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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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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설을 세웁니다. 그리고 그에 맞게 실험을 합니다. 결과를 도출합니다. 그것을 독자에게 쉽게 설명합니다. 다시, 다른 가설을 세웁니다. 그리고 실험을 합니다. 결과를 도출하고 설명합니다. 위 과정을 반복합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행동경제학 도서들은 대부분 위와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댄 애리얼리 역시 마찬가지죠. 이런 방식으로 전개되는 책들의 장점은 우선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개별적인 이야기들 위주로 설명되다보니 각 파트별로 틈틈이 읽어도 큰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독자들에게 뜻밖의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가 있습니다.

 

 반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개별적이고 단편적인 이야기와 이론들은 오랫동안 기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커다란 하나의 통일된 주제로 이야기를 엮어 나가지 않기 때문에 부분적인 내용들만 기억에 남기 쉽습니다(대부분의 책들도 그렇습니다만). 그래서 처음 접하는 몇 권의 책은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지 모르나 계속해서 읽다보면 ‘비슷한 내용인데, 결국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 같은 반응이 나올 수 있죠.

 

 저 역시 댄 애리얼리의 첫 작인 <상식 밖의 경제학>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다음 책인 <경제 심리학>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일정수준 이상의 인센티브는 오히려 업무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높은 인센티브의 함정), 사람들은 자신이 큰 노력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에는 대체로 고평가하는 경향이 있다(이케아 효과, 소유효과).’ 처럼 개별적인 이야기로 쉽게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이쯤하고, 하나의 통일된 주제로 엮어 나가는(다소 어렵더라도) 책을 써주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책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은 그런 저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행동경제학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부정행위와 거짓말’이라는 주제로 엮어낸 것이죠.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경제학 영역에서 부정행위에 대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상식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날 베커(게리 베커Gary Becker ; 시카고 대학 경제학자, 노벨상 수상자)는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약속 시간까지 시간이 촉박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약속 장소에 도착했는데 주차할 공간마저 찾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딱지를 떼일 각오로 불법주차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중에 그는 자신이 이런 행동을 하게 된 사고 과정을 곰곰이 생각해봤고, 자신이 내린 결정이 순전히 편익(주차 공간을 찾아 약속 시간에 늦지 않는 것)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비용(적발돼 벌금을 내는 것)을 분석한 결과임을 깨달았다. 베커는 또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을 하는 과정에서 자기 행동의 선악 여부에 대한 고려는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자기 행동이 낳을 결과의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를 비교하는 것이 전부였다.

 ‘합리적 범죄의 단순 모델(Simple Model of Rational Crime, SMORC)’은 이렇게 해서 탄생됐다. (p.14)

 

 즉 사람은 자신의 행동에 따르는 비용과 편익만을 고려해 편익이 큰 쪽을 택한다는 것입니다. 도덕적인 측면은 전혀 개입할 여지가 없고요. 도둑질을 예로 들 경우, 처벌의 강도와 붙잡힐 가능성을 더한 것(비용)이 도둑질을 통해 얻는 금전적인 이익(편익)보다 적을 때 우리는 도둑질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댄 애리얼리의 주장은 다릅니다. 이 책에서 설명하듯 사람들은 부정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돈의 규모나 부정행위를 할 경우 발각될 확률과 특정한 요인들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죠. 오히려 도덕적 규범의 상기자, 돈이라는 실체의 구체성과 추상성 정도, 이익충돌, 정신적 고갈, 짝퉁 상품 소지, 허위 실적(학력) 상기자(예를 들면 가짜 졸업장), 창의성, 다른 사람의 부정행위 목격, 팀원들에 대한 배려 등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합니다.

