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왔고 창가에 서서 정원을 내다보던 그녀는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어둠이 소리도 없이 벚나무를 거두어들인다. 마지막 남은 나뭇잎을 거두어들이자 나뭇잎들은 저항없이 속삭이며 어둠을 받아들인다. 피곤하다, 하루가 거의 끝났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할 일이 아직 많고 아이들은 거실에앉아 있지만 그녀는 유리창 앞에서 잠시 쉰다. 어두워지는 정원을 보고 있자니 이 어둠과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 밖으로 나가 어둠과 함께 누워서, 낙엽과 함께 누워서 밤을 보내고, 새벽과 함께 잠에서 깨 아침이 오면 새로워진 모습으로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문 두드리는 소리, 그 소리가 생각 속으로 들어오고, 그 날카롭고 끈질긴 소리 하나하나에 두드리는 사람의 존재가 가득해서 그녀는 얼굴을 찌푸린다.
이제 어두워지는 정원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저 어둠의 일부가 집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