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팔에 난 털이 시곗줄 연결부위에 끼였다. 나는 그 작은 통증을 그녀 대신 느끼듯 몸을 움찔거렸다. 공감은 메두사에게 쏘인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웠다. - P165
나는 주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식탁에 물 항아리를 머리에 인 여자 노예들이 그려진 고대 그리스 화병 모사품이 있었다. 나는 화병을 잡아 바닥에 던졌다. 그것이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는 순간, 메두사의 침이 독을 퍼뜨리며 내 몸을 가장 특이한 방식으로 붕 띄웠다. 고개를 들자 어머니가 모사품 파편 사이에 서 있었다. 정말로 서 있었다. 그녀는 키가 컸다.
나는 커피를 마저 마셨다. 걸인 여자가 우리 쪽에 왔을 때 10유로 지폐를 플라스틱 컵에 넣었다. 여자는 그리스어로 뭐라 중얼거리더니 절룩거리며 다가와 내 손에 입을 맞추었다. 아테네에서 누군가 어떤 식으로든 내게 애정을 보인 최초의 경험이었다. 나는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맞닥뜨린 남자가 자신의 딸에게 불리할 일도 자신에게 유리하다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 깨달음으로 나는 자유로워졌다. - P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