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읽는다. 

이것은 질병과도 같다.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눈에 띄는 대로 
모든 것을 읽는다.
신문, 교재, 벽보, 길에서 주운 종이쪼가리,
요리조리법, 어린이책, 인쇄된 모든 것들을.

나는 네 살이다. 

전쟁이 막 시작됐다. - P9

뭔가 읽을 것이 있을 때면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나는 계속 읽고,
그러고 나면 울면서 잠든 밤사이에 
문장들이 태어난다. 

문장들은 내 곁을 맴돌다, 
속삭이고 리듬과 운율을 갖추고, 
노래를 부르며 시가 된다.

어제, 모든 것은 더 아름다웠다.
나무들 사이의 음악
내 머리카락 사이의 바람
그리고 네가 내민 손안의
태양 - P34

나는 프랑스어로 말할 때 실수를 하고,
사전들의 도움을 빈번히 받아야만 
프랑스어로 글을 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프랑스어 또한 적의 언어라고 부른다.

내가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하나 더 있는데,
이것이 가장 심각한 이유다. 
이 언어가 나의 모국어를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 P53

‘네‘
내가 읽은 베른하르트의 첫 번째 책이다.

나는 어떤 책을 읽고 
이렇게 많이 웃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며
이 책을 여러 친구들에게 빌려주었다.

그들은 끝까지 읽지 못한 채 
내게 책을 돌려주었다. 
그만큼이나 이 책이 그들에게는 ‘우울하고‘,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책의 ‘웃긴 점‘을 그들은 정말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책의 내용이 끔찍한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 책의 ‘네‘는 
정말 ‘네‘이지만, 죽음에 대한 ‘네‘이고, 
그러니까 삶에 대한 ‘아니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토마스 베른하르트는 
작가이고 싶은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모범으로서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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