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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이라는 착각 - 대한민국 양극화 쇼크에 관한 불편한 보고서
조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최근, 아니 얼마 전부터 중산층을 살리자는 것이 사회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있습니다. 또 한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임기 내 중산층의 비중을 70퍼센트까지 끌어 올리겠다 합니다. 그러면 도대체 중산층이란 무엇일까요? 이 책 <중산층이라는 착각>의 저자 조준현 교수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중산층의 사전적 의미는 소득 수준이 중간이라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의 중산층이란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중산층이란 그럴 듯한 집에서 괜찮은 자가용을 굴리고 아이들 교육비에 대해 크게 걱정을 하지 않으며 풍요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는 그런 계층이다. 당신은 과연 그런 중산층인가? (p.4)

 

 즉 사전적 정의는 수득 수준이 중간이라는 말이지만, 우리가 인식하고 느끼는 중산층의 의미는 적당한 내 집을 보유하고 중형급 혹은 중대형급 자동차를 굴리고, 자녀 교육에 대해 큰 부담을 갖지 않으며, 저축, 재테크 등을 통해 노후 준비를 착실히 해가며, 문화생활도 즐길 줄 아는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중산층 역시 그렇고요. 하지만 이는 불가능해 보이고, 앞으로도 힘들 것 같습니다.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죠. 이 역시 이 책 전체에 걸쳐 저자가 주장하는 바입니다.

 

 어제 12월 10일 자 어느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났습니다. 빚 때문에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가구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이런 기사는 최근 부쩍 늘어난 것 같습니다. 자주 보이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어 하우스푸어니, 깡통 아파트니 말이죠. 그리고 도산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고도 하고요. 이렇게 건축시장이 어려움을 겪다 보니 이와 관련된 산업(예를 들어 가구시장)도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는 그대로 소비자 즉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하고요. 그래서 정부는 양도세 감면이니 DTI 규제 완화니 하며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보입니다. 집값이 떨어져 힘든 사람이 많은지 평생 내 집 하나 마련하지 못해 빚에 허덕이는 사람이 많은지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죠.

 

 과연 아파트 값이 떨어져서 가난한 사람은 누구인가? 아파트 값이 떨어져 손해를 봤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억 원의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다. 많든 적든 그중에는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더 가난할까?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데 값이 떨어져 슬픈 사람들인가, 그런 아파트조차 한 채도 갖지 못한 사람들인가? (p.111)

 

 집값이 떨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위기에 처한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저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집값은 너무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죠. 만약 투자가 투기가 아닌 ‘진정 자신이 살고자 하는 집’으로 주택을 구매했다면 값이 오르고 떨어지는 것이 그리 큰 문제일까요? 어차피 계속 살 집인데 말이에요.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시는 분들 역시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빚만 늘어나는 상황도 있다고요. 이에 대해 저자는 일침을 가합니다. 자신의 부담 수준을 고려치 않고 주택을 구매, 그것도 앞으로 주택가격이 오르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구매한 사람들은 이미 선량한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말이에요.

 

 또한, 이러한 문제들은 대체로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하늘 높이 치솟았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얘기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일을 마치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문제인 것 마냥 정부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주장입니다.

 

 요즘 ‘집 가진 죄인’이니 ‘하우스푸어(house poor)’sl 하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아파트 가격은 하락하는데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아파트를 팔려는 이들이 걱정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 사람들의 착각 가운데 하나가 서울의 문제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이다. -중략-


 아무튼 말이 나온 김에 도대체 아파트 값이 얼마나 떨어졌는가 살펴보자. 서울의 대표적인 재개발 지역에 속하는 은마아파트의 경우 30평형 가격이 한때 10억 원을 넘었으나 지금은 9억에 불과하다고 한다. 불과 1년 만에 아파트 값이 1억 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어마어마한 가격 폭락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난 2001년 이 아파트의 가격은 3억 원도 안 됐다. 그러니 정확하게 말하면 이 아파트의 가격은 불과 1년 만에 1억 원이나 떨어진 것이 아니라, 불과 10년도 안 돼 6억 원 너머 상승한 것이다. 과연 이것이 정상적일까? (p.110~111)

 

 저자는 이처럼 부동산 시장, 정확하게는 내 집 마련처럼 우리를 힘들게 하는 대한민국의 경제적 문제들을 하나하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자리 문제, 소득불균형 문제, 사회복지 문제, 부동산 문제, 교육·양육 문제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들이 어떻게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악화되어 가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빠져나오려 할수록 더욱 빠져드는 ‘개미지옥’에 비유하면서 말이에요.

