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언니의 소식을 들은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내게 그런 언니가 있다는 사실도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오래전 언니의 결혼식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언젠가 몰래 훔쳐본 수진 언니의 일기장에는 ‘잘못한 사람도 없고 당한 사람도 없고 세상은, 그냥 그렇게 모두가 똑같은 인간으로 살다 가는 것일 뿐일까‘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말을 오랫동안 기억했다. - P78
홍한별님 안목과 번역을 신뢰하게 되어서 번역하시는 책은 구매하는 편이고, 이 책도 그런 신뢰로 읽게 되었다. 일부 동의하기 어렵거나 편향(나도 그렇지만)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약간은 거슬렸지만 글은 매우 좋다. 어차피 같은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타인에게 내 언어를 온전히 전달하거나 도달하게 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지 않을까? 반대의 경우로 확실히 알고 있는 것처럼 느끼지만 대체로 오해한 채로 살아가듯이... 과거의 번역본들이 번역자의 세계에 갇혀 알고 싶지 않은 좁다란 번역자의 세계를 감당하면서 훼손된 글을 읽을 수밖에 없었고, 나는 의역 혐오주의자에 가까워 멋대로 의역하거나 배설된 글에 배상을 청구할 지경이었는데 이 글을 읽고 상당수의 고전을 다른 번역본으로 구매하게 될 것은 부수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