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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 - 세계은행 총재 김용의 마음 습관
백지연 지음 / 알마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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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세계은행의 총재에 ‘한국계’ 미국인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 임명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저의 느낌은 ‘놀랍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우선 아무리 한국계라 하더라도 미국인이라는 느낌이 강했고, 두 번째는 저와는 너무나 먼 이야기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세계은행의 총재에 ‘한국계’인 김용 총장이 임명됐다는 소식은 놀라웠습니다. 아마 세계은행이 이름은 ‘세계’ 은행이지만 그 내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놀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어쨌든 저는 그 이야기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이 책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 역시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은 상황에서 읽게 되었습니다. 다만, 읽으면서 궁금했고 알고자 했던 것은 ‘왜? 그리고 어떻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어떤 인물에 대해 알고자 할 때 중점을 두는 물음이기도 한데요, 삶의 순간에서 왜 그러한 선택을 했으며, 어떻게 실천을 해나갔는지가 저에겐 무척 궁금한 사항들 이었습니다.

 

 먼저, 김용 총재는 젊은 시절부터 가난한 나라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의학과 인류학을 전공했고요. 왜 의학과 인류학을 택했으며, 왜 어려운 사람들을 돕자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일까요? 어려운 사람들과 가난한 나라를 돕고자 하는 마음은 어린 시절부터 품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전쟁을 치른 한국을 떠난 부모님과 가난에 허덕이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퇴계 이황과 유교철학을 연구하신 어머니의 가르침의 영향도 무척 크고요.

 

 그러나 무엇보다 실용을 중시하신 아버지의 조언과 충고에 따라 의학을 전공으로 택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와 함께 자신이 배우고 싶은 인류학을 함께 배워나간다는 것이죠. 의학과 인류학을 함께 전공하고, 가난과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자 했던 자신의 바람이 결국 국제 의료봉사 조직인 PIH의 설립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여러 나라의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돕습니다.

 

 그런데 김용 총재는 현장을 떠나게 됩니다. 그러면 왜 현장을 떠나 다른 길을 택하게 되었을까요?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좌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가 신속한 약품 지원을 위해 카라바이요의 성당(페루) 옆에 약국을 지었는데, 이 약국이 그만 반군의 테러로 폭파되어 없어지고 말았다. 이때 김용은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다고 했다. PIH가 다른 곳에 다시 약국을 짓긴 했지만, 이번만큼은 김용도 낙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추쟁 같았을 것이다. -이하 생략- (p.68)

 

 페루에서의 경험을 통해 김용과 폴 파머는 더욱 가까워졌지만 서로가 다른 길을 보게 만들었다. -중략- 김용은 폴 파머와는 달리 페루에서의 경험을 통해 보다 큰 기획, 국제기구, 거대 제약회사의 횡포, 저개발국에 공금되는 약값의 통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피라미드 위쪽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부터 실질적인 개혁이 필요하며, 그것만이 가장 큰 실행력을 갖는다고 생각했다. (p.70)

 

 이처럼 보다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그는 현장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는 세계보건기구의 에이즈국장을 거쳐 다트머스 대학의 총장에 임명되고, 다시 세계은행의 총재에 올라서게 됩니다.

 

 그러면 김용 총재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실천하는 삶을 살아 왔을까요? 이는 이 책의 2부에서 다루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습관(Mind of Habit)끈질김(persistence)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글로벌시티즌이 되라. 여기서 말하는 글로벌시티즌이란 것은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의미의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좀 더 본질적인 것이죠. 세계 어느 곳에 가서도 통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지닌 인재가 아닌,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과 현상들에 관심을 갖고 그를 인지할 수 있는 안목과 통찰을 갖춘 인재가 되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서 추론적 유연성(discursive flexibility)을 기르길 주문합니다. 글쓰기는 다양한 모든 소통을 효과적으로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죠.

