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에 폭죽을 숨긴 채 함부로 타인을 헤집고 다녀서는 안 된다.

나는 모두의 집을 불태우며, 누구에게도 진심을 이야기하지 않고, 한 주 내내 쓸모 있게 살지 않으려 아등바등 산다. 계산도 사죄도 필요 없는 덤 같은 하루가 주어진다면 그깟 생존쯤 얼마든지 할 수 있다. - P42
사과가 그녀를 또 한번 죽일 뻔했다. 나는 진심이기 때문에 그녀에게 사과하러 가지 않는다. 엄마는 그걸 알면서도 나한테 자꾸 뭘 하며 지내느냐 묻는다. 뭘 하고 지내니. 요즘 바쁘니. 나는 바쁘다. - P44
나는 가만한 사람이다. 가끔 가난하지만 대체로 가만하다. 가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선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가만함은 게으름이 아닌 노력의 결과다. 나는 매일 끈질기고 집요하게 가만해진다. 가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선 생존도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나는 일을 구하지 않고 집밖으로 나가지 않고 가만히, 가만히 숨만 쉰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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