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하기 전날이었다. 밤이 아직 오지 않았을 때였다. 나는 문간에 앉아 보랏빛으로 서서히 물들어 가는 산을 마주 보며 밤을 기다렸다. 밤이 오기를, 다른 누구도 아닌 밤이 다다르기를 기다리며 나는 생각했다. - P11

그리그는 원하는 만큼 주름이 생길 것이며, 내 눈에는언제까지나 다루기 힘든 늙은 소년으로, 응석받이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모든 싸움, 어떤 약속에든 전권을 가진 반항아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는 종종 말하곤 했다. 어떤 생각, 흐름, 집단, 물결에 자신을 내맡겨선 안돼! 바로 내빼야 한다고! 아무도 못 쫓아오게!
어느새 그는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식사를 해치우고 내빼는 것, 그것이 그가 필요로 하는 전부였다. - P34

오랫동안 자신을 하나의 종으로 제대로 태어나지 못한 비정상적인 존재로 느꼈기에 나는 스스로 이렇게 되뇌어야 했다. 그럴 리 없어. 너는 비정상이 아니야. 네가 느끼는 감정은 너 혼자만 느끼는 게 아니야. 분명 다른 어딘가에 너와 같은 생각을 하는 자매가 있을 거야. 실제로 그런 존재가 한명 있었다. 재닛 프레임이 [또 다른 여름을 향해]에 자신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아니며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철새라고 쓰지 않았던가? 이 책을 읽고 느낀 충격과 나를 압도한 놀라움과 기쁨이 내 존재 깊은 곳에 있던 소외감을 설명해 주었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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