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전쟁 기술 - 고대 전차부터 무인기까지, 신무기와 전술로 들여다본 승패의 역사
로빈 크로스 지음, 이승훈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최상위 포식자의 숙명


전쟁은 흔히 비인간적이며,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 끔찍한 일로 여겨진다. 하지만 뭇 개인의 감상과 절규를 아득히 초월하는 역사의 목소리는 오히려 전쟁이야말로 지극히 인간적이며, 일일이 세기조차 어렵도록 자주 발생했던 일임을 담담하게 증언하고 있다. 


물론 전쟁이 반드시 일어나야만 하는 유쾌한 행위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철저한 계획과 통제 하에 전개되는 동족 간의 대규모 살육은 오로지 우리 인간들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이한 행동 양상이다. 또한 선사 시대의 유물(원시적 형태의 냉병기)들이 방증하는 오래된 기록부터 온갖 첨단 기술이 동원되는 현대전에 이르기까지, 그 빈도가 매우 잦았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호메로스가 전하는 트로이 전쟁, 로마와 카르타고의 전쟁, 전국칠웅의 혈투, 그리스 세계와 페르시아의 전쟁, 알렉산더의 원정, 위촉오의 삼국시대, 고구려와 당의 전쟁, 십자군 전쟁, 몽골의 세계 정복, 백년 전쟁, 삼십년 전쟁, 나폴레옹 전쟁, 보불전쟁, 세계대전, 한국 전쟁, 월남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 별다른 노력 없이 곧장 떠오르는 것들만을 나열해도 숨이 가쁠 지경이다. 


2. 오로지 '자칭'에 불과한 만물의 영장


우리가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일컬음은 세계를 마음껏 이용하고 착취해도 된다는 허락이 아니다. 우리 자신을 포함한 모든 생물 종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주의 운행에서 도덕적 질서를 감지하고, 그에 대해 경외심을 품을 지성과 감성을 가진 존재에 지워지는 무거운 책임의 표현에 가깝다. 


그런 인간이 자신의 육체를 파괴하고도 넉넉히 남을 무서운 힘을 손에 쥔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육식하는 맹수들이 서로 맞붙을 경우 패한 측은 그대로 죽음에 이를 만큼 큰 상처를 입지만, 그 피해의 범위는 단일 개체, 혹은 많아야 수십 마리로 구성된 집단의 성분 교체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인간이 벌이는 전쟁의 규모와 성질은 그야말로 신의 진노를 불러올 만큼 광범위하고 잔학하다. 당장 이 글을 쓰는 나의 육체도 소이탄 파편 조금 묻으면 금세 녹아내릴 것이며, 대퇴부나 흉부에 M16 한 방만 맞아도 몇십 분 버티지 못하고 소멸할 것이다.


각설, 이 책은 이토록 무시무시한 전쟁 행위를 놓고 벌일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유 중 순수히 '공학적'인 측면에 집중하여 쓰였다. 전쟁의 당위성 등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났던 전쟁들과 그에 사용되었던 무기, 전술, 교리 등을 중심으로 감정 없이 서술되었다는 점이 독특하다.


인명의 소중함, 전쟁이 몰고 오는 비참함 등에 대해 지탄하지 않는 바 아니나, 그런 생각은 잠시만 내려놓고 본문을 살펴보자.


3. 구성 상의 특징


책은 총 8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은 고대, 중세, 화약 혁명, 근대전, 산업혁명기, 1차대전, 2차대전, 냉전 이후 시기를 차례로 다룬다. 절대적 시간의 길이는 고대와 중세가 나머지 여섯보다 훨씬 길 것임이 자명하나, 근대 이후의 200여 년 동안 이루어진 기술 상의 진보가 그 이전 모든 시기의 진보를 합한 것보다 우위에 있기에 자연스레 이러한 구성을 따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고대 전차와 팔랑크스, 공성전 기법, 중세 기병과 사슬갑옷, 근대의 해상전, 총포의 등장 이후의 화력전 및 경보병의 비중 강화, 산업혁명을 뒤이은 세계대전, 21세기의 사이버 전쟁(해킹 등)에 이르기까지 적을 괴롭히고 분멸하여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숱한 천재들이 만들고 또 다듬어온 온갖 교묘한 기술들이 망라되어 있다. 


