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어머니가 지난 세월 내내 사랑스러운 보살핌이라는 가림막 뒤에서 오롯이 자신만의 삶을 살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금이디스의 머리속에서 서서히 떠올랐다. 얼마만큼 지켜보았을까? 알아챘을까? 비판했을까? 쌓아놓았을까? .....60p

슬레인 백작부인은 스스로 했던 다짐을 떠올렸다. 완벽한 한가로움을 지니기 전까지는 기억이 하염없이 풀려나게 두지는 않겠다는 다짐이없다.....73p

묘하게 부자연스러운 그의 어휘에 경기병이었던 버트라우트 씨의 모습이 떠올라 좀 우스웠지만 슬레인 부인은 그런 감정을 내비치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에게 군인으로서의 야망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은 쉽게 믿을 수 있었다. 그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두서없이 이어지는 대화가 그녀로서는 처음 맛보는 호사였지만, 그래도 실질적인 절차는 일깨워줘야 했다.....86p














노년을 맘껏 누리며 살 거야. 손주들은 됐어. 걔들은 너무 어려. 다들 마흔다섯도 안 되었잖아. 중손주도 마찬가지야, 증손주는 더하지. 뭔가를 하는 것에 그냥 만족하지 못하고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꼭 알아야만 하는 정력적인 젊은이는 원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오는것도 원하지 않아. 그 가련한 것들이 안전하게 생을 마감하기까지 얼마나 끔찍한 수고를 들여야 할까, 그런 생각만 떠오를테니까. 다 잊어버리고 싶다. 태어난 날보다 죽을 날에 훨씬더 가까운 사람들이 아니라면 내 주변에 두고 싶지 않구나. - P59

그녀의 간청에 한번은헨리가 이렇게 말했다. "여보, 난 수지 균형 따지는 거래 장부식으로 사고하는 사람들과는 어울리기가 힘들어." 그에 슬레인 백작부인은 한숨을 내쉬며, 그건 그렇다고, 러비니어가 불쌍한 윌리엄의 천성에 얼마간 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그에 슬레인 백작은 이렇게 대꾸했다. "해를 입혀? 둘이 똑 빼닮았는걸." 그로서는 쏘아붙이는 대답이었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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