 

 다시 김용은 지적한다. 과학의 커다란 돌파구를 마련하는 진짜 위대한 과학자, 혹은 정말 창의적인 과학계의 지성들은 좁은 과학의 영역에만 관심사를 한정시키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정말 위대한 과학자, 지성들은 한결같이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거나 위대한 작가였다. 한 분야만 잘 아는 전문지식의 바보가 아닌 음악, 문학, 문화 등 융합과 통섭의 능력을 겸비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인재만이 문제를 바라보면서 다양한 관점을 적용해볼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가지게 되고, 사물을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데 추론적 유연성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진정한 창의력은 이런 탄탄한 실력 위에서 터져 나온다. (p.188)

 

 세 번째, 냉소주의에 함몰되지 말라는 것입니다. ‘내가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식의 태도가 아니라 ‘우리는 할 수 있어.’라는 긍정의 태도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매우 식상한 이야기죠. 그런데 속뜻을 살펴보면 조금 다릅니다. 여기서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성적 판단에 의한 긍정과 낙관이 아니라 도덕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라는 거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옳다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당위성의 문제라는 것이죠. 그러한 도덕적 필연성이 ‘반드시 달성한다,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긍정으로 이어짐을 이야기 합니다.

 

 네 번째는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 주제에만 관심을 집중합니다. 하지만 저는 인문과학 교육의 중요성을 강하게 믿습니다. 너무 일찍 분야를 좁혀서 특정 주제에만 집중하게 되면 정신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합니다. 음악, 예술 등을 배워야 합니다.” (p.203)

 

 김용 총재는 이와 함께 이러한 지식과 경험들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피아노 교육이 갈등 해결능력에 도움을 준다거나, 연기 수업이 물리적 학습(기억력 향상 등)에 도움을 주고, 공학과 문학을 병행한 것이 사람을 더욱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만든다고 말이죠.

 

 다섯 번째는 윤리의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돈(Money), 시장(Market), 자신(Me)이라는 3M 패러다임을 탁월함(Excellence), 사회적 약속(Engagement), 윤리(Ethics)라는 3E로 바꿔나가자고 주장합니다. 이는 현재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과도 일치하는 주장이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한국 교육에 대한 조언으로 끝맺습니다. ‘스펙 쌓기’에 매달리지 말라는 것이죠. 그보다는 무엇이 하고 싶은지 깊이 고민하고 실천하라는 것이죠. 이 이야기는 이미 널리 인식되고 고쳐 나가려고 하는 부분이고요.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다른 자기계발서나 자서전 등과 비교해 볼 때 특별함은 찾기 어렵습니다. 대부분 원론적인 이야기들이지요. 그것은 반대로 이러한 주장들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단지 실천의 문제가 남아 있을 뿐. 그리고 이렇게 대동소이(大同小異)한 내용임에도 김용 총재의 이야기는 저를 무척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저 역시 마음과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쉽게 행하지 못하는 것들을 김용 총재는 평생에 걸쳐 행해 왔던 것이죠. 그리고 김용 총재가 말하는 ‘성공의 정의’는 더더욱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저에게 성공이란 전에도 말했듯이, 이곳에 누군가가 되고자 온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하러 온 것입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그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 성공입니다. 내가 세상을 위해 일을 하기보다는 나의 지위를 지키려고 노력할 때 스스로 이 일에서 물러날 겁니다. 이런 일(총장직)은 엄청난 압력과 책임감을 느끼기 보다는 어떤 지위를 누리는 마음을 갖기 쉬운 자리입니다. 왜냐하면 정말 좋은 직업이니까요. 많은 똑똑한 사람들을 총장실에서 만나고, 그래서 이런 직업의 함정은 사람이 변해서 이 지위를 누리게 되기 쉽다는 겁니다.” (p.226)

 

 “저에게 있어, ‘이제 충분히 성공했다’고 말하는 시점은 결코 오지 않을 겁니다. 저에게 성공이란, 저의 마지막 숨을 내쉴 때까지 세상을 위해 무엇인가 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이자 저자 백지연의 마음을 움직인 김용 총재의 말은 ‘무엇이 되고 싶으냐? 무엇이 되라.’는 질문만을 강요하는 한국 교육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충분한 고민거리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무엇이 되는 것(what to be)에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느냐(what to do)를 늘 생각했죠.”

 "What I've said before and I always say. I came here to DO something, and I didn't come here to BE something"

 

 

 

 

 

 

 

(참, 중요한 실수가 있더군요. 'p.149 -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오천 원권 지폐 속 인물로만 퇴계 이황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퇴계 이황은 천 원권 지폐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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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8 12: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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