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는 놀라운 장면이었다.
그리고 웃고 싶었다.
고함 소리도 없고, 욕도 없고,
테이블에서 뛰쳐나가는 사람도 없고,
긴장감만 맴도는 침묵도 없고,
정당한 자기 몫의 감자를 차지하기 위해
달려드는 사람도 없었다.
숟가락이 던져지지도 않았고,
미트나이프를 집어 드는 사람도 없었고,
자기 목에 칼을 겨누며
내가 지금 여기서 죽어버릴까?
소리치는 사람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가족 중 누구도
박사 학위의 모호한 영역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달력에 그의 시험 날짜와
세부 내용을 적지도,
그에게 유용할지도 모르는 도서 목록을
술술 풀어내지도 않았고, 그런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오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해줄 사람도 없었다. - P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