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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적의 비밀 - 이스라엘은 어떻게 벤처 왕국이 됐을까?
이영선 지음 / 경향BP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작년 말에 치러진 대선에서의 화두는 단연 ‘경제민주화’였습니다. 두 정당 모두 경제민주화를 외쳤죠. 그리고 어제(2월 21일) 발표된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서도 중소기업을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키우고, 원칙에 따라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즉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 시켜 고용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죠. 또 대한상공회의소는 2015년까지 중견기업을 2배(약 3,000개)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 다소 회의적입니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위와 같은 목표들이 쉽게, 그리고 단기간 내에 실현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죠.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 등을 통해서 창업과 중소기업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창업이나 중소기업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을 따라 쉽게 변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한 경제연구원과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20~30대 700명에게 ‘가장 선호하는 직업’을 조사한 결과, 1위로 공무원(27.9%)이 꼽혔습니다. 공무원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공무원을 택한 이유가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냐는 것이죠. 제 눈에는 사회가 불안정하고 노후에 대한 걱정 등을 이유로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고슴도치가 궁지에 몰리면 살기 위해 몸을 움츠리고 가시를 세우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현상과 분위기는 금세 바뀌기 어렵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에서 최근 이스라엘에 관련된 도서들이 심심찮게 출간되는 듯싶습니다. 양극화 문제와 고용문제 등이 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혁신과 창의성이 화두가 되면서 ‘벤처왕국’이라는 이스라엘에도 관심이 높아진 듯 보입니다.

 

 <경제기적의 비밀>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벤처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문화, 사회,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설명을 저 나름대로 요약하자면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사회·문화적인 요인입니다. 그리고 이는 역사적인 요인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역사적인 이유로 오랫동안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았습니다. 그 후 1948년에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건국되면서 세계 각지에 후손들이 모여들게 되었습니다. 이때 세계 곳곳에서 쌓인 경험과 ‘다양한’ 지식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타의에 의해 전 세계에 흩어져 살게 되었지만 유대교라는 민족 통합의 종교적 사상 아래에서 현지에 동화되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의 다양한 경험은 그들이 다양성을 갖는 데 도움을 주었다. 전 세계 어느 곳에 가더라도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그들은 가는 곳마다 핍박을 받았다. 핍박은 그들이 어려운 외부 환경에도 버틸 수 있는 내성을 길러줬다. 그들은 살기 위해 그들만의 국경 없는 유대인 네트워크가 필요했다. -중략- 그리고 국가라는 보호막이 없는 상태에서 개인의 역량만으로 살아가야 했기 때문에 일찍이 교육에 눈을 떴다. (p.92)

 

 간단히 말씀드리면 세계 곳곳에서 쌓인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유대교라는 ‘하나의’ 종교적 사상 아래 모여 경제발전을 이루어 냈다는 것이죠. 물론 교육적인 측면의 요인도 있고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교육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유대인에 대해서는 꽤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탈무드>부터 시작해서 유대인의 교육과 관련된 책만 해도 상당하죠. 그리고 이와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교육적인 면에서는 우리나라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IQ(intelligence quotient: 지능지수)로 보나, 각종 경시대회나 성취도 평가를 보더라도 그렇다는 것이죠. 이 책의 저자 역시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유대인은 전 세계 인구의 0.2%로 노벨상의 22%를 받았습니다. 사진은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알버트 아인슈타인(좌)과 1970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새뮤얼슨(우)>

 

 학업 성취도에서도 한국이 낫다. OECD는 2000년부터 3년마다 회원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학생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PISA(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보고서를 발표하는데 조사 대상은 만 15세 학생이며 읽기, 수학, 과학 등 세 분야에 대해 평가한다. 2009년에는 총 65개국의 약 47만 명을 대상으로 평가가 실시되었다. 조사 결과, 한국은 읽기 2위, 수학 4위, 과학은 6위를 기록하면서 최상위의 수준을 보였다. 반면 이스라엘은 읽기 37위, 수학 42위, 과학 42위를 기록하는 등 세 영역 모두 OECD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p.37)

 

