotional mix)에 속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속하는 광고는 가장 대표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광고와 유사한 활동들을 구별하면 아래의 그림과 같습니다.
<광고와 유사한 용어들>
선전(propaganda)은 어떤 정보를 전달하여 신념이나 행동에 영향을 주려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입니다. 선전은 전달하고자 하는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데에 반해, 광고는 전달하고자 하는 주체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퍼블리시티(publicity)는 광고와 여러 면에서 유사한 특징이 있으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기업의 활동이나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언론의 기사나 미디어를 통해 내보내는 것을 말합니다. 이어서 PR(public relations)은 공중의 이해와 기업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공중의 태도를 평가하여 실행하는 모든 활동을 말합니다. 그리고 PR은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설정하고,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퍼블리시티를 포함하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인적판매(personal sales)란 상품을 알리고, 질문에 답하며 주문을 끌어내기 위해 잠재고객들과 대면 접촉하는 활동을 말하는 것으로, 상대와 직접 대면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TBWA 코리아의 박웅현 ECD는 강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인류가 만든 모든 미디어 중에서 가장 천대받는 미디어가 광고’라고. 이는 사실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광고를 방해하는 요소는 점점 늘어나고 있죠. 수많은 채널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리모컨을 통해서 너무 손쉽게 광고를 외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수십억, 수백억을 쏟아 부은 광고를 사람들은 손가락 하나만으로 외면하는 것이죠. 그리고 외면하고 싶어 하고요. 게다가 광고는 신뢰도 받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광고가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정말로 광고가 가장 천대받는 미디어가 아닐까 합니다.
사람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광고. 이것이 <홍보 불변의 법칙>의 저자가 광고의 시대가 지났음을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반면, PR은 사람들에게 신뢰받기 때문에 이제는 ‘PR의 시대’라는 것이고요. 그래서 이 책의 원제가 <The Fall Of Advertising And The Rise Of PR (2002년)>입니다.
개발(development), 연구(research), 광고(advertising), 브랜딩(branding) 등 4단계로 이루어진 시장 진출 전략은 비즈니스 역사에서 마치 우상처럼 숭배되어왔다. (…) 4단계 중 가장 중요한 단계는 소비자의 머릿속에 브랜드 이름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바로 마케팅 전략의 최종적인 목표다.) 소비자의 뇌리에 자사 브랜드를 깊이 새겨 넣기 위한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결코 브랜드를 구축할 수 없다. (p.17)
소비자의 머릿속에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이 마케팅 전략의 핵심인데, 과거와 비교해 광고의 힘이 약해진 지금은 더 이상 광고가 그 역할(브랜드 각인)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광고가 소비자의 신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고요. 따라서 PR을 통해 브랜드를 구축(각인)하고, 이에 맞는 광고전략을 실행하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우선 저 같은 경우에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서 상당 부분 동의하는 편입니다. 광고의 힘이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는 주장이나(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주장이지만), 기업에서 광고에 비해 지나치게 PR이 과소평가 받고 있다는 주장, 그리고 마케팅 전략의 핵심은 소비자의 머릿속에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이라는 주장 등에 대해서는 저자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모든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자는 마케팅 전략의 핵심은 소비자의 머릿속에 브랜드를 각인 시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머릿속’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떤 브랜드라도 소비자의 머릿속에 자리 잡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겠지요. 그렇다면 과연 광고만큼 PR이 소비자와의 접점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PR활동은 주로 언론이나 미디어를 통한 퍼블리시티(publicity) 활동인데, 그러면 언론의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을까요? 저자의 말대로 PR은 광고보다 소비자의 신뢰를 받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PR의 시대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더군다나 저자가 주로 이야기하는 퍼블리시티라면 말이죠. 과연 과거처럼 매일같이 신문을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신문을 읽지만 알려진 대로 그 수는 감소하고 있죠. 저자는 TV의 등장과 함께 광고의 시대가 열렸지만, 광고가 범람하고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그 힘은 점차 감소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도구가 사람들의 손에 쥐어졌습니다. 더 이상 소비자는 심심하거나 여유롭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기업 활동에 대한 글을 일일이 읽어볼 소비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물론 기업의 새로운 제품에 관한 기사나 영상을 보는 소비자도 많지요. 하지만 이것은 이미 이전에 기업과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나 관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무작정 읽는 것이 아니죠. 그렇다면 이러한 선호도나 관심은 어떻게 형성될까요? 과연 이를 PR이 광고보다 훨씬 잘해낼 수 있을까요?
