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일기

그 무렵의 내가 찾던 것은 고요함과 순수한 몰두였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끔 하는 쓸데없는 술자리와 허무한 연애로부터의 완전한 격리였다. - P12

남쪽에서

그 짧은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몸속에 흩어진 조각들이 맞춰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쓰는 여자가 있었다. 내가 모르게 무언가를 쓰고, 사라진 여자들이 있다. - P75

숙희가 만든 실험영화

그건 숙희가 발명한 것도, 숙희만의 것도 아니었다. 어떤 사회적 의무와도 같은 선택지로서, 제대로 된 티켓을 구하지 못한다면 억지로라도, 심지어 절차를 어겨서라도 반드시 그 물결에 올라타야만 한다고 여겨졌던 길이었다. - P140

시차와 시대착오

그는 눈과 귀를 닫았다. 그편이 살기에더 편했으므로 그는 그렇게 하는 쪽을 선택했다. 누가 자신을 감시라도 하듯 그는 앞장서서 강한 쪽의 입장을 옹호하고 스스로를 그와 동일시했다. - P172

그녀는 스스로가 만든 정교한 함정에 빠진 듯한 기분을 느꼈다. 너무나도 깊숙이 들어와버렸다. 자신이 인생에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수록 그녀는 미로 속에서 길을 잃은 것만 같았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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