각각에 대해 평균 7~10 페이지 정도를 할애하여 총 50가지의 전쟁 기술이 소개되는데, 그 중 대부분이 따로 떼어 읽기에 손색없는 분량과 서술인 까닭에 시종 가벼운 흐름으로 잘게 끊어가며 독파할 수 있다. 


프로페셔널한 밀리터리 덕후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지 모르나, 전쟁 분야에 대해서는 손자병법과 클라우제비츠 조금 기웃거려 본 것이 전부인 나만한 수준의 독자, 이를테면 문외한에 가까운 이들로서는 무기의 발전사, 전쟁사에 대한 잡학을 쌓는 데에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다만 주로 단편적 사실들이 나열되었을 뿐 전쟁사 전반에 대한 저자 일관된 통찰이나 흐름은 드러나지 않는 까닭(일부러 그런 의도로 쓴 책이 아닐까 싶긴 하지만)에, 서재에 꽂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백과사전처럼 활용하는 것이 최선일 듯싶다.


4. 아쉬운 점 몇 가지


① 저자가 영국인인 탓일까, 다루는 주제나 그것들에 대한 시각의 편향이 일부 존재한다. 동양의 큰 전쟁이나 화기 운용 기술 등은 아예 언급하지조차 않았으며, 양차 세계대전을 다루는 후반부에 진입하면 독일에 대한 적개심도 은은하게나마 엿보인다. 요컨대 중립적이지 못한 구석이 있다는 것.


② 본문에 수없이 삽입된 각종 수치, 년도 등의 출처 및 근거가 불분명하다. 물론 일일이 설명하기에는 너무 많은 분량이었겠지만, 원저자가 권미에 참고 문헌 목록 정도는 넣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③ 삽화나 사진이 전무하다는 점도 퍽 아쉽다. 사선 대형, 트레뷰셋, 머스킷 소총, 전익기 등의 용어나 그것들이 지칭하는 무기/전술의 생김새를 국어사전만으로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 책에 국한하여 가장 좋은 독서 전략은, 국어사전, 이미지 검색, 지도 앱 정도를 동시에 켜놓고 낯선 용어가 나올 때마다 빠르게 검색하여 뇌리에 새로운 이미지를 채워넣으며 읽어나가는 방법이라 생각된다.


* 이 서평은 글담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귀한 책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계사를바꾼50가지전쟁기술 #전쟁사 #세계사 #글담출판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란유발자들 - 인간 심리의 취약점을 이용하는 소셜미디어의 뒷이야기
맥스 피셔 지음, 김정아 옮김 / 제이펍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SNS의 이모저모, 그리고 그 저변의 메커니즘

우리는 각종 SNS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행동 패턴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예로 든다면, 주로 어떤 피드와 스토리가 어느 정도의 주기로 업로드되는가를 살핌으로써 해당 계정을 운영하는 사람의 관심사, 시기마다의 고민거리, 전반적인 세계관, 심하게는 소득수준이나 직업, 학력, 사회적 지위 등에 이르기까지 꽤나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지요.

서평 쓰기를 즐겨하는 사람,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 수험공부를 기록하는 사람,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 피아노 연주를 열심히 올리는 사람, 개나 고양이에 푹 빠져 있는 사람, 자녀의 출생과 성장과정을 꼼꼼히 남기는 사람, 스스로의 모습은 거의 드러내지 않으면서 남을 엿보기만 하는 사람,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업 광고 계정 등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겠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수년, 길게는 십수년 이상 다듬어져 온 SNS 플랫폼의 자체 추천 메커니즘은 이 모든 유저들이 갖는 각각의 니즈와 욕망의 범위를 빠르고 정교하게 캐치합니다. 서평을 주로 올리는 계정에는 스토리 사이사이에 서평단 모집 게시물을 추천하고, 고양이에 관한 게시물을 많이 올리는 사람에게는 좌측 하단의 돋보기 버튼을 누를 때마다 사랑스러운 고양이 사진과 릴스를 잔뜩 띄워주는 식이지요.