또 한 가지 이야기하자면 브랜드 구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 알 리스 회장은 PR을 통해 브랜드를 구축하고, 광고를 통해 브랜드를 관리할 것을 주장합니다. 그러면 좋은 브랜드란 무엇일까요? 저는 좋은 브랜드란 하나의 카테고리를 상징하거나, 하나의 단어를 소유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약국에서 피로 회복제를 찾지 않습니다. 그냥 ‘박카스’를 찾습니다. 그리고 섬유탈취제를 찾지 않습니다. 그냥 ‘페브리즈’를 찾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브랜드가 하나의 카테고리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하나의 단어를 소유하는 브랜드도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볼보가 ‘안전’이라는 단어를 가진 것처럼 말이에요. 이런 측면에서 광고는 기업이 원하는 이미지나 단어를 소비자에게 제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PR은 기업이 원하는 대로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저자 역시 이를 지적합니다.
광고 캠페인을 출시하는 기업은 어떤 존재가 되고 싶고, 무엇을 팔기를 원하며, 누구에게 팔기를 원하는지 직접 결정한다.
PR 캠페인을 출시하는 기업은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의 손에 미래를 맡긴다. 자사가 어떤 기업인지, 무엇을 판매해야 할지, 어떤 판매 접근법을 활용해야 할지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 미디어의 몫이다. (p.354)
즉 저자는 기업 스스로 이미지를 제시하지 말고, PR 캠페인을 통해 부여된 이미지를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볼보가 PR 캠페인을 통해서 ‘안전’이라는 이미지를 얻은 것처럼 말이죠. 과연 PR을 통해 이미지를 부여받는 것이 광고를 통해 이미지를 제시하는 것보다 확률이 높을까요? 광고보다 PR을 통해 한 단어를 소유하는 것이 쉬울까요? 저자는 광고는 아무리 열심히 꾸며도 믿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PR을 통해 신뢰를 바탕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라는 것인데, 만약 광고를 믿게 한다면 어떨까요?
<e편한세상 광고 중 ‘진심의 시세’편>
이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이 광고 캠페인은 시장에서 매우 강력하게 기능한 광고 중 하나입니다. ‘톱스타가 나옵니다. 그녀는 거기에 살지 않습니다. (…) 저희가 찾은 답은 진심입니다. 진심이 짓는다.’ 이 광고는 톱스타가 나오고 유럽의 성 그림이 나오던 기존의 광고들을 바꿀 만큼 강력하게 기능했으며, ‘진심’이라는 단어와 브랜드를 연결했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에게 ‘진심’이라는 단어를 제시하고, 생각나는 아파트를 묻는다면 ‘e편한세상’을 답하지 않을까요? 저자의 말대로 광고는 신뢰받기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위의 광고를 믿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회사는 진심으로 안 짓나? 진심으로 짓는지 어떻게 알아?’라고 말이지요. 그래서 다시 광고를 통해 소비자가 믿게끔 했습니다.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실제로 전국의 e편한세상 아파트를 사례로 광고를 제작한 것이죠. 그 중 하나가 아래 그림입니다.
<e편한세상 광고 중 ‘10cm의 진심’편>
위의 광고는 10cm 넓은 실제 주차장으로 기업의 ‘진심’을 증명하려는 광고였습니다. 이 광고가 나간 뒤 2010년 4월 3일에는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10cm가 톱스타를 이겼다.’ 이는 광고의 힘이 과거에 비해 약해진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브랜드 구축에 있어서 광고가 강력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광고 이전에 기업이 실제로 광고의 내용처럼 아파트를 건설했기 때문입니다만)
저는 이 같은 이유로 저자의 모든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이 미국에서는 2002년에 출간되었기 때문에 보충되어야 할 부분도 보이고요. 그리고 많은 마케팅 이론들이 그렇듯 저자 주장에도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많이 있습니다. 마케팅 대가라고 해서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죠. 그래서 저자가 <경영자 VS 마케터>라는 책도 써냈고요. 이 책 <홍보 불변의 법칙> 역시 마찬가지로 무조건 수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광고의 역할과 PR의 역할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광고와 PR의 본질적인 역할을 말이에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