 

 

<부정행위를 형성하는 요인 (p.307)>

 

 위와 같은 저장의 주장은 결국 책의 제목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이익을 취하고는 싶지만,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착한’ 사람으로 남아있길 원하기 때문에 ‘아주 사소한’ 부정행위를 저지른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동기에 따라 부정행위를 통해 이득을 얻으려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심리적인 동기에 따라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이 멋지고 훌륭한 사람으로 보이길 바란다.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고, 다시 말해 케이크를 온전하게 갖고 있는 동시에 먹어치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책의 곳곳에서 설명한 퍼지요인 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은 유연한 추론과 자기합리화 능력을 갖고 있으므로 그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아주 사소한 부정행위를 저지름으로써 사람들은 케이크를(케이크의 아주 작은 부분을) 먹는 동시에 케이크를 계속 보유할 수 있다. 이는 부정행위에 따른 열매를 거둬들이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p.297)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큰 문제로 이어집니다. 다시 한 번 도둑질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극소수의 사람들(범죄자)이 최대치의 금액을 훔치는 것보다는 대다수(거의 모든) 사람들의 아주 사소한 도둑질이 훨씬 크다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저지르는 사소한 부정행위들이 큰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자신과 사람들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기 쉬운지 파악하여 이를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함을 이야기합니다.

 

 최근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처벌을 강화하고 여러 가지 대책들을 마련하겠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이 같은 방식은 크게 효과를 거두기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부정행위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붙잡힐 가능성과 처벌강도, 그리고 사적인 이익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예를 들면 정신적 고갈이나 도덕적 규범의 상기 등) 요인들에 의해서 저질러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를 예방하기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순찰을 강화하거나 CCTV 설치하거나 말이죠. 그런데 CCTV와 관련해 한번 생각해볼 것은 CCTV의 위치입니다. 대부분의 CCTV는 높은 곳에 설치돼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습니다. 범인을 찾거나 붙잡을 가능성을 높이는 데 가깝게 쓰이죠. 저자에 따르면 이는 개선의 필요가 있습니다. 감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시받고 있다는 것을 사람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CCTV의 위치를 조정하거나 CCTV가 있다는 표시를 눈에 띄게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카메라의 시야 확보나 카메라 파손 위험, 사생활 침해 등과 같은 것이 문제될 수는 있지만, 최소한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필요하다는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CCTV 녹화 중’ 같은 것도 있잖아요.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한 가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창의성(7장에 해당)’에 관한 내용입니다. 요즘 기업이나 국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상이 창의적 인재죠. 사실 저는 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전 세계 70억 인구가 모두 창의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창의성이 요구되는 직업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직업도 많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법원의 판사가 판결을 창의적으로 내리면 안 되잖아요? 어쨌든 많은 곳에서 원하는 창의적인 인재가 사실은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와 선택을 합리화하는 데 창의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거짓말을 자주, 잘하는 사람의 특징을 MRI로 뇌를 촬영한 결과 다음과 같았다고 합니다.

 

 병적인 거짓말쟁이들은 전두엽에 정상인보다 백질(정보를 전달하는 통로)을 22~26퍼센트나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백질을 더 많이 갖고 있음으로 해서 병적인 거짓말쟁이들은 서로 다른 기억들과 생각들 사이의 연관성을 더 많이 조작해낼 수 있다. 보다 많은 이 연결성 및 연상 능력(다시 말해 회백질에 저장된 연상 세계에 대한 접근 능력)이야말로 병적인 거짓말쟁이들이 스스로의 부정직함을 더 잘 합리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비밀 요인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이 저지르는 부도덕한 행위가 실제로 나쁜 행위가 아닐 수 있다는 온갖 그럴듯한 이야기를 조작해 스스로를 설득한다. (p.217)

 

 이 이야기대로라면 기업이든지 국가든지, 창의적 인재를 원하기 전에 이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창의적이지만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피카소(피카소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가 필요한지, 창의적이진 않지만 부정행위의 가능성이 낮은 피노키오(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지니 아무래도 가능성이 좀 낮겠죠?^^)가 필요한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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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5 09: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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