문제는 이러한 추천 메커니즘의 압력이 사용자를 플랫폼에 조금이라도 더 붙들어두려는 방향으로만 작용한다는 사실입니다. 언제나 더 많은 광고, 더 많은 영상, 더 많은 사진을 쏟아낼 뿐, '이만하면 충분하니 우리 앱을 끄고 조금 쉬실 시간입니다'라고 일러주는 자상한 SNS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밤에 침대에 누워 '쇼츠나 릴스 조금만 보다 잘까' 하며 무심결에 앱을 켰다가, 어느새 한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경험, 많이들 있으실 거에요.

이쯤에서 심각한 화두 하나를 던져봅시다.

만약, 이러한 추천 메커니즘이 인간사회의 보편적 미덕에 반(反)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면? 개발자들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사용자의 무의식이 범람하는 가짜뉴스에 대한 믿음과 이미 입증된 과학적 사실에 대한 의심을 키우도록 암암리에 유도하고 있다면? 나아가, 그것이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 지역사회, 도시, 국가, 민족 단위의 사람들에게 극단적인 성향을 부추기는 쪽으로 악용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저자의 위기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2. 플랫폼을 틀어쥔 글로벌 SNS기업들을 통렬히 고발하다

2020년대를 사는 우리에게 친숙한 유수의 SNS -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 - 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활자나 음성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시각 정보, 요컨대 주로 사진과 동영상의 형태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 19세기가 소설의 시대, 20세기가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가히 유튜브와 쇼츠의 시대라 부를 만하다는 생각입니다. '맨날 쇼츠만 보면 문해력이 떨어지니 책 좀 읽으라'는 지식인들의 일갈조차도 유튜브를 통하지 않고는 널리 전달되기 어려운 사정이니 말 다 했지요.

둘째, 스마트폰이라는 강력한 창구를 통해, 인류 구성원 개개인에 대해 유사 이래 어느 시대의 어느 미디어보다도 압도적인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이로 인해 그들(특히 경영진의 의사와 프로그래머들의 철학)이 인류의 정신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떤 방향으로든 나날이 커져가는 것을 결코 손놓고 바라만 볼 수는 없다는 당위성이 생깁니다.

셋째, 기업의 지상목표는 구성원과 주주들을 위한 이윤의 추구라는 자본주의의 제1교리를 이들 기업 역시도 철저히 따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상술했듯, SNS플랫폼 기업이 이윤을 얻는 가장 확실하고 막강한 수단은 유저들의 앱 내 체류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림으로써 광고 클릭수를 증가시키는 것임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넷째, 그들의 왕국을 건설하고 지탱해온 '유저 친화적 추천 메커니즘'의 구체적인 설계도와 작동방식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는 점. 머신러닝이라는 것이 적용되기 시작된 이후로는 심지어 메커니즘의 개발과 운영을 총괄하는 각 기업의 수석개발자들조차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몇몇 가능성에 대한 추정만이 가능할 뿐입니다'라고 말끝을 흐리는 '메커니즘의 사각지대'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사실들에 더하여, 저자는 본업인 기자로서의 능력을 십분 발휘합니다.가짜뉴스나 극단적 정치세력에 SNS를 통해 현혹된 사람들에 대한 취재, 주요 기업들의 경영진 및 개발진과의 인터뷰, 그리고 SNS를 직접 이용하며 관찰하여 얻어낸 증거들을 쌓아나가지요. 그리고 그에 기반하여 다소간 충격적인 결론에 도달합니다.

"SNS기업들은 광고수입의 증가에만 혈안이 된 나머지 그들이 응당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감은 도외시하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오로지 점점 더 많은 사용자가 점점 더 많은 게시물에 노출되도록 만드는 것 뿐이다. 이를 위하여 그들은 좋아요, 댓글, 추천 메커니즘 등이 사람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짜뉴스나 극단적 정치성향이 널리 전파되는 경우가 이미 무수히 보고되었지만, 그들은 이에 대해 두루뭉술 말끝을 흐리며 책임을 회피하려 애쓸 뿐이다."