 

<자꾸 무너져내리는 개미지옥처럼 대한민국의 현실 그들의 몸부림을 헛된 것으로 만들고 있다. (p.74)>

 

 이 책은 전체 348페이지에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48페이지 중에서 306페이지가 앞서 말씀드린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인 수치와 통계자료들을 바탕으로 말이에요.(이 책 자체가 하나의 통계집이라고 해도 될 만큼 말이죠.)

 

 그런데 저는 역설적이게도 이런 통계적인 수치보다는 전체적인 방향에 의미를 두고 읽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자 역시 그렇게 말하고 있고요. 그 이유는 통계 수치라는 것이 정확하고 명료해 보이지만, 사실 그 수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통계 수치에 영향을 준 무수히 많은 요소를 전부 고려하며 이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책에는 이런 설명이 있습니다.

 

 2007년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금융부채 비율은 3년 만에 10%포인트나 늘어났는데, 같은 기간 미국은 13%포인트 감소했으며 영국과 일본, 독일 등도 3~12%포인트 감소했다. (p.101)

 

 이를 보면 마치 다른 국가들은 개선되어 가는데 우리나라만 악화됐다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금융위기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가계부채가 13%포인트 감소한 것은 미국 국민의 저축을 늘리고 지출을 줄여 부채가 감소했다기보다는 민간부문의 부채 상당 부분을 미국 정부가 흡수했기 때문이죠. 따라서 구체적인 수치보다는 우리나라 가계 부채가 최근까지 빠르게 늘어났고, 현재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는 사실과 경제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통계 수치들의 원인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책에는

 

 빚을 갚기 위해서는 저축을 해야 할 텐데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은 3.9%로 OECD 회원국의 평균인 5%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30%가 넘는 저축률로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과 함께 저축 모범국가로 불렸던 우리나라가 지금은 가계적자가 늘다 보니 저축은커녕 빚이 빚을 내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p.102)

 

 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는 엄연한 사실이고요. 그러나 저축률이 줄어든 원인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비문화가 바뀌고 저축에 대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뀐 것도 사실이나, 저는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저축방식의 변화 말이죠. 과거에는 금리(이자율)가 높아 적금만 열심히 부어도, 어느 정도 목돈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높은 금리 덕에 전세 물량 역시 안정돼 있었고요. 하지만 이제는 금리가 너무 낮아 적금 같은 저축 수단만으로는 큰돈은커녕 물가 상승을 만회하지도 못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부동산, 주식, 펀드, 연금저축보험 등 다른 수단으로 자금이 흘러들어 간 이유도 있다는 것이죠. 몇 년 전만 해도 각종 서점의 베스트셀러에는 재테크 관련 도서가 넘쳐났었잖아요. 이처럼 낮아진 저축률에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통계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스스로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는 자세 또한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칫 이 책의 단점 혹은 부족한 점으로 비칠 수 있는 부분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 책은 348페이지 중에서 306페이지가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이러다 보니 결론 혹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분량이 그만큼 적어 보일 수 있다는 것이죠. 내용마저 원론적인, 혹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니 말이에요. 저 역시 살짝 아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목적은 정치적인 해결방안과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전체에 걸쳐서 저자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마도, ‘복지와 정책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꾸고(예를 들어 증세에 대한 생각, 보편적 복지에 대한 생각 등), 대한민국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필요하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떨어지는 바위를 끊임없이 산 정상으로 올려야 하는 형벌의 시시포스(Sisyphus)처럼, 시시포스의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시시포스의 노동에서 가장 절망적인 것은 무엇일까? 힘들고 괴로운 노동의 가혹함보다 더 절망적인 것은 바로 이 노동이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양극화 함정에 빠진 대한민국의 빈곤층에게는 삶 그 자체가 시시포스의 절망이다. 이런 삶에서 언젠가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조차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p.229)

 

<끊임없이 바위를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은 시시포스. 타치아노(1488~1576)작. 프라도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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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1 10: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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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1 18: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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