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을 수가 없어서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는 내 갑작스러운 울음을 이해하지 못했다.나 또한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건 순수한 비애였다. 
그와 유사한 체험은 그 후에도 또 있었다. 바람이 유난히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는 저녁나절 동무들과 헤어져 홀로 집으로 돌아올 때, 홍시 빛깔의 잔광이 남아 있는 능선을 배경으로 텃밭 머리에서 너울대는 수수 이삭을 바라볼 때의 비애를 무엇에 비길까. - P33

나는 뭐라고 목청껏 악을 쓰며 그 청년을 향해 돌진했다.....난생 처음 보는 폭력 장면이 하나도 무섭지가 않았고 사생결단을 하다가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아마 오빠만 아니었다면 누구한 사람 물어뜯기라도 하고 나서 기함을 하고 나자빠졌을 것이다. 그보다 훨씬 어렸을 때이긴 하지만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성깔 때문에 기함을 한 일이 더러 있었다.

내가 막무가내로 내 생각만 옳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오빠가 하도 여러 말을 해서 자세한 것은 생각나지 않지만, 도쿠야마, 아라이 들이 당한건 박해요 수난이요 치욕이지만, 우리는 그동안 편안히 특혜를 누려 왔다는 요지였다. 

오빠는 그게 너무도 부끄러워 얼굴을 들수가 없다고 했다. 저렇게라도 분풀이를 당했으니까 마을 청년 보기가 좀 덜 부끄러울 것 같다고도 했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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