3. 구조 개선의 근본적인 한계

앞서 말했듯, 이제는 어쩌면 개발진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다 해도 때가 늦어버렸는지 모릅니다. 각각의 SNS플랫폼을 완전 초기화 후 새로 출범시키지 않는 한(물론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겠지요), 개발자들조차도 완벽히 이해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메커니즘의 작동 방식이 이미 우리 삶의 일부로 깊숙이 스며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마지막 장을 덮는 뒷맛이 썩 개운치는 않았습니다.

4. 의아한 점 한 가지

저자 맥스 피셔는 뉴욕타임즈의 국제부 기자입니다. 뉴욕타임즈의 정치색에 대해 저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이 책의 곳곳에서 드러나는 것은 저자의 명백한 정치색입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인물 자체를 터부시하고 있으며, 그러한 주관을 피력하는 데에 어떠한 자제심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트럼프의 지지자는 아니지만, 너무나 당당한 이 편향성에 대해 다소간 의아한 마음이 듭니다.

저자의 주장이 모두 옳다면, 당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는 절대악 트럼프에 대응하는 절대선이었까요? 왜 저자는 민주당 진영의 비리나 그들도 역으로 SNS를 이용한 정치공작, 선전선동에 뛰어들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배제하고 있는 것일까요?

5. 재밌는 점 한 가지

SNS의 어두운 면을 폭로하는 내용을 담은 이 책을, SNS 서평단 모집을 통해 알게 되고, 그에 대한 서평 또한 SNS를 통해 공유하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보며, 과연 SNS의 영향력이 굉장한 시대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쓴웃음을 짓게 됩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유명한 장편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화자가 '책 따위 읽어 무엇하오?'라는 자유인 조르바의 사상에 동의하던 대목이 떠오릅니다. 왜냐면, 책 읽기라는 행위 자체를 맹목적으로 반복하며 또 신봉하는 이른바 책벌레들의 행태를 비웃는 조르바의 의견조차도, 다름아닌 책의 지면을 통해 저에게 전달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구석이 있지요? :)

* 이 서평은 제이펍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귀한 책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광기와 천재 - 루소부터 히틀러까지 문제적 열정의 내면 풍경
고명섭 지음 / 교양인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주제의식


천재란 무엇인가? 


이 책을 관류하는 물음입니다. 다만 저자는 그 해답을 제시하는 방법에 있어 피상적이고 원론적인 사유는 지양합니다. 대신, 여러 분야를 아울러 천재라 부르는 데에 무리 없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인물 몇을 놓고 각각의 행적과 사상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조망과 분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2. 긍정적 천재와 부정적 천재


소개된 천재는 모두 여덟입니다. 루소, 푸코, 비트겐슈타인, 카프카, 소세키, 푸셰, 네차예프, 히틀러. 책의 구성과는 무관한 제 나름의 분류이기는 하나, 당대와 후대의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를 기준 삼아 이들을 이른바 긍정적 천재와 부정적 천재로 나누어 볼 수 있겠습니다. 


전자에 해당하는 인물은 루소, 비트겐슈타인, 카프카 등으로, 이들에게는 자신의 유례없는 재능을 인류 보편 가치 - 정치사상, 철학, 문학 등 - 의 발전을 위해 쏟아부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론 후대인으로서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 이들이 처음부터 '난 세상의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는 정직한 의도를 갖고 살았다고 단정할 만한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후자에 해당하는 인물은 푸셰, 네차예프, 히틀러 등으로, 이들에게는 모든 것 - 정치적 신념, 혁명 정신, 심지어는 타인의 목숨까지도 - 을 오로지 자신의 천재성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하고, 도덕적으로 온당하지 못한 행위마저 아무런 거리낌없이 자행하며 폭주하는 삶을 살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론, 저 같은 범부, 얼뜨기, 천재 호소인 따위를 지면상의 몇몇 일화만으로도 단숨에 압도해버리는 진짜배기 천재들 앞에서 이런 어쭙잖은 구분이 무슨 의미나 있겠느냐 싶지만요.


