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내 몸에 닿지 않는다. 그저 물과 흙일 뿐이다. 넌 단지 골분과 물일 따름이야. 괜찮다. 사실 내겐 그게 더 도움이 된다.나는 낙엽 아래 묻혀 있던 어린아이다. 낙엽은 썩는법. 그래서 이렇게 내가 나타나지. - P19
그가 사랑할 수 있었던, 정말로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영혼의 차원에서 이를테면 단순한 레몬 한 알과 같은 것에 즐거이 매혹될 수 있었던 시간. 아무 레몬이어도 됐다. 우묵한 그릇에 담긴 것이든, 시장 노점에 놓인 것이든, 다른 레몬들하고 그물망 안에 담겨 슈퍼마켓에서 팔리기를 기다리는 것이든 상관없었다. 그런 것들로 기쁨이 차오르던 시절이 그에게도 있었다. - P30
잘못은 별들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호르몬, 월경주기, 또는 우리 내부의 빈 공간에 있는 것도 아니다. 잘못된 것은 제도와 교육인데, 여기서 교육이란 사람이 의미 있는 상징과 기호체계, 그리고 신호의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사람에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망라한다.
"천만에요. 식구들을 돌본 건 언제나 이선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