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을 이렇게 찬찬히 읽어본 적은 처음인데,
제목만으로 눈물이 나기고 하고,
마음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날 삼십 대 중반의 젊은 친구들과 온갖 일상사로 우스갯소리를 하며 많이 웃었다. 태어난 지 고작 넉 달된 새끼 고양이가 혼자 노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집주인이 ‘사랑 없이 사는 기술‘이란 책을 내고 싶다며 시작한 수다로 한 시간이 또 흘러갔다.

사람들 사이에도 선선함이 있다면 좋겠다. 
가끔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별과 별 사이가 아무리 가까워 보여도 수억 광년씩이나 떨어져 있는 먼 거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땅에서 올려다 보는 별과 나의 거리는 또한 얼마나 멀고도 먼 거리인가. 별 사이처럼 사람 사이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사람도 사랑에 너무 목매지 말았으면…. 아마도 사랑의 상처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겠지. - P17

인생에는, 꽃피는 봄에서 강이 얼어붙는 한겨울까지 모두의 어깨에 내려앉는 초저녁 빛처럼 투명한 쓸쓸함이 있다.

왜 이리 쓸쓸한 것일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일상이 기적 같다는 요즈음, 마주치는 눈빛에는 쓸쓸한 연민이 오간다. 울컥해진 마음에 눈물이 어리며 반짝한다.

지금 네가 서 있는 자리는 편할까?

내 눈과 마음이 흐려질 때 
나를 일으켜 세워줄 친구가 있다 해도, 
산다는 건 어쩌면 
벌판을 홀로 헤매며 길을 찾아가는 것일까? - P20

어떤 분은 오래 전부터 생각해둔 바가 있었던지
아주 딱 부러지게 자신의 바람을 밝혀 
큰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제사도 지내지 마라. 
모바일 부고장에 절대 계좌번호 남기지 마라. 
내가 뿌린 것 거둔다지만, 그건 그네들의 판단인 것.먼저 손 내밀지 마라.

내 이별준비 노트에는 이렇게 적어두었다.

혹시라도 애도하고 싶으면 
마음이 잘 담긴 내 노래
 <나떠난 후에라도(2001)>를 틀어주셔요. 
화장해서 어릴 때 내가 놀던 가회동 1번지 
느티나무 아래 묻어주셔요. 
아무런 흔적도 남기고 싶지 않아요. 
바람에 흔들리는 어린 느티나무 잎새처럼 
외로운 사람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고 싶어요.
여러분의 사랑 덕에 주머니에 남은 재물은 
저처럼 열아홉 살에 
무섭고 두려운 세상에 혼자 첫발을 내딛는
자립 준비 청년들을 위해 쓰이길 바랍니다. 
인생에서 제가 겪은 따스한 햇살도 
모진 비바람도 다 고마웠어요.

여러분 안녕! - P34

예전에 퍼그 두 마리와 살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세상엔 퍼그가 귀엽다, 예쁘다는 사람과 
못생겼다고 피해 가는 사람,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고 
예쁜 아이와 못생긴 아이, 
극히 주관적인 판단이지 않은가? 
서로 다른 취향을 두고 뭐라 할 수는 없다만 
외모 얘기를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뭘 입고, 뭘 신고, 뭘 들었는지 
참 관심도 많은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 P83

단단하게 잘 만든 곡은 
무반주로 불러도 가슴으로 온다. 
그러나 욕심으로 만들어진 노래는
반주나 안무가 없을 때는 
이상하게 삐걱대며, 부르기 민망하다. 
노래에 사심이 있으면 
누구를 매료시킬 수 없다.
노래도, 사람도, 나무도
세월을 이겨낼 든든한 골격이 없으면 
금세 시선을 돌리게 된다. - P95

‘뭐가 허전하단 얘기지?!‘ 
기운이 다 빠져서 집에도 겨우겨우 오는데….
쫑파티 한다고 새벽까지 먹고 마시는 걸
전혀 이해 못 했는데, 
집에 와서 야식을 찾다니 정말 별일이었다.

내 맘에 쏙 드는 음식이 없어서 
밥 한 그릇에 참기름 한 번 슥 두르고 
생된장으로 비볐다. 
오이소박이까지 놓고 맛나게 먹고 나니 
헛헛함이 가셨다. 
이럴 바엔 아예 소가 되자 싶어 
바로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온갖 애를 쓰며 공연을 하고 왔더니 
상기되어 이미 잠은 달아난 눈치다.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눈을 붙였다.
무대가 돌아왔다. 

