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섹스, 쇼핑. 당신의 독이 무엇인지 불러보라. 욕구, 특히 여자들이 경험하는 욕구는 으스스할 정도로 변신에 능하고 외적인 것들에 요령 좋게 찰싹 달라붙는다. 한 전투가 다음 전투로 이어지고, 어떤 약속이 거짓임이 드러나면 또 다른 약속이 빛을 발하며 지평선 위로 솟아올라 별처럼 신호를 보낸다. - P31

다른 존재가 되려는 이 충동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었을까? 
무엇을 느끼지 않으려고, 
그토록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었던 걸까?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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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더운 우리 집
공선옥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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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할머니를 보고 우는 나는 벌써 할머니가 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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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
아다니아 쉬블리 지음, 전승희 옮김 / 강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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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읽기 시작했는데... 벌써 감정이 동요한다. 태어난 김에 주어진대로 산다고, 모두 수용한다는 마음이라고 하더라도, 모래알처럼 펼쳐진 폭력이 일상이어도? 소설 속으로 들어가보는 것조차 두려움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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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신기루만 빼고는 광활하게 펼쳐진 황량한 언덕들이 신기루의 무게에 눌린 채 소리없이 몸을 떨며 하늘을 향해 겹겹이 솟아올랐고, 이글거리는 오후의 햇살이 창백한 황색 능선의 윤곽을 흐릿하게 지우고 있었다. 유일하게 분간해낼 수 있는 것은 그 능선들을 가로지르며 구불구불 제멋대로 이어지는 희미한 경계선, 그리고 대지에 드문드문 박혀 있는 메마른 가시덤불과 돌멩이들의 가느다란 그림자들 뿐이었다. 이런 것들 이외에는 도대체 아무것도 없었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건조한 네게브 사막 위로 극심한 팔월의 더위가 도사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곳에서는 사물들 사이에 많은 경계선이 강요되고 있으며, 모든 사람들은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며 잘 헤쳐나가야 하고, 그래야만 위험한 결과를 피할 수 있고,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경계선을 훌륭하게 헤아리며 다니는 사람들은 별로 없고, 나도 그런 사람은 못된다. 난 경계선이 보이기만 하면 그것을 향해 곧장 달려가서 한달음에 뛰어넘거나, 아니면 슬쩍 넘어버린다. 둘중 어느 행동도 의식적인 결정의 결과나 경계선에 저항하고 싶어 벼르던 욕망의 결과가 아니라 순수한 서투름의 귀결이다. 그리고 난 일단 경계선을 넘고 난 뒤에는 깊은 불안감의 늪에 빠져든다. 간단히 말해, 진짜로 그건 서투름의 문제인 것이다. 난 마침내 내가 경계선을 다루는 일에 실패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가능한 한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머물기로 결심했다. - P80

글쎄,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딱히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내 경우는 단지 내게 삶을 합리적으로 평가할 능력이 없으며, 무엇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 판단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러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난 개인으로서의 내 삶도 일반적인 삶도 사랑하지도 않으며 현재로선 내가 기울이는 어떤 노력도 오로지 생존을 위한 것이다. - P87

그리고 아랍인들이 그 소녀의 행실에 대해 의심을 품고 죽여서 우물에 던져버렸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참 안된 일이라고 덧붙인다. 그런 관습이 있다는 게. - P130

침착하자. 과민반응을 하지 말자. 평소처럼.  내 껌. 어디 있지? 침착해야 돼.  난 껌 한통을 찾기 위해 손을 주머니에 찌른다.
갑자기 타는 듯한 뭔가가 날카롭게 내 손을 꿰뚫고, 이어 내 가슴을 꿰뚫는다. 그리고 아득히 총성이 이어진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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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돌다 보면 너무 함께이고 또 너무 혼자여서 생각과 내면의 신화조차 이따금 한데로 모인다. 가끔은 똑같은 꿈도 꾼다. 

가끔은 좀 새로운 생각을 하자고 스스로 되뇐다. 궤도에서는 너무 거창하고 오래된 생각만 붙들게 된다. 새로운 생각,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참신한 생각을 하자.
하지만 새로운 생각이란 없다. 그저 새로운 순간에 태어난 오래된 생각일 뿐이다. - P19

어쩌면 모든 존재의 본질이란 위태로이 핀 끝에서 동요하는 것, 살아가면서 조금씩 변두리로 밀려나는 것 아닐까. 그러면서 우리의 어마어마한 하찮음이 속수무책으로 격동하고 들썩이는 평화의 제물임을 깨닫는 것 아닐까.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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