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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
해리 S. 덴트 & 로드니 존슨 지음, 권성희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2013년에 접어드니 서점 가에는 미래를 전망하는 도서들이 눈에 띕니다. 그리고 신문과 뉴스에는 2013년의 경제를 예측하는 기사들이 보이고요. 어제도 세계은행(WB)이 올해(2103년) 세계경제가 2.4퍼센트 성장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지난 11일에는 한국은행이 2013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퍼센트에서 2.8퍼센트로 하향 조정했고요. 그러나 이러한 전망과 예측들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을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각종 예측과 전망이 어김없이 빗나가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만큼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짐작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정확하지는 못해도 전망치를 계속 수정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경제의 방향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망치를 계속 낮춘다는 것은 그만큼 안 좋은 소식들이 들려온다는 것일 테니 말이에요.

 

 이렇게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힘든 가운데,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 가능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인구통계’입니다. 인구통계는 전쟁이나 중세 유럽의 흑사병처럼 대재앙이 일어나지 않는 한 어느 정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당장 수십만, 수백만의 20대, 30대가 생겨날 수도 없는 것이고요.

 

 이 책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의 저자 해리 덴트와 로드니 존슨은 인구통계와 사람들의 소비를 바탕으로 현재의 경제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다릅니다. 그것은 분명하지요. 하지만 그만큼 보편성을 갖습니다. 예를 들어, A와 B라는 사람은 좋아하는 음식부터 음악까지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러나 A와 B 두 사람 모두 교육을 받고, 직장에 다니며 일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결혼을 할 것이고, 아이를 낳고 집을 마련할 것입니다. 이러한 생활주기와 그에 맞는 사람들의 소비를 통해 경제를 분석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상식만으로도 나이와 생애 단계별로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구매할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미니밴은 통상 23세 미혼 남자가 구매할 만한 자동차는 아니다. 대신 어린 아이가 있는 부부라면 미니밴을 구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0대용 브랜드 의류는 40대 부부가 자녀에게 사주는 것이지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가 있는 20대나 30대 초반의 부부가 구입하지는 않는다. 아침식사용 시리얼을 가장 많이 사는 시기는 보통 가장의 나이가 30대 후반일 때다. 28~32세 때 아이가 태어났다고 가정한다면 이때 자녀의 나이는 시리얼을 가장 왕성하게 먹는 6~10세가 된다.

 자녀들이 집을 떠나면 가정의 목표가 바뀌게 된다. 더 이상 새로운 가전제품이나 가구, 큰 차, 브랜드 의류가 필요하지 않게 된다. 이때부터는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머지않아 퇴직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p.65)

 

 이 같은 저자의 주장은 과거 일본이나 현재 미국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시장에 쏟아 붓는 양적완화 정책에도 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설득력을 갖습니다. 그러면 저자는 과연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요? 장기적(수십 년 후)으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매우 어렵습니다. 적어도 2020년대 초중반까지는 세계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흥국들은 선진국들에 비해 다소 높은 성장률을 보일 수 있으나 선진국의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신흥국들만 고공 행진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이를 저자는 ‘경제의 겨울’이라고 합니다. 물론, 겨울 뒤에는 다시 봄이 찾아오고요.

 

<저자는 세계경제가 향후 수십 년 동안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른바 ‘경제의 겨울’에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물론, 겨울 뒤에는 다시 이 오고요.>

 

 그러면 저자가 위와 같이 경제를 예측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미국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가장 많이 지출하는 시기는 지났고요. 즉, 미국 소비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가장 지출이 많은 시기(40대 중후반)가 지나면서 소비를 줄이고 있으며, 은퇴를 대비해 저축을 늘리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뒤를 이을 세대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대체할 구매력이 없고요.

 

 베이비부머가 지금 원하는 것과 앞으로 하려는 일은 과거와 다르다. 그들의 목표는 더 이상 소비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이런 종류의 경제활동에 의존해서는 결코 경기 부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베이비부머들은 탄생 이후 줄곧 ‘아니요’라는 말을 모르는 것처럼 적극적이고 활기차제 자신들의 욕구를 추구했다. 지나치게 자신들의 욕구 충족에 집중했기 때문에 ‘나 중심 세대(Me generation)’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 (p.237)

 

