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5월 5일건너 집터 밭에 콩과 강낭콩을 심었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나니 팔이 몹시 아프다. 내가 애성으로 하는 일이지만 너무 힘이 드는구나. 언제나 내 목숨이 다하도록 열심히 할 계획이다. 젊었을 때 돈 못벌었으니 끝날 때까지 할 수 밖에. 언제라도 일하다가 자는 듯이 조용하게 떠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집에 있으나 들에 가도 그 마음 변할 길 없네. 솟종새는 처량하게만 운다.
2017년 5월 28일 맑음집 뒤란에서 인등꽃을 땄다. 그릇 놓고 한꼭지씩 따 담는데 꽃이 어찌나 피었는지 따도 딴 자리가 안난다. 허리 아프겠는데 꽃 따는 재미로 허리 아픈 줄도 모르고 땄다. 방에 널어놓고 보니 방 안이 환하다.
1996년 6월 30일비는 안 오는데 바람이 너무불어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옥수수는 아주 전멸이여. 뭐든지 다 싹 적자가 된 것 같다. 그러나 할 수 없지. 사람인 이상 되는대로 사는 것이지. 앞 대추나무가 부러지면서 콩이 너무 많이 망가졌지. 그것을 하루 종일 일으키고 집에 들어오니까 저녁 여덟 시가 되었네. 이대로 밥을 먹고 텔레비 앞에서 이 글을 쓴다. 빨리 쓰고 또 연속극을 보려고 바삐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