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핵셸터(7p)

2장 조개껍데기에서 불거지다(31p)

3장 파수꾼과 위협(58p)

4장 대결하다ㆍ대결당하다(83p)




절대적으로 반기능적인 사각형 구멍은 건물 주인의 명상용 발판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는 모라도 심듯 발바닥을 발판 지면에 대고, 등받이 나무 의자에 반듯이 앉아 명상을 했다. 차가운 진흙이 기분 좋게 느껴지는 여름에도 매섭게 서릿발이 서 발바닥을 마비시키는 겨울에도…………. 그가 하는 명상이라는 건 지상에 편재하는 나무와 바다의 고래와 교감하는 것이었다. - P9

당장이라도 징조가 나타나서 그를 단호하게 몰아내고 말 것이라는 예감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전환기에는 거울 속의, 전 육체·전 의식을 다하여 무엇인가를 향해 탐욕스럽게 열려 있는 스스로에게 질려, 수염을 자를 때도 손으로 더듬어가며 잘랐다. 그는 거울에 비치는 자기 목을 공격하지 않도록 자신의 팔을 제어해야 했다. 어떠한 도발에도 응하면 안 되었다. - P12

경찰들은 왜 이 고립된 기묘한 구조의 건물에 사는지를 묻기 시작했다. 그것을 경찰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했다. 궁지에 처한 이사나는 자신과 진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 난세의 ‘자립한 인간 homo pro se‘ 들이 갖추고 있었을 세속적 간특함을 새삼스럽게 발휘하지 않을 수 없었다. - P19

그는 아들과 나란히 간선도로를 달리는 노선버스의 맨뒤에 앉아 버스가 습지대 남쪽을 크게 우회하는 동안에 셸터 콘크리트 덩어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점점 더 목을 비틀며, 건물이 보이지 않게 되고 나서도 아들의 몸을 한쪽팔로 붙잡은 채 언덕의 모습과 연관시켜 셸터의 위치를 파악하려 했다. 왜, 셸터의 위치를 그와 같이 제대로 파악하고있지 않으면 안 될까? 그것은 한 시간 뒤에 세계의 마지막 전쟁이 일어난다면 핵폭발의 열과 충격파가 이 도시를 엄습하기 전에 공황 상태에 빠진 시민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냉정함과 끈기를 가지고 진과 함께 걸어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나무와 고래가 정당한 권리를 부여받는 순간까지 그와 아이 둘이서 인간 세계의 끝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침착하게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심한 열로 콘크리트의 외벽이 번쩍거린 다음에 이어질 충격파는 어린 아이의 귀에도 울릴 것이다. 이사나는 그때 평온하게 속삭이는 듯한, "세계의 끝, 입니다"라는 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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