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엑스트라였다. 주인공인 줄 착각하며 산 일생 엑스트라. 그런데 이건 누구의 일생일까.
누구의 일생인지도 모르는 껍데기를 살아왔다는 걸 알면서도, 일생을 포기하지 못하고 두드릴 수밖에는 없는 사람처럼, 그 두드림을 멈춘다면 일생이 곧 무너질 사람처럼, 그리하여 두드림만을 위해 일생을 살아온 사람처럼 나는 두드렸다. 어떻게 두드려야 하는지, 두드리면 열리는지, 이게 문이 맞긴 한지도 몰랐지만, 문을 생각하다 보면 문이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믿으면서 두드렸다. - P15

오직 꿈꾸는 자에게만 보이는 것이 있다. 오직 한 번은 죽어본 자에게만 보이는 것이 있다. 그것을 단순히 고통이라고만 명명할 수는 없으리라. 왜냐하면 죽음으로 죽지 않고 죽음으로 살고 있는 한 그 경험은 고통을 초과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수난(passion)의 다른 이름은 열정이며, 여자는 사랑의 불가능에 온 생을 봉헌하여 기꺼이 수난에 처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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