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딸기코는 모험을 찾아다니는 기사야. 그 사람 같은 부류가 사라지고 있다는 게 안타까워. 그 늙은이들은 세상사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거든. 나는 그들이 좋아. 그들은 늘 최악이 가능하다고 믿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지. - P48
그녀는 점점 루스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10년 전에 그녀는 앞으로 여린 감정에서 자유로워지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었다. 그런 감정은 가치 있다기보단 오히려 골칫거리였고, 허영은 그녀의 약점이었다. 그녀는 존경받기 위해 몹시 노력했고, 주지 않고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그 결심을 접고 루스를 좋아하게 되었고,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왔지만 이쯤에서 멈춰야 했다. - P153
이제 그녀는 리딩 씨를 불필요하게 지켜낸 것에 대한 그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여기서 악순환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리딩 씨가 그렇게 내버려진 채로 죽었다면, 리딩 부인은 모든 가능성 중에서 프린시스 로드에서 사라졌을 가능성이 가장 컸고, 만약 머물렀다면 블렌킨솝 씨는 그녀가 운이 좋다고 생각해 더는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을 터였다. - P215
로버트 코더를 응시하며, 해나는 블렌킨솝 씨를 잊었다. 그의 진지한 자기기만(그녀는 그게 진지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에 깜짝 놀랐고, 그녀가 자신에 대해 만들어낸 생각도 꼭 그만큼 호의적인 것이라는 사실에, 자신을 위해 만든 세상(그 안에서 그녀는 현명하고, 위트 있고, 연민의 폭이 넓고, 가슴으로 이해하는 사람이었다)은 그 세상을 지탱할 만큼 필사적인 힘이 없었다면 와르르 무너져 폐허가 되었을 것이라는 사실에 그녀의 놀란 마음은 두려움으로 변했다. 그 세상이 서 있지 못하면, 그녀는 그것과 함께 무너질 것이다. - P228
하워드가 그림자처럼 소리도 없이, 혹은 경고의 뜻으로 잔가지 하나 부러뜨리지 않고 슬그머니 숲으로 들어가버린 야생동물처럼사라진 것이 그날이었고, 뒤따른 흥분과 분노, 당혹감, 설명에 대한 요구, 슬픔과 눈물 속에서 엉클 짐은 그 동물을 달아나게 한 것은 옳은 일이었다고 확신하며 침착하고 무덤덤하게 서 있었다.아버지가 짜놓은 그물에서 달아나려면 한순간에 갑자기 툭 끊어내야 한다고, 은혜를 모른다는 질책과 너무 많이 겪어온 부드러운 폭력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을 거라고 말했다.짐은 자신의 감정이 질문의 대상이 되면 명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그것 때문에 바다로 나간 것이고, 누이가 닭장 안의 닭처럼 느낀 거라고 중얼거렸다. - P334
밤 인사를 하는 새 친구의 목소리가 정원길을 걸어가는 미스 해나 몰을 쫓아왔고그녀가 스쳐 지나갈 때 월계수들은 소곤소곤 하지만 묘하게 뚜렷한 소리로 곧 또 오라고 다짐을 받는 깁슨 부인의 초대를 반복했다. - P7
밤이 오자, 밤꾀꼬리는 잠들지 않으려 노래를 불렀다.포도 덩굴이 자라고, 자라고, 자라는 동안...나는 잠들지 않겠어!포도 덩굴이 자라고, 자라고, 자라는 동안... - P18
밤이 지나 새벽으로 접어들 때면 언제나 사려 깊고 서늘한 새벽의 손이 내 입술 위에 놓이고, 격렬했던 내 외침은 소심한 혼잣말이 되거나,자신을 안심시키고 두려움을 떨치려 큰 소리로 아무 말이나 떠들어대는 아이의 수다로 변해…….나는 비록 행복한 잠은 잊었어도, 이제는 포도 덩굴손이 두렵지 않아. - P20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가? 멀티버스도? 이 책은 에세이로 보아야 할 것 같은데 지속적으로 교양과학으로 분류되고 있는 게 가장 큰 오류인 것 같다. 교양과학으로 본다면 내용이 어처구니 없을 수 있지만 나는 저자가 인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지켜보는 마음이었기에 잘 읽히는 책이었다. 더 구불구불한 세계를 먼저 지나온 사람으로써 아직도 이어지는 그 세계를 영문도 모른 채 서성이는 어린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책.
그러자 남자가 큰 소리로 말한다. "하지 않은 말이야말로 대화에 감칠맛을 주는 소금이지!" 루드빅은 소스라치며 잠에서 깨어났다. - P32
그걸 제때 알았더라면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가만 놔두지 않았을 거라고. 그리고 그런 야만적인 일들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맹세했어. 하지만 야만은 끄떡없이 버티고 영향력을 행사해 무수한 추종자를 만들어 냈고 시체 더미들은 늘어만 갔지. 그렇다고 나머지 사람들이 - 우리를 포함해서 말이야 - 무릎을 꿇고 치욕과 고통의 피눈물을 흘리거나 살인자들에 맞서 무기를 들지는 않거든.이 나이가 돼서도 인간의 난폭한 광기엔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아요. 무수한 이들의 마음속에 감춰진 분노는 뭐며, 또 다른 무수한 이들의 마음속에서 뒹구는 엄청난 비굴함은 또 뭔지...... - P75
이 시대에 만연한 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세월을 보냈다고 말했어요. 무수한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마당에 그렇게나 오래 산 게 부끄럽다고,가슴속에서 불길이 솟구친다고, 세상에 들끓는 도살자 무리가 쉴 새 없이 맹위를 떨치며 이 불을 계속 타오르게 한다고 되풀이해 말했어요. 책들이, 그가 평생 동안 읽고 깊이 생각하고 사랑했던 책들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라고요.단어와 시가 타들어 가고, 다른 이들의 말이 타들어 가고,웃음과 노래가 타들어 가고, 언어가 타들어 가는 걸 느낀다고요. 내면에서 감지되는 악의 공포가 너무 생생해, 자신이 읽고 배우고 사랑했던 그 무엇도 이 공포를 잠재울순 없다고. 언어가 그의 살과 영혼 속에서 불길에 삼켜져버렸다고....자신이 시대의 비극에 그 정도로 깊이 연루되어 있음을 몰랐던 거죠. - P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