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물
모두가 즐거이 누리는 가정, 순조롭게 기능하는 가정을 짓는 일은 수완과 시간과 헌신과 공감 능력을 요한다. 다른 이들의 안녕을 건설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넉넉한 인심에서 비롯하는 행위다.

파탄한 건 가정이 아니라 가부장제가 지어낸 이야기다. 그렇대도 그 이야기의 테두리 안에서 자라는 아이 대다수는, 다른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대안이 될 이야기를 써 나가느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 노란빛 나날
큰애가 어디 간 거지? 그러고야 아이가 떠났다는 사실을 기억했고, 우리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향해 각기 나아가고 있음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자유를 쟁취하고자 분투한 사람치고 
그에 수반하는 비용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라벨리 : 우리처럼 모방을 못하는 사람은 상상력이 부족한 거죠. 우리 방식 외에는, 그 바깥 것은 보질 못하잖습니까. 우리 모두 고약하고 좀스런 내셔널리스트예요. 그에 비해 외국인은, 이방인은, 자기를 위조하는 법을 배워야만 합니다. 자신을 받아 준 사회의 문화를 모방해야만 하죠. 우린 말로는 독창성과 오리지널리티를 높이 평가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은 서로가 서로를 닮고 싶어 하죠. 심지어 서로의 차이조차 고만고만한 차이이길 바라고요. 내 말 알아듣겠어요, 베넷?

나는 긴장해 손이 조금씩 떨리는 사람들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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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풍
삶은 허물리고 무너진다. 
우리는 와해되는 삶을 지키려 
뭐든 손 닿는 대로 부여잡는다. 
그러다 깨닫는다. 
그 삶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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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 그대로 읽어야 이 글에 가깝겠다. 이대로 번역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우리말 제목으로 느껴지는 것과는 다른 책이고 원제를 보니 이해된다. 우리가 사는 방식을 읽고, 작가의 책을 두권 더 구매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머지 두권도 소장하기로 했다. 별점 다섯개로는 부족하고, 작가의 예전 글보다도 더 좋아 아껴두고 읽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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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3월 7일
지나치게 내 생각에 몰입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한동안 일기를 쓰지 않았다. 잠시 나를 잊어야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나치게 깊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나를 사로잡은 이 불안감이 일기장을 산 날부터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갈수록 확고해진다. 일기장에 사악한 악령이 숨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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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보고 기록하는 행위의 의미에 대해 이토록 잘 드러나는 글이 또 있을까? 일상적인 언어로 된 운장일 뿐인데 전율이 오는 지점들이 있고, 과소평가된 작가라는 평에도 공감이 된다. 누군가는 쓰지 않고는 살 수 없었다고 하였고, 다른 누군가는 지지 않으려고 쓴다고도 했지만 내게는 다만 타인의 이야기였다. 글을 쓰고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읽을 때는 과거의 나는 타인이로구나 싶기도 했고, 모든 걸 붙잡으려는 집착으로도 느껴져 어느 때부터인가 쓰는 행위를 중단했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다시 기록을 시작해볼지 생각하게 되었다. 75년이 지난 지금 이것은 금지된 행위는 아니므로...





Date 1950년  11월  26일

애초에 일기장을 산 것 자체가 실수였다. - P9

Date 1951년  1월  1일

솔직히 말하면, 내게는 저녁에 침대에 눕는 순간 밀려오는 피로감이 평안의 원천이다.어쩌면 휴식을 거부하는 나의  굳은 의지는 피곤이라는 행복의 원천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서 오는 두려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 P38

Date 1951년  1월  3일

친구들의 옷차림과 쨍쨍하고 날카로운 불안한 목소리에서 자신의 행복과 부와 행운을 증명하려는, 한마디로 자신들의 삶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의도가 느껴졌다.
하지만 선물받은 장난감을 자랑하던 학창 시절처럼 실은 그들조차 그 사실을 진심으로 믿는 건 아닐 것이다. 친구들에게는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잔혹함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는 미켈레와 아이들과 나의 삶을 생각하면서, 어머니를 해묵은 종교화 인쇄물처럼 바라보곤 한다. 그럴 때면 세상 모두에게서, 심지어는 어머니로부터도 떨어진 채 오직 이 일기장과 나만 홀로 남은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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