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내 몸에 닿지 않는다. 그저 물과 흙일 뿐이다. 넌 단지 골분과 물일 따름이야. 괜찮다. 사실 내겐 그게 더 도움이 된다.나는 낙엽 아래 묻혀 있던 어린아이다. 낙엽은 썩는법. 그래서 이렇게 내가 나타나지. - P19
그가 사랑할 수 있었던, 정말로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영혼의 차원에서 이를테면 단순한 레몬 한 알과 같은 것에 즐거이 매혹될 수 있었던 시간. 아무 레몬이어도 됐다. 우묵한 그릇에 담긴 것이든, 시장 노점에 놓인 것이든, 다른 레몬들하고 그물망 안에 담겨 슈퍼마켓에서 팔리기를 기다리는 것이든 상관없었다. 그런 것들로 기쁨이 차오르던 시절이 그에게도 있었다. - P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