다시 살아난 기분이 든다. - P112

노래를 듣기도 전부터 좋았다. 
‘언니‘라는 제목이라니! 
어린 날, 날 잡아준 언니들이 많았다. 
당시 가깝게 지낸 언니들은 
대부분 언론 계통 출신으로, 
나보다 여덟 살, 열두 살위였다. 
지금은 여든이 넘으셨지만 
한때는 막강했던 언니들이었다.

내가 이십 대와 삼십대를 지날 때 
삼사십 대였던 언니들은
그 길목에서 긴밀하게 날 잡아줬다. 
인생의 굽이굽이마다
툭툭 건드려줬다고 해야할까. 
손을 잡아주는 게 아니라 
톡 건드려주는 것 같은 그 정도면 족했다.
언니가 없는 나로서는
‘언니‘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자체가 좋기도 했다. - P119

하다가... 안 하다가 또 하다가… 
그러다 일정이 있어 빠지고 
수차례 반복하다 보니 어떤 날엔가 
일단 가고 보는것이 몸에 배어 있더라. 
나 스스로 생각해도 
운동에 인이 박힌 건 용하다. 
그렇게 스스로,
칭찬할 거리를 만들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뭐, 
그 많은 상처들이 다 내 잘못인가.

하늘에서 느닷없는 똥바가지가 떨어졌고
하필 그 자리에 내가 있었던 게야.

"네 잘못이 아니야. 고개 빳빳이 들고 다녀!" - P222

자기 자신을 용납하고
사랑하기가 어렵다면

나는 나를 별로 사랑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무수리처럼 함부로 굴린달까
열아홉살 때부터 
엄마를 도와 집안을 일으키고 
동생들 공부시키고 
어떻게든 살아내야 한다는 생각에
감정이나 엄살이 사라진 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좀 살만해지면 
동생 둘이 번갈아 아프고, 
쉴 만하면 남편이 아프고, 
내가 지쳐 뻗으려던 참인데 
꼭 다른 누군가가 먼저 누워버리니 
난 저절로 항우장사(?), 
아니 기운찬 무수리가 되는기분이다.

그런 나를 보고 친구가 이랬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듯, 
그렇게 네가 너 자신을 봐줘, 
밥도 아무렇게나 먹지 말고, 
1식 3찬이라도 예쁘게 차려서 먹고, 
집에서도 기분 좋아지는 옷을 꺼내 입고,
극진하게 너를 위해줘 봐." - P223

요즘 들어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모든 책무로부터 벗어나고프다. 
내 시간을 마음대로 요리하고 싶다. 
어쩌면 우리 일은 누군가 불러줘야만 할 수 있는 데다가 일이 시작되면 시간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그런 갈증이 나나보다. 


내 동료중에 
아프리카 봉사를 여러번 다녀온 이가 있다.
긴 비행시간과 날씨, 먹거리 탓으로 
몸이 망가진것 같다더니만 
또다시 거길 가겠다 해 이유를 물었더니
혼자 있고 싶어서란다. 
왕복 비행시간이 길어서 좋단다. 
혼자 오롯이 있고 싶어서 
척박한 땅에 다시 간다니…. - P227

맥은 자기 인생의 목표가
‘춤추는 눈빛(Dancing Eyes)‘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그게 어떤 눈인데?"
"응・・・ 살아 있는 눈빛이야. 
모든 것에 대해서 웃을 수 있는
그런 눈을 말하는 거야."
"그래? 나는 어떤데?"
"가끔・・・ 네 눈빛도 그래."

지금 나의 눈은 어떨까. 
춤추는 눈빛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 P231

모든 건 상대적이지 않나? 
나에게 불합리하다 느껴지는 일도
상대의 상황과 입장을 헤아려보면 
들끓던 속도 누그러진다.

하물며 친구도, 사랑도, 일도, 가족도
다 저 사느라 그랬겠지.
상처 주고 싶어 그런 사람이 있었을까.
자기 속도 꼬이고, 
궁지에 몰리니 그랬겠지.
그런 상황이었다면 나 역시 그랬겠지.
이렇게 생각하면 왠지 마음이 편해져
사람에게 치여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이랍시고 "그럴 수 있어"
라고 말해주었던 것 같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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