3. 천재들의 공통된 특성


그래도 이해하려는 시도는 해 봐야겠죠?


이 책을 읽으며 감지된 천재들의 특징 몇 가지가 있습니다 : 분열성, 창조성, 과단성.


(1) 분열성


대표적인 것이 루소와 푸셰의 자기모순입니다. 루소는 아동과 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걸작 <에밀>을 저술했음에도, 여러 여인들로부터 낳은 다섯의 아이를 모조리 고아원으로 보내버리는 경악스러운 행동을 했습니다. 푸셰는 프랑스 대혁명 기간 내내 일신의 안위와 권력의 유지를 위해서라면 손쉽게 정치적 입장을 뒤집으며 자코뱅파(급진 좌익)와 지롱드파(온건 좌익 내지는 우익) 사이를 오가는 쉽지 않은 결정을 여러 차례 내렸습니다. 


제 생각을 조심스레 덧붙이자면, 이는 단순한 변덕이나 비난거리보다는 그들 내부에서 평생 격렬하게 싸움을 벌인 대립적 요소들의 갈등의 소산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적어도 이들처럼 어떤 영역에서 (좋은 쪽으로건, 나쁜 쪽으로건) 특별한 능력을 발휘한 사람들에 대해서라면요.


(2) 창조성


천재들은 대부분 창조적 재능(사상이나 개념, 혹은 조직의 창안, 유례없는 걸작의 집필, 군중을 휘어잡는 연설의 향연 등)을 유감없이 분출시킨 인생의 찬란한 시기를 가졌다는 점 또한 눈에 띕니다. 과연 이러한 성취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요?


니체가 말했죠, 'One must have chaos in oneself to give birth to a dancing star.' 아마도 이 경구 그대로, 위 항목에서처럼 격렬한 내면의 갈등과 모순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던 천재들 안에는 늘 어떤 팽팽하게 긴장된 에너지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필요로 할 때면 언제든 길어올릴 수 있는 영감의 샘을 갖는 대가로 평생을 모순된 고통 속에 살았다고 표현하면 너무 낭만적이려나요.


(3) 과단성


마지막은 치고 들어갈 순간, 인생의 crucial moment를 정확하게 알고 더도덜도 아닌 '바로 그 때'에 필요한 액션을 주저없이 취하는 그들의 타이밍 감각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성공한 사업가였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평생 풍족히 살고도 남을 만한 재산을 일순간에 모두 기부해버렸습니다. '철학이라는 산을 오르는 데에 있어 지나치게 많은 재산은 거추장스러운 짐이다. 그러므로 오늘 나는 모든 짐을 내려놓는다.'라면서 육체노동을 통해 삶을 영위하는 길을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연이은 대입 실패 후, 중졸의 학력으로 삶의 진창을 겨우겨우 비참하게 헤매던 히틀러는 결정적 순간이 오자 정당이라 부르기조차 민망한 맥주 모임에 가까웠던 독일노동자당을 일순간에 장악하는 카리스마를 발휘하였고, 몇 년 만에 수십만의 당원을 가진 집권 정당으로 키워내는데에 성공합니다(히틀러의 경우에는 그 결단의 결과가 너무나 많은 이들에게 해악을 끼쳤지만, 여기서는 논하지 않기로 합니다).


정말이지 놀랍지 않습니까?


또다른 천재,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전기 다큐멘터리를 보던 중 그의 친구가 다음과 같이 증언한 내용이 떠오르는군요.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은 8살 무렵이었다. 그러나 글렌은 이미 그때부터 자신이 무엇을 위해 태어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듯한 인상을 주는 행동을 자주 했다.'


4. 진정 위대한 사람이란


인생은 대개 권태와 비참의 순간들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그것에만 머무르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지요. 헤밍웨이의 말마따나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인간은 없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간을 고양시키는 가치, 인간을 진정 신성하고 강력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가치는 다음의 셋입니다 - 자유의 추구, 창조성의 분출, 이타심의 발현.


