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을음으로 가득한 오스트라바의 그 희한한 여름, 머리 위에는 우윳빛 구름 대신 석탄 운반통이 긴 케이블을 따라 흘러가는 검정색 여름 속을 거닐었다. 가만히 보니 내 손에 들린 책이 계속 그녀의 관심을 끄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한 황량한 작은 숲에 가서 앉게 되었을 때 나는 책을 다시 펴고 "관심 있어?" 하고 물어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 P-1
객관적 사정의 힘 앞에서 포기의 필요성을 그토록 간단히 발화하는 이 끔찍한 문장들이 오늘날까지도 나를 사로잡은 채 놓아주지 않는다. - P-1
책을, 묶이지 않은 상태의 번역본을, 상자에 넣는 일. 그것이 내 삶이다.모래는 한 톨 한 톨 빠져나간다. 문학은 내게 삶을 주고, 삶은 나를 죽인다. - P-1
얼마나 행운인가.어쩌면 억울한 채로 무너진 삶을 붙잡고 바둥거려야 했을지도 모를 시간이었다. - P-1
태도는 중요하다. 삶의 태도는 그 사람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진지한 태도 앞에서 우리는 가끔 엄숙해진다. 부당한 정권의 불법적인 계엄 앞에서 태도만으로 견디긴 힘들었다. -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