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넘어 화성을 방문하는 시대를 사는 인류가 가진 초음속 시간 감각으로 보자면 아득히 먼 옛날이라 할 시절, 미국에서 불어온 유행에 편승해 핵셀터를 규격 생산하여 판매하려던 일본인 업자가 있었다. 그리하여 일본의 핵셸터가 무사시노 대지 서쪽 끝자락에 들어섰다. 주택이 모여 있는 언덕에서부터 시작해, 갈대와 참억새를 비롯해 돼지풀, 양미역취가 우거진 습지대로 이어지는 80도 급사면에, 즉 가파른 벼랑 아래 자락을 파헤친 곳에 철근 콘크리트로 된 3미터 X 6미터 지하벙커가 설치된 것이다. - P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