앞의 두 가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 인간을 평가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그가 자신이 아닌 남(가족이나 연인 말고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정말 생판 남남인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을 위해 얼마나 봉사하고 희생하며 살아갔는가, 인류 전반을 위해 얼마나 숭고하고도 서릿발처럼 세찬 의지를 품고 살아갔는가 하는 물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와 같은 삶의 과업을 치열하게 완수하신, 그래서 제 마음에 영원히 간직한 별과 같은 인물이 사실은 두 분 있습니다.


실존 인물 중에서는 수단의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님이고요. 허구 인물 중에서는 개방의 방주, 구지신개 홍칠공이십니다.


두 분 모두 빛나는 재주를 타고났고, 또 그것을 갈고 닦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요. 당대의 숱한 수재와 천재들 사이에서도 두 분의 이름이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두 분 모두 자신의 재능을 남을 위해 바치는 일에 끈질기게 매진하셨기 때문입니다. 실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이 아닐는지요.


착한 범재보다는 차라리 히틀러가 낫다는 식의 유치하고 못난 어릴 적과는 확연하게 변해가는 스스로의 생각을 느낍니다.


5. 감탄스러운 필력


이 책을 읽으며 푸셰와 히틀러의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되었고, 푸코와 비트겐슈타인과 루소에 대해서는 대학 시절 겉만 핥고 말았던 주요 저작들을 다시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인물이라도 맛깔나게 소개하는 저자의 솜씨가 탁월하기 때문이겠지요. 


오랜 기자생활로 날카롭게 벼린 저자의 필력은 그가 다루는 천재들의 삶 못지않게 번뜩이며 독해에 다채로운 입체감과 공간감을 부여해 주었습니다. 서울대에서 경제학사 학위만을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첫 저작부터 현대철학자 후설 등을 다루어온 이력은 실로 독특합니다.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왔는지 무척 궁금했지만, 구글링만으로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각설, 교양인 출판사 덕에 걸출한 한국인 저술가를 한 명 알게 되어 마음이 실로 든든합니다.


6. 덧붙임


 - 다 읽고 나서 깨달은 점 하나 : 흔히 천재라 하면 떠오르는 아르키메데스, 뉴턴, 가우스, 아인슈타인 등 수학/과학의 천재는 전혀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사상, 정치, 문학 등 주로 인문 분야의 천재들만을 다루었네요.


 - 이 서평은 교양인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귀한 책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명섭 #광기와천재 #교양인 #출판사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서평 #천재 #광기 #생각 #독후감 #일기 #글 #독서 #책 #독서모임 #단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로잉의 왜곡 - 밑그림 없이 시작하는 드로잉 수업
김효찬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효찬 작가의 <드로잉의 왜곡>을 읽고

1. 예술과 나

저는 청소년기에 정말이지 엄청난 일들을 해냈습니다. 한번 읊어볼까요?

저는 무려 문학작품을 '분석'했습니다. 수리적 능력을 발휘하여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구요. 어디 그뿐인가요, 영어 구문을 막힘없이 술술 '독해'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걸국에는 사회학과 자연과학의 초급 이론마저 '이성의 인도 아래 진지하게 탐구'하는 고교시절을 보냈습니다.

예, 뭐. 쉽게 말해 그냥 흔해빠진 인문계 고등학생이었단 소립니다.

그래서일까요, 대학생활에 흥미를 잃어가던 스물한두 살 무렵 처음 피아노란 것을 쳐보며 받았던 충격은 당시로서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렬했습니다.

'여기, 지금까지의 나는 전혀 알지 못했던 거대한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 OMR 카드에 정답을 마킹하고, 이성과 연락을 주고받고, 술을 마시고, 당구를 치고, 수학문제를 풀고, 교재를 읽고, 레포트를 써내는 것과는 너무나 이질적인 무언가가 있다. 왜 몰랐을까. 어째서 이제야 인식했을까. 지금까지는 이런 것 없이 대체 어떻게 살아온걸까.'

음악과 미술을 위시한 인류 영혼의 궤적 -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 것도 아마 그때가 처음이었을 겁니다. 초-중-고를 거치며 은근슬쩍 '예체능'이라는 싸잡아 부르기 편한 이름으로 묶였고, 수업의 횟수도, 마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고교 입학 이후로는 지수함수적으로 급감해버린 바로 그 무엇.

