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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전략가입니까 - 세계 0.1%에게만 허락된 특권,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전설적 전략 강의
신시아 A. 몽고메리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더스북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

 

 기업이 성공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들은 정말 넘쳐납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일명 ‘필독서’라고 불리는 책들만 해도 무척 많습니다. 톰 피터스의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나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같은 책들 말이에요. 그러면 이제는 기업이 성공에 이르는 길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확실한’ 책이 나올 만도 한데, 그런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수많은 경영도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걸 보면 말이죠. 한쪽 끝에는 이제 막 시작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쪽 끝에는 성공한 기업이 있고요. 많은 경영도서들은 성공한 기업이 걸어간 길을 차근차근 밟아 나가면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기업도 성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뚜렷한 목표, 고객지향,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 등과 같은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들어가면서 말이죠.

 

 그런데 저는 솔직히 그 이야기를 그리 믿지는 않습니다. 결코 성공한 기업의 방법을 세세한 것까지 모두 따라간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공한 기업과 이제 막 시작하는 기업은 시간적·공간적으로 다르며, 환경적인 요소도 다르기 때문이죠. 그리고 기업이 아무리 철저한 전략을 바탕으로 시장에 진입한다고 해도 결코 기업이 어쩔 수 없는 요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우연’과 같은 것들 말이에요. 이 책 <당신은 전략가입니까>의 저자 신시아 몽고메리 교수 역시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기도 한데요, 저자는 많은 경영자들이 자신감이 지나쳐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복잡하거나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나 상황은 없다’는 믿음에 빠진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이를 ‘슈퍼-경영자의 신화’라고 부르고요. 즉 아무리 뛰어난 경영자 혹은 기업이라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요인들이 세상에는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를 인지하고 해당 산업 환경을 철저히 파악하고 전략을 구축하라는 것이죠.

 

 철학자 마르타 누스바움(Martha Nussbaum)은 시스템의 균형을 ‘불안정한 완전함’이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이렇게 지적한다.

 “모든 우발적 사건을 견뎌낼 수 있는 수밀(水密)선박을 건조하기는 불가능하다. 사람의 인생에서도 제멋대로의 우연을 제거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런 우연을 제거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당신은 전략가로서 ‘제멋대로의 우연’을 감수해야 한다. (p.264)

 

 저자는 기업이 진출하려는 산업이 어떤 산업인지, 통제 불가능한 요소들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매력적인 산업인지 등을 철저히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할 것을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를 파악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 (너무 잘 알려진)마이클 포터의 ‘5 forces model’을 들고 있습니다. 기업들 간의 경쟁, 부품 공급업체의 세력, 고객의 세력, 진입과 퇴장의 장벽, 대체 상품의 이용가능성과 같은 경쟁요인들을 파악하고, 이 요인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전략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임을 강조합니다.

 

<마이클 포터의 5 forces model>

 

'목적'

 

 기업을 둘러싼 환경을 이해했다면, 다음은 ‘명확한’ 목적입니다. 주어진 환경 내에서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절대요건’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적에서 시작한다는 것이죠. 진부한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기업의 목적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대부분의 경영 도서에서 하는 이야기이죠.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구성원들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기업의 목표와 이어지게 하라는 이야기 말이에요. 사실 저도 조금 진부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기업의 목적이 구체적이고 명확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를 보여주는데, 그것이 조금 놀라웠습니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적을 가진 기업은 성공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실패를 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지 목적만으로도 그 기업이 무슨 기업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 무척 놀라웠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거든요. 책에 나온 사례를 보면 이렇습니다.

 

 ______는 세계의 모든 운동선수들에게 영감과 혁신을 가져다준다.

 

 ______는 점점 많아지고 있는 새로운 사이트에서 더욱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빠르고 훌륭하게 온라인 검색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______그룹은 그룹 내 브랜드와 관련된 모든 세분화된 시장에서 최고의 수준과 뛰어난 품질에만 집중하는 유일한 자동차&오토바이 제조업체이다. (p.166)

 

 위의 세 가지 목적에서 ______에 들어갈 각각의 기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답은 나이키와 구글, BMW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예상했던 기업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다소 놀라신 분들도 계실 것 같고요. 정답이 생각 밖의 기업이라 놀란 것이 아니라, 의외로 쉽게 맞출 수 있었다는 데에 말입니다. 기업의 목적은 대부분 추상적인 표현이 가득하고, 대체로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같은 산업 내의 기업이라면 한 기업의 목적을 다른 기업들이 모두 똑같이 내걸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기업의 목적은 그저 구호에 그칠 뿐, 별로 중요치 않다고 생각하게 되고요. 그런데 위와 같은 사례를 보게 되면 조금은 생각이 달라집니다. 목적만으로도 기업을 구별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기업이 소비자의 마음속에 명확한 이미지를 심어 놓았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모든 기업이 그토록 바라는 것이기도 하고요. 물론, 나이키와 구글은 각 산업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기업이고, BMW 역시 자동차 산업에서 최상위에 속한 기업입니다. 따라서 이 세 기업들이 위와 같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갖고 이를 제대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이 세 기업을 떠올린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각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기 때문에 떠올린 것인지는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만, 어쨌든 저자의 말대로 기업의 목적만으로도 구분을 가능한 것은 사실이죠.

