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고 있었구나.
아파트 발코니에 선 채 
허공에서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는
그러다가 어둠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들어가기도 하는 눈송이를 
하염없이 건너다보며 
승준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 P9

그 모든 지난 시간들이 
결국 타인의 고통 위에 세워진 
모래성 같은 자기만족에 불과할 수 있다는 
허무를 알게 해준 피사체가 
그녀에게는 살마였던 셈이다. - P56

아버지에게 자신과 동등한 
인격과 존엄을 갖춘 타인이 있긴 했을까. 
누군가의 아픔을 
절대적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을까. - P151

그는 휴대전화를 도로 손에서 내려놓았고, 
대신 바그다드에서 만났던 
사내와 아기를 다시 떠올렸다.
살아줘. 그는 속삭였다.
가능한 오래. - P177

"나는, 나도.....
"사람을 죽이려고 태어나지 않았지."
말하면서, 그는 처참한 마음으로 깨달았다. 
아들에게 그토록 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그것이었다는 것을. - P186

그 친구와 나의 이야기를 잊지 말아달라고.
누군가 너의 진심을 몰라준다 해도,
세상이 지금보다 황폐해져 
네가 기대어 쉴 곳이 점점 사라진대도,
네가 그것을 잊지 않는 한, 
너는 죽음이 아니라 
삶과 가까운곳에 소속돼 있을 거야.
아무도 대신 향유할 수 없는 
개별적이면서 고유한 시간 속.....
네가 어디에 있든.
언제까지라도 - P247

한 아이가 들여다보던 
스노볼 안의 점등된 세상을 지나,
그 아이를 생각하며 잠 못 들고 뒤척이던 
또다른 아이의 시름 깊은 머릿속을 지나,
거울 속 세상과 그녀를 위해,
영원에서 와서 영원으로 가는 
그 무한한 여행의 한가운데서,
멜로디와 함께..
빛이,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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