 여기에 더해 우리가 알고 있듯이 2000년대에 급증한 미국의 거품과 부채문제도 있고요. 또한, 고용시장과 주택시장 역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이러한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경제가 다시 활력을 되찾으려면 최소 2020년 이후(베이비부머 세대의 다음 세대가 소비시장을 이끌 시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 현재 세계경제에서 또 하나의 큰 축으로 자리하고 있는 중국은 어떨까요? 간단히 말해 저자는 중국을 ‘시한폭탄’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급과잉으로 인해 심각한 거품이 형성돼 있다는 것입니다. 생산설비에서부터 부동산, 인프라, 금융까지 모두 말이에요. 여기에 더해 인구구조가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중국의 인구구조적인 추세는 대략 2015년에 정점에 도달한 뒤 그 수준에서 정체된 채 유지되다 2025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이 같은 인구구조적인 하강은 유럽과 비슷한 속도이며 미국보다는 확실히 더 빠른 것이다. (p.277)

 

 저자는 앞서 말한 중국의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려면 최소 10년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인구구조가 하강하는 시기에 접어들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중국이 앞으로 향후 수십 년간 경제규모 면에서 세계 2위의 자리를 지킬 수는 있을지 몰라도, 세계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계속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중국의 과잉 생산 능력은 전세계에 또 다른 형태의 ‘부채 시한폭탄’으로 디플레이션 위기를 재촉하고 있다. (p.275)>

 

 미국과 중국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출의 비중이 큰 신흥국들 역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요. 여기까지가 저자가 바라본 세계경제의 미래입니다.

 

 솔직히 조금 아쉽습니다. 이는 미국경제의 미래지 세계경제의 미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매우 큽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를 넘어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체 11장 중에서 8장만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미래를 이야기하니 말이에요. 그래서 원제목을 찾아보니 <The Great Crash Ahead>이더군요. 직역하면 ‘앞으로(다가올)의 대충돌’쯤 되나요? 아무튼 ‘세계경제의 미래’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에 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물론, 인구구조와 소비를 통해 경제를 분석하고 이해하고 예측하는 저자의 접근방식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다소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전 세계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이를 잘 견뎌내기 위해 개인에게 많은 조언을 합니다. 채권과 부동산, 주식시장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말에요. 그런데 이렇게 추천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공매도’입니다(다소 ‘공격적인 투자가와 트레이더라면’이라고는 하나). 공매도(空賣渡,short stock selling)는 간단히 말해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채 매도 주문을 내 (주로)초단기 매매차익을 올리는 기법입니다. 이러한 공매도는 투기성이 짙은데다 시장조작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 국가별로 엄격한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는 공매도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요. 그런데 공매도를 권하다니요.

 

 또한, 기업에는 사람을 최대한 기계로 대체해 인건비를 줄일 것을 권합니다. 경제의 겨울에는 기업이 구직자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 서기 때문에 고용을 최대한 늦추면 정부로부터 고용에 대한 각종 지원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며, 파산하거나 위기에 처한 경쟁기업의 유능한 인재들도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합니다.

 

 물론 경제가 워낙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업과 개인 모두 살아남기 위해 다소 이기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다면 이 책의 마지막까지 이기적인 관점에서 조언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에게 주식 시장에서 ‘공매도’를 추천하고, 기업에는 사람을 기계로 대체하고, 고용을 최대한 늦추라는 식의 조언을 하고서는 마지막에 상생과 화합, 그리고 ‘우리’를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을 통해 전지구적인 정치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더 넓고 커진 글로벌 경제를 구축해 노후화하고 있는 선진국과 앞으로 더 많은 성장을 일궈낼 젊은 신흥국 모두가 상생 협력하는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p.405)

 

 이 버블과 위기에서 당신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돌아보라. “내가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고, 비판받지 않기 위해서는 비판하지 마라!” 이번 위기에서 자신의 생존과 번영에만 급급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도 도와주라. 남을 돕는 것을 개인적인 사명으로 여기며 그를 회사 안에서든, 밖에서든 자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자기 사업이라 생각하라. (p.406)

 

 2013년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다신 한 번 미국을 이끌게 되었고, 일본은 새로운 총리가 취임했으며, 중국도 새롭게 시진핑 체제가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수출이 아닌 내수 중심의 경제성장을 일궈내겠다고 발표했고요. 우리나라 역시 새로운 대통령과 새 정부가 출범합니다. 과연 이 책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의 저자의 전망이 얼마나 들어맞을지, 그리고 저자의 주장대로 세계가 흘러갈지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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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1 09: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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