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슈 아널드의 시 
「버림받은 인어 The Forsaken Merman」를 
읽어주던 기억을 떠올린다.

모래가 흩뿌려진 동굴, 시원하고 깊어
거기서 바람은 모두 잠들어 있다.
거기서 기진한 빛은 몸을 떨며 희미하게 반짝인다.
거기서 소금기 어린 잡초가 얕은 물살에 흔들린다.
거기서 바다짐승들이 사방에 퍼져
바다 밑바닥에서 스며 나오는 것을 찾아 먹는다.
거기서 바다뱀들이 몸을 꼬아 휘감고
비늘을 말리고 소금물을 누린다.
거기서 거대한 고래들이 항해해 온다,
깊지 않은 눈으로, 나아간다 나아간다,
온 세상을, 영원히, 아직도.

나는 피부에 돋은 소름을 보았다. 무엇이 소름을 돋게 만들었는지 몰랐다. 춥지는 않았는데, 유령이 지나갔나? 아니, 지나간 건 시였다. 불꽃이 아널드를 스쳐 날아와 어떤 냉기처럼 나를 흔들어 깨웠다. 나는 울고 싶었다. 너무 이상한 걸 느꼈으니까. 나는 행복하게 존재하는 새로운 방식에 빠져들었다.


- 책 속에서 시를 읽어가는 짧은 시간에 눈물이 차올라 놀랐는데 저자 또한 저런 감정이었다니... -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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