 이외에도 지난 2012년 고교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등 우리나라는 각종 경시대회에서 최상위의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학생’에 한해서입니다. 대학생 혹은 성인이 된 후에는 모르는 것이죠. 실제로 올 초에 중국의 상하이 교통대학이 발표한 ‘2013년 세계대학 랭킹’ 수학 부문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200개 대학 중 서울대학만이 151~200위권에 올랐을 뿐 다른 대학들은 아예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고등학생일 때에는 1·2위의 최상위권이었던 것이 고작 몇 년 만에 하위권으로 바뀐다는 것이죠. 각종 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을 자랑스러워만 하지 말고, 왜 그 좋은 성적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지 묻는 자세가 더욱 필요할 듯싶습니다. 이런 문제만 잘 해결해도 유대인의 교육을 부러워할 일도 줄어들 것이며, (우리가 그토록 부러워하는)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담이 다소 길었습니다. 이스라엘이 벤처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두 번째 요인은 정치·경제적 요인입니다. 주변국과의 끊임없는 마찰은 방산산업과 같은 특정 산업이 발달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부족한 자원은 일찍이 신재생에너지 산업이나 수출산업을 육성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입니다. 미국과의 관계도 큰 몫을 했고요.

 

 방산은 원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시작했으나 이제는 훌륭한 수출산업이 되었다. -중략- 그러나 가장 큰 수입원은 GDP의 6%를 벌어들이는 기술 수출 및 기술기업의 국외 매각이다. 특히 정보통신 분야에서 기술개발이 활발하다.

 둘째, 이스라엘은 석유가 나지 않아서 산유국인 중동국가와 경제구조가 다르다. 이스라엘은 건국 때부터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여 탈석유 시대를 준비해왔다. 이스라엘에서는 태양열 발전과 에너지 절약 산업이 자생적으로 발전했다. 물이 부족해서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기술도 발달했다. (p.206)

 

<주변국과의 마찰은 방산산업의 발전하는 계기가, 부족한 자원은 일찍이 태양열 산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수입원은 기술 수출 및 기술기업의 국외 매각입니다. >

 

 이를 종합해보면 결국 이스라엘은 역사적 아픔이나 자원부족과 같은 약점(?)이 지식과 경험의 다양성 및 특정 산업의 발달이라는 이스라엘의 강점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자원이 부족하고,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정면교사로 삼고, 버려야 할 부분은 반면교사로 삼을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겠죠. ‘取捨選擇(취사선택)’의 자세가 요구된다고 하겠네요. 예를 들어, 이스라엘은 (내수시장이 작고, 상용화 경험이 없어)벤처기업을 꾸준히 키워서 대기업으로 육성시키기보다는 기술개발이 어느 단계에 이르면 다국적기업에 매각(선공한 벤처기업의 80%)한다고 하는데(p.214), 이는 한 번 생각해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고요. 그리고 유대인들이 과거에 홀로코스트라는 아픈 역사가 있으면서도, 이제는 반대로 그들이 종교와 인종을 이유로 차별하는 윤리적인 태도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이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에 와서 차별적인 대접을 많이 받았다. -중략- 학교에서 차별받던 한 어린이가 흰 피부를 만들기 위해 욕조에서 표백제로 목욕하는 것을 엄마가 발견하고는 아이를 부둥켜안고 울었다는 일화도 있다. 1996년에는 이스라엘 혈액은행이 에이즈 우려 때문에 에티오피아 유대인에게 받은 혈액을 몰래 폐기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엄청난 반발을 샀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과를 하고서야 겨우 진화가 되었다. - 중략- 유럽과 중동에서 핍박받았던 유대인들이 늦게 온 에티오피아 유대인들을 차별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p.56)

 

 이 책은 비교적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게다가 저자가 KOTRA에서 근무 중인 우리나라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도움이 되고요. 다만, <경제기적의 비밀>이라는 이 책의 제목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체 네 개의 장에서 경제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장은 4장뿐이니까요. 아마도 역사, 문화, 정치, 경제적 특성들이 모두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고, 그 때문에 이를 모두 이야기하려다 보니 다소 깊이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의 경제기적을 알고자 하는 분들은 조금 실망하실 수 있으나,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이해하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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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4 11: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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