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세계사 2 - 전쟁과 혁명의 시대 선명한 세계사 2
댄 존스.마리나 아마랄 지음, 김지혜 옮김 / 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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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세기의 절반


이번에는 1910년부터 1959년까지를 다뤘다. 양차대전과 대공황, 파시즘, 한국전쟁, 핵무기 경쟁 등 인류사상 유례없는 전쟁과 비참의 색채가 짙었던 시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권 신장, 남극 탐험, 에베레스트 등반, 대서양 횡단비행, 재즈의 전성기 등 인류의 도전정신과 문명의 정수가 도처에서 결실을 거둔 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토록 혼란스럽고 이중적인 시대에 대해 제대로 된 역사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한낱 이학사/문학사에 불과한 나의 빈약한 요약이란 실로 무용하다. 그보다는 이미 세상에 여럿 나와 있는 압도적인 전문가들의 책을 보시는 편이 당연히 훨씬 나으리라. 그러니 나로서는 이런 식의 어쭙잖은 설명은 멈추고, 대신 '책을 평하는 행위'라는 서평의 본분에만 충실하기로 하자.


2. 어떤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


이 책을 놓고 두 가지 상이한 방식의 독서가 가능하다. 첫째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인문학적 소양을 이미 갖춘 독자를 위한 것이다. 둘째는 그러지 못했거나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는, 가벼운 흥미 위주의 독서를 원하는 독자를 위한 것이다.


(1) 문사철에 숙련된 독자라면 


이 책으로 역사 지식의 제대로 된 기본기를 쌓기는 어렵다. 그러려면 두껍고 빽빽한 정통의 역사서를 읽어야 한다. 시종 사진 한 장에 원고지 너댓장 분량의 얕은 스토리텔링이 따라붙는 구조로 일관하는 만큼 이 책에서 어떤 종합적인 역사관이나 통찰을 얻기는 어렵다. 요컨대 파편화되고 얕은 서술은 이 책의 분명한 약점이다.


그러나, 통상 받아들여지는 서구 중심의 역사(스토리텔링을 담당한 댄 존스가 영국인인 까닭이다)에 대한 내공을 이미 갖춘 독자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주요한 사건들의 실제 광경을 사진으로 재확인해가며 기존의 지식을 보충하고 교정해나가는 방식으로 이 책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2) 가벼운 흥미 위주의 독서를 원한다면 


처음부터 깊은 통찰보다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도록을 감상하는 기분으로 접근하는, 이를테면 단편적이고 수준 낮은 독서도 가능하다. 여기서 '수준이 낮다'는 표현은 결코 그 어떤 비하의 뜻도 품은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둔다. 모든 사람이 역사학자가 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독서 행위에서 안식, 위안,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얻기 원하는 비전문가의 영역에 속하는 절대 다수의 독서 인구에게도 이 책은 가치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3. 역사는 인류의 오답노트다


나는 수학과외를 진행할 때, 3등급 전후의 벽에 도달하여 고전하는 학생들을 위해 오답노트의 작성을 주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에게 요구하는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문제를 잘라 붙여넣는다.

(2) 관련 개념 혹은 키워드를 정리한다. 

(3) 학생 본인의 불완전하고 틀린 풀이를 그대로 옮긴다. 

(4) (이 경우에는 강사인 내가 제공하는) 모범적인 풀이를 재구성하여 이 또한 옮긴다. 

(5)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단계는, (3)과 (4)의 두 풀이 각각을 비교분석하는 일이다. 학생들로 하여금 '아 나는 여기서 막혔는데, 이 아저씨는 이렇게 해서 돌파했구나. 앞으로는 나도 이렇게 해야겠네'라는 생각을 하도록 이끌고, 같은 유형이 나왔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다. 


그렇다. 오답노트의 목적은 명백하다.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


역사도 굳이 표현하자면 - 유튜버 침착맨이 그의 유명한 '침착맨 삼국지' 영상을 시작하며 말한 바대로 -  인류의 오답노트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에는 당연히 '강사의 모범적인 풀이' 따위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사건을 분석하고 반추해두었다가, 그를 기반으로 미래에 닥쳐올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은가.


그러니 전문 연구자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도 역사 지식의 꾸준한 습득과 정리가 필요하다. 이 책에 드러난 인류의 비극적 기록, 그 중에서도 여러 이데올로기와 광기어린 선동에 속절없이 희생되어 숨져 널브러진 전쟁터의 시체들을 총천연색으로 복원한 슬픈 사진들을 보며 특히 자주 든 생각이다.


* 이 책은 @woojoos_story 모집, @willbooks_pub 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우주클럽_세계사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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