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마다 그애가 그 아름다운 눈을 내리깔고 묵묵히 제 몫의 모욕을 감내했다는 것도. 어떤 일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되었다. - P53

폭폭하다
몹시 상하거나 불끈불끈 화가 치미는 듯하다. 전북 지방의 방언이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

폭폭하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애가 타고 갑갑하다. (전라북도방언사전) - P92

아무것도 아니고만요.
작게 대답하고 방문을 다시 닫았다고, 언젠가 어른들의 수다를 엿들은 적이 있다. 어른들의 부주의함에 시옷은 단단히 상처를 받았지만, 누구에게도 그 일을 털어놓은 적은 없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태어난 시옷은 그후로도 여러번 비슷한 문제로 마음을 다쳤다. 상처는 잔잔했고 일상적이었다. - P101

애니는 수상한 사람들은 언제나 
티가 난다고 주장했다.
여름인데 긴소매 옷을 입은 사람. 
남자인데 머리가 긴사람. 
여자인데 담배를 피우는 사람. 
노인인데 허리가 굽지 않은 사람. 
화창한 날씨에 울면서 걸어가는 사람. 
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는 사람. 
그렇게 조금씩 특이한 사람들을 발견하면 
운이 좋은 거라고 했다.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은 
사연이 있기 마련이거든. - P150

시옷이 고개를 들었을 때 마담이 한없이 슬픈 표정으로 시옷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옆에 서 있던 제비다방 남자가 헛! 하고 웃었다. 마담에게 미안한 마음은 시옷의 진심이었다. - P158

이제 우리나라는 망했어. 혐오 장사로 표를 얻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엄마는 고상하게 투표했겠지만, 엄마 같은 사람들이 만든 엉망인 나라에서 혐오의 표적이 되어 불안하게 살아가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야. 딸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엄마가 그럴 수는 없었어. - P161

나는 꿈속의 시옷이 저 문턱을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대로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훨훨 날아가버렸으면 좋겠다. 하릴없는 바람인 걸 알지만 시옷이 내 꿈 밖으로 도망쳤으면 좋겠다. 그러나 시옷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시옷은 심호흡을 한번 하고 청록색 대문을 힘주어 민다. 문은 끼이익 비명을 지르면서도 잘도 열린다.
넘어가지 마. - P224

자서전에 거짓말의 비중이 높을수록 
그 글에 다치는 사람은 글쓴이 자신이 아닐까요?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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