각설, 그날 이후로 예술 전반을 대하는 저의 태도는 예술 자체에 대한 사랑과 동경이 7할, 젊은 예술가들을 향한 시기와 질투가 3할 정도로 유지되어 온 것 같습니다. 쇼팽과 라흐마니노프를 연습하고 연주하는 시간은 행복했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리 몰두한다한들 제가 예원학교를 나오고 유수의 음대를 졸업한 피아니스트가 될 수는 없었으니까요.

서론이 좀 길었군요.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미(美)를 향한 애끓는 동경, 그리고 특정 분야에서의 재능을 확인하거나 다듬어볼 정식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자 특유의 집요하고 강렬한 시기, 질투, 열등감, 부러움, 부러움, 또 부러움.

2. 예상독자층과 본문의 구성

타겟은 명확합니다. 미술의 여러 기법 중에서도 드로잉에 관심을 가진 사람. 그 중 적어도 풋내기는 벗어난, 중급자에서 상급의 단계로 이행해가기 원하는 예술가들을 위한 실전 레슨서랄까요.

본문은 총 7부로 나뉘어 구성됩니다. 보통의 문외한, 혹은 드로잉에 어느 정도 익숙한 사람일지라도 간과하기 쉬운 '세상의 실제 모습(또는 정말 그런 것이 존재하는가 하는 인식론적 문제)과 드로잉으로 옮겨지는 모습 간의 괴리'를 집중적으로 논하고, 실제 드로잉 작업시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에 대해 저자 나름의 해법을 충실하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책이 다루는 분야의 특성 상 텍스트의 나열보다는 그림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고, 곳곳에 저자가 의도한 입체선, 시선, 소실점, 인물선 등을 명확히 표시하여 독자들을 안내하는 용도로 수록된 작품들은 더욱 많습니다.

3. 저자가 말하는 왜곡의 철학

이 책은 저자가 오랜 시간을 두고 기획, 완성한 '펜과 종이만으로 드로잉'이라는 3부작의 두 번째 책입니다. 추측컨대 첫 번째 책에서는 드로잉의 기초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있었을 거에요. 그리고 두 번째 고리인 이 책에서는 전작에서 의도한 최소한의 기본기 숙달이 이루어진 독자들을 대상으로 '왜곡'이라는 보다 심화된 주제를 놓고 저자 특유의 기법 및 그를 뒷받침하는 이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해한 바대로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인간의 시야는 생각보다 매우 좁다.
(2) 따라서 소실점이 하나 뿐인 통상적인 그림의 구도는 우리가 보는 세상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3) 실은, 하나의 드로잉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시선이 집중되는 여러 곳이 모두 소실점이다.
(4) 그렇다면 하나의 화면에, 복수의 소실점에 기반한 복수의 구도를 어떻게 구현해낼 것인가?
(5) 실마리는 바로 '왜곡'에 있다.
(6) '드로잉의 왜곡'이란 모든 드로잉 작품에 내재된 입체선, 시선 등의 주요 선을 자유롭게 뒤틀어가며 동시에 조화시키는 기법이다.
(7) 이를 통해 보다 풍성하고 보기에 즐거운 드로잉이 가능해진다.
(8) 두려워 말고 그려나가시라. 물고기와 파리와 우리가 보는 세상이 각각 다르듯, '이렇게 그려야만 한다'고 저 높은 곳에서 명령하는 이상적인 '진짜 세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4. 나가며 & 덧붙임


- 독서하는 내내 나름 열중하기는 하였으되, 과연 프로 작가인 저자의 의도를 문외한인 제가 얼마나 제대로 이해했는지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의문스럽고, 많이 부끄럽습니다.


- 이 책으로부터 열심히 배워 제가 그린 근사한 드로잉 습작이라도 함께 업로드했으면 좋으련만, 역량이 부족하여 그렇게 하지 못한 점이 크게 아쉽습니다.


