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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루이비통 - 마케터도 모르는 한국인의 소비심리
황상민 지음 / 들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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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두 기사는 얼마 전 인터넷 뉴스를 통해 접한 기사의 내용입니다.

 

 <성공 위해 화장하는 남자들>

 취업과 승진, 사랑 등을 위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화장을 하는 한국 남자들이 많아졌다고 AP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남성이 피부 관리에 지출한 돈이 4억 9천550만 달러(5천574억 원)로 세계 시장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남성 인구가 1천900만 명에 불과한데 화장품 시장 규모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이하 생략-

연합뉴스.9월 17일.

 

 <한국 등 亞남성, 피부미용에 돈 많이 써>

 중국과 일본, 한국 남성들이 피부 관리 제품의 아시아 시장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소비자연구단체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이 5일(현지시각) 언론에 보낸 그루밍(남성의 미용 패션 등 몸단장) 동향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전 세계 남성 피부 관리 제품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피부미용은 세계시장 연 매출 330억 달러(약 36조 6천억 원)의 남성 그루밍 산업에서 고속 성장하는 분야다. -이하 생략-

연합뉴스.10월 6일.

 

 이처럼 소비문화가 나라별,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나 제품을 수용하는데도 차이를 보이고요. 이 책 <대통령과 루이비통>의 저자 황상민 교수는 “한국인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는 무척 크나 그를 받아들이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p.251)”고 합니다. 그런데 제품이나 서비스를 일단 수용한 뒤에는 좀 달라지는 것 같아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을 개발하거나 컴퓨터를 개발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인터넷 문화를 형성한 국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고요. 또 하나 예를 들자면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나 지금은 거리마다 커피전문점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S사 450여개, C사 810여개, A사 650여개 등 총 1만 2000여개에 이른다고 합니다(총계는 2011년 기준, 각 브랜드별 수는 2012년 기준입니다). 2006년 1254개에서 무려 10배나 증가한 것이죠. 그리고 한국만의 독특한 ‘커피믹스’ 시장도 존재하고요. 이러한 점들이 소비문화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바로 이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 문화마다 소비행동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에 맞는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한국 소비자들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면, 이 책의 주제는 ‘모든 소비자는 다르다’입니다.

 

 가장 민주적이고 변화무쌍한 취향을 가진 복잡한 존재, 그것이 바로 인간이다. 덕분에 심리학자들이 오랜 연구와 다양한 실험을 거쳐 얻어낸 인간에 대한 수많은 정보들은 종종 무용지물이 되곤 한다. 100퍼센트 정확하지 않을뿐더러 상황에 따라, 이슈에 따라, 심지어 같은 사람이라도 기분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지는’ 탓이다. 심리학이라는 과학이 엄밀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마음과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p.139)

 

 이는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의 말과 일치합니다. 런던대학교 유니버시티칼리지(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심리학과의 애드리언 펀햄(Adrian Furnham) 교수는 불안할 때, 우울할 때, 화났을 때 소비가 더욱 쉽게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이런데도 여전히 소비자를 성별, 연령, 소득수준 등과 같은 기준으로 구분 짓고, 존재하지도 않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최고의 제품’을 찾아 봤자 소용없다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모든 소비자는 전부 다르다. 따라서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다음 그림에서 흰색원은 아이폰을 구매한, 파란색원은 갤럭시S를 구입한 사람을 나타냅니다.(※ 특정 브랜드명은 책에서 언급한 브랜드명입니다.)

 

 

 통계자료를 보고 아이폰은 주로 젊은 층이, 갤럭시S는 중·장년층이 선호한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이는 예를 들어 가정한 것이지 실제와는 다릅니다). 그러나 같은 아이폰, 갤럭시S를 구매하더라도 동기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폰과 갤럭시S를 통해서 충족시키고자 하는 자신의 욕구가 다를 수도, 선택의 이유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말이죠.

 

 

 똑같이 아이패드를 쓰는 대학생이라고 해도 그들의 동기와 목적, 심리는 다르다. 아이패드를 노트로 사용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전자책을 읽으려고 구매한 학생도 있을 것이다. 과시용으로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동일한 대학생 집단이고 동일한 제품(아이패드)을 사용하지만 소비행동은 다르다. 소비행동만 놓고 본다면 이들은 서로 다른 집단에 속한다. (p.90)

 

 따라서 단순히 기존의 설문조사에 기대서 소비자를 구분하고 전략을 세울 것이 아니라 좀 더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라는 것이죠.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작년에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11년 10대 히트 상품’에 선정된 꼬꼬면. 꼬꼬면이 등장하고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면서 ‘꼬꼬면 열풍’, ‘하얀 라면 열풍’, ‘빨간 라면 VS. 하얀 라면’ 등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빨간 라면에서 하얀 라면으로 소비자의 기호가 바뀐 것이 아니라 애초에 소비자는 그런 맛을 ‘무의식적’으로 원하고 있었고, 그 입맛에 맞는 꼬꼬면이 나왔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에 마케팅 효과 등이 더해지면서 ‘10대 히트 상품’이 되었고요.

