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나무가 누레졌다. 
그때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렸고 
11월의 바람이 길게 불어와 
잎을 뜯어내 나무를 벌거벗겼다. 
뉴로스 타운 굴뚝에서 흘러나온 연기는 
가라앉아 복슬한 끈처럼 길게 흘러가다가 
부두를 따라 흩어졌고, 
곧 흑맥주처럼 검은 배로강이 
빗물에 몸이 불었다.

사람들은 침울했지만 그럭저럭 날씨를 견뎠다.





























펄롱은 다른 아이들이 그토록 반기는 것을 
겁내는 자기 아이를 보니 마음이 아팠고 
이 아이가 용감하게 세상에 맞서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 P27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

벌써 새끼버섯이 
배양토를 뚫고 올라오는 걸 보고
똑같은 일이 날이면 날마다 여름 내내 
반복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 P44

뭔가 작지만 단단한 것이 
목구멍에 맺혔고 애를 써보았지만 
그걸 말로 꺼낼 수도 삼킬 수도 없었다. 
끝내 펄롱은 두 사람 사이에 생긴 것을 
그냥 넘기지도 말로 풀어내지도 못했다. - P56

펄롱을 괴롭힌 것은 
아이가 석탄 광에 갇혀 있었다는 것도, 
수녀원장의 태도도 아니었다. 
펄롱이 거기에 있는 동안 
그 아이가 받은 취급을 보고만 있었고 
그애의 아기에 관해 묻지도 않았고
ㅡ그 아이가 부탁한 단 한 가지 일인데-
수녀원장이 준 돈을 받았고 
텅 빈 식탁에 앉은 아이를 
작은 카디건 아래에서 젖이 새서
블라우스에 얼룩이 지는 채로 
내버려두고 나와 
위선자처럼 미사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었다 - P99

두 사람은 계속 걸었고 
펄롱이 알거나 모르는 사람들을 더 마주쳤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 P119

덧붙이는 말

이 소설은 
실제 인물에 기반하지 않은 허구입니다.
1996년에야 
아일랜드의 마지막 막달레나 세탁소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 시설에서 은폐·감금·강제 노역을 당한 
여성과 아이가 얼마나 많은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적게 잡으면 만 명이고, 
3만 명이 더 정확한 수치일 것입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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