- 이 책은 초록비책공방(@greenrainbooks)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귀한 책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로잉의왜곡 #초록비책공방 #김효찬 #작가 #출판사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미술 #드로잉 #그림 #서평 #독후감 #일기 #생각 #단상 #독서모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마음이 지옥 같아서
이지선 지음 / 알발리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시의 독법

부끄럽지만 용기내어 고백하자면, 저의 독서 편력은 운문보다는 산문, 그 중에서도 특히 자연과학의 고전과 중단편소설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주로 인과관계가 분명하여 구조의 파악이 쉽다는 것, 그리고 직선적인 서사로 단일한 진리의 전달 혹은 한두 가지의 문학적 효과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출발점과 도착점이 명확한 중/단거리 달리기에 빗댈 수 있겠네요.

그래서일까요, 시를 습작하거나 시집을 읽을 때면 저도 모르게 생각이 많아지고, 행동이 둔화되고, 키보드 위를 노니는 손가락이나 펜을 쥐고 지면을 누비는 손목의 율동이 눈에 띄게 느려짐을 스스로 느낍니다. 시의 작법과 독법, 둘 모두 산문의 그것과는 크게 다른 까닭이겠지요.

시의 언어는 중층적이고 함축적입니다. 툭하면 근처에 있는 것들을 요소 별로 쪼개고 뜯어 이해한 후 다시 조립하려는 근대적 정신과는 영 상성이 좋지 않아요. 오래전 보았던 '은교'라는 영화에서 늙은 시인이 공대생 출신의 문하생에게 '네놈은 처음부터 싹수가 글른 놈이었어!'라며 일갈하던 대목이 떠오르는군요. 저야 문과도, 이과도 아닌 영원한 주변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지만요.

각설, 그럼에도 이따금 시집을 찾고, 시인들에게 손내밀어 이야기를 청하는 까닭은 간단합니다. 분석될 수 없는 인간성의 복잡미묘한 무언가, 더 이상은 다른 것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인간다움의 실체에 대해 늘 궁금해하고 동경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런 말조차 너무나 시와는 거리가 먼 것이려나요.


2. 작품의 짜임새와 흐름

시집은 크게 세 부분 - 절망, 외로움, 다시 시도 - 으로 구성됩니다(제 자신의 임의적 구분이 아닌, 시인이 스스로 세워 놓은 이정표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각 챕터의 제목이 암시하는 대로, 시인은 먼저(제1부) 내면의 심연으로 침잠합니다. 다음(제2부)으로는 철저히 혼자 되어 그 해저를 충분히 헤매고, 마지막(제3부) 조금씩 삶을 긍정하며 수면 위로 올라오려는 본인 영혼의 여정을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3. 시인의 마음 헤아려 보기

'내 마음이 지옥 같아서'라는 강렬한 제목이 암시하듯이, 시인의 마음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 있었을 삶의 갖은 시련들로 인해 이미 쑥대밭이 된 상태였을 겁니다. 초토화된 정신으로 한 편 한 편 시를 구상하고, 고르고 고른 시어들로 뼈대에 살집을 붙이고, 시집을 기획하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거에요.

문학은 자기구원의 발로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 것은 고등학교 문학시간이었지만, 그 참뜻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은 거의 서른이 다 되었을 무렵인 것 같습니다. 짓누르는 삶의 무게로부터 울며 도망쳐본 적 있는 사람, 눈물젖은 빵을 먹어본 적 있는 사람, 더 이상은 울 기력도 남아있지 않을 만큼 지쳐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시집에서 많은 위안을 얻어가실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2022년에 등단, 첫 시집을 출간하고 작년 말(2023년 11월)에 두 번째 시집을 낸 시인에 대해서 함부로 재단하고 비평하기에는, 아직 시기가 이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진심을 다하여 시인의 왕성한 창작활동을 응원합니다.

3. 덧붙임

- 이 서평은 알발리 출판사(@bookstore_abyss)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귀한 책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책들을 많이 펴내주세요. 알발리 출판사와 서점 마계의 무궁한 번창을 기원합니다.

#이지선 #시 #시집 #내마음이지옥같아서 #알발리 #출판사 #서점 #마계 #서평 #독후감 #일기 #감상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