 

 

 올해 들어, 하얀 라면의 인기가 시들었다는 기사가 종종 보도되었습니다. 실제로 꼬꼬면의 경우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올 4월까지 약 75%의 매출이 감소되었다고 합니다(2011년 12월 122억 원, 2012년 1월 86억 원, 2월 58억 원, 3월 54억 원, 4월 30억 원 ). 만약 앞으로 꼬꼬면의 매출이 어느 정도를 기점으로 하락을 멈추고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된다면, 그 숫자가 마케팅 효과 등이 빠진 후에 남은 ‘꼬꼬면이 입맛에 맞는 소비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되고요.

 

 그러면 소비자의 진정한 속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에서는 ‘마음 MRI 기법’을 제시합니다. 이는 ‘믿음이나 태도, 생각 같은 심리적인 부분이 유사한 성향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방법’입니다. 즉 제품이나 서비스 등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 반응 패턴이 유사한 사람끼리 묶는다는 것이죠. 5장에서 이야기하는 ‘SK 와이번스 팬’들의 사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천SK팬

 SK 와이번스의 팬이며 인천에 사는 사람들. 하지만 아직은 SK가 잘하니까 인천의 연고팀으로 인정해주는 정도. 마케팅 및 프로모션에 영향을 받으며, 목적지향적이고 경제적인 소비를 하는 집단.

 

 야구 마니아

 ‘야구’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 하지만 야구란 ‘경기를 기록하고 기록지를 보관하는’ 그런 활동이다. 야구장에는 가끔 가며, 실제로 경기를 관람하는 것보다 인터넷이나 컴퓨터에 담긴 다양한 경기 기록을 즐기기 좋아한다. 특정 팀을 응원하거나, 열정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우리 매형

 가족과 소풍을 가는 기분으로 야구장에 간다. 이들에게 야구장은 유원지나 가족 야유회 장소와 다름없다. 이들에게 야구의 승패는 중요치 않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즐거움, 이벤트, 편의시설 등이 매우 중요하다.

 

 장외감독

 이들은 거의 대부분 본인이 감독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야구장을 찾는다. 경기장에서는 물론, 시즌이 끝나도 인터넷이나 전화 등을 통해 구단에게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진정한 야구 마니아들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경기의 승패를 중요시 여기며, 선수관리 및 전략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옆집 아줌씨

 야구장에 가는 것을 콘서트에 가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 혼자야구장에 가지 않고 다른 사람들, 소위 계꾼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과 같이 ‘구경 가는 기분’으로 야구장을 찾는다. 같이 응원하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동조하는 성향이 높다. 야구를 공연, 예술 문화의 장소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열 번째 선수

 말 그대로 ‘열 번째 선수’이다. 그들은 자신이 구단의 일원이 된 것처럼, 마치 선수의 한 사람인 것처럼, 야구장을 찾고 응원한다. 구단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적극적이고 영양가 있는 관객들이다. 지방도 따라 가고 회사·학교도 빠지는, 이른바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 마인드다.

 

 위와 같이 여섯 집단으로 SK 와이번스의 팬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나누었을 때 각각의 집단에 맞는 마케팅 전략이 가능해진다는 것이죠. 이외에도 통신요금(6장), 디지털 소비(7장), 럭셔리 상품(8장)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도 이야기하는데요, 결국 소비자는 저마다 모두 다르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전의 서평에서 <소비 본능>의 개드 사드 교수가 주장하는 ‘보편성’의 중요성에 동의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개별성, 상대성, 차별성을 이야기하는 황상민 교수의 주장에는 반대하냐하면, 그것은 아닙니다. 한쪽에서는 보편성을 이야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개별성, 상대성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반드시 서로 대립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죠. 개별성과 상대성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밑바탕에는 보편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8장에서는 럭셔리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을 자급자족형, 격조형, 생활형, 자아표출형, 판타지형, 과시형, 무조건형, 아바타형으로 구분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8가지 분류에 속한 사람 모두 자신이 더 아름답거나 멋지게 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것은 보편성이죠. 따라서 이 책의 주장에도 동의하고, 개드 사드 교수의 주장에도 동의한다고 해서 그것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 책 <대통령과 루이비통>을 읽었거나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개드 사드 교수의 <소비 본능>을, <소비 본능>을 읽으신 분들은 이 책도 함께 읽으시면 도움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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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2 09: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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