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말하고 싶지 않은 여자들이 있다. 말함으로써 멀어지고싶지 않은 여자들, 사물을 비껴 나가는 말로 말하고 싶지 않은 여자들이 있다. 말의 발걸음이 내는 소음은 사물들의 맥박을 뒤덮어 가려 버리기에, 나는 사물 위로 떨어져 내려 그 미세한 떨림을 얼어붙게 하는, 음조를 어긋나게 하는, 먹먹하게 만드는 말로 그 여자들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말이 그녀들의 목소리 위로 떨어져 나리는 것이 두렵다. 어느 한 목소리를 열렬히 사랑할 수 있는 나. 나는 여자다. 목소리의 사랑. 베일에 가려진 채 나의 피를 깨우러 오는 깊고도 조심스러운 목소리의 친근한 손길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
목소리는 갓 태어난 심장이 만나는 최초의 빛줄기다. 내 심장이 속한 곳은 목소리이며, 그것은 무한히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곁에 있어 주는 찬란한 어둠으로 빚어진다.
내게는 차마 소음을 일으키며 흘러나오는 말에 기대 입 밖에 내어 말할 수 없는 여자들이 있다. 그녀들의 목소리가 지닌 무한한 섬세함을 사랑해서다. 섬세한 곁에 있음을 존경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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