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바라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의 평화다.


나는 파도의 리듬, 등과 다리의 맨살에 닿는 햇볕, 머리칼을 흩날리는 바람과 물보라의 위로를 받으며 해변을 따라 한참을 걷는다. 일렁이는 파도에 몸을 숨겼다 나타나길 반복하는 도요새처럼. 그러고는 흠뻑 젖은 채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온다. 하루를 온전히 홀로 보낸 자의 벅찬 마음으로. 밤의 어둠이 한입 베어물기 전의 둥근 보름달처럼 흡족한 마음으로. 서둘러 입술을 갖다대야 할 만큼 넘치도록 가득 찬 잔처럼 충만한 마음으로. 시편에 나오는 ‘내 잔이 넘치나이다‘라는 구절처럼 귀한 충만함이다. 그러다 느닷없이 두려워진 나는 기도한다. 아무도 가까지 오지 못하게 해주세요. 내가 넘쳐 쏟아질까 두렵습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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