 

 신시아 몽고메리 교수는 위와 같이 소비자가 목적만으로도 그 기업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적을 구축할 것을 주장합니다. 그리고 기업의 모든 활동이 그에 맞춰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전략바퀴’라는 도구를 통해서 가치창출 시스템이 기업의 목적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 시각적으로 표시하고 기록해볼 것을 주문합니다. 전략바퀴는 아래의 그림과 같습니다.

 

<전략바퀴의 구성(p.179)>

 

 그림에서는 재무, 연구개발, 정보 시스템 등으로 표시되었지만, 꼭 그림과 같은 구성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위와 같이 모든 활동이 기업의 목적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 시각적으로 그리면서 조정하라는 것입니다. 이 책에 나온 구찌의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업의 목적: 유행 선도, 높은 품질, 바람직한 가격

 

상품: 현대적인 패션과 훌륭한 품질의 상징-가죽 제품, 기성복, 액세서리

 

디자인: 젊어진 이미지, 유행에 초점을 맞춤, 현대적이고 날렵하고 섹시하다, 포드(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시각적인 모든 것을 책임짐

 

가격: 명품보다 30퍼센트 인하된 가격

 

마케팅: 브랜드 재정립; 포드를 스타로 만들다, 광고비를 매출의 7퍼센트까지 늘리다, 기성복을 통해 브랜드를 통일하다

 

매장: 새로운 개념을 반영하도록 매장을 개조, 국제적인 유통 플랫폼을 직영 매장으로 보강, 업그레이드된 서비스

 

공급망: 수준 높은 솜씨, 융통성 있는 제조와 통합된 모델, 이탈리아 납품업체로 이루어진 광범위한 연결망, 25개의 선발된 파트너

 

재무와 관리: 기업공개, 관리자에게 스톡옵션 제공, 잘 훈련된 노동 자본 관리

 

인사: 드 솔레-포드 팀, 실적 중시 문화, 능력에 따른 보너스 지급

 

고객: 지역 고객 & 세계 고객, 유행을 의식하고 도시적이고 외모가 젊다. (p.144)

 

 이러한 전략바퀴를 만드는 것은 단순히 있는 것을 확인하려는 의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사업에 대해 시간을 두고 생각하면서 실제로 무엇이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더 나아가 무엇이 더 있을 수 있는지 구상하는 것(p.181)임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는 당연히 즉각적인 실행으로 이어져야 하고요.

 

'변화'

 

 이는 전략은 쉼 없이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전략이라는 것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달성시키는 수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설사 그것이 완벽하게 구축된 전략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고정된 전략이라면 결코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전략의 변화를 무척 쉽게 설명한 이야기가 있어 적어 보겠습니다.

 

 … 고대 그리스의 역설이다. 영웅 테세우스(Theseus)는 크레타섬의 미노타우로스(Minotaur)를 살해한 뒤 아주 낡은 배를 타고 아테네로 돌아갔다. 항해 중에 널빤지가 하나씩 썩어 무너질 때마다 튼튼한 새 목재로 대체하다보니 결국 배의 판자를 모두 다 바꾸게 되었다. 판자를 다 바꿨을 때 그 배는 예전과 같은 배인가? 만약 같은 배가 아니라면 어떤 시점에, 어떤 판자에서 그 배의 정체성이 바뀐 것인가? 플루타르크(Plutarch)는 이 역설을 ‘자라는 것들에 대한 논리학적 질문’이라 불렀다. (p.240)

 

 여기서 테세우스의 배는 아테네로 향하면서, 동시에 배를 수리(변화)합니다. 즉 기업이 어느 시점에 달하면 모든 것을 바꾸고 새로운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방향으로 나아감과 동시에 끊임없이 전략을 수정하고 재구축하라는 것입니다. 마치 테세우스의 배가 널빤지를 하나씩 교체해 나간 것처럼 말이죠. 한 번에 모든 널빤지를 교체해야 한다면 모두 교체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이때의 변화는 무작정 새롭고, 더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위해서가 아니라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어찌할 수 없는 환경과 상황’이 변하기 때문에 이에 따라서 전략 역시 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전략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전략가란 무엇인지, 그렇다면 전략가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에 관련된 내용도 다루고 있습니다만, 저 나름대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감이 아니며, 목적은 그 기업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는 없다는 것. 이 세 가지만으로도 저에게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책이었습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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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2 10: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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