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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한 세계 ㅣ 크로스 1
김연수.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6년 3월
평점 :
평소 김연수 작가를 동경하는 지인의 추천으로 이 책을 펼쳐 들었습니다. 3월 29일에 진행하는 낭독회도 가기로 해서 설레이는 마음이 듭니다. 누군가의 취향을 공유받으니 마음이 몽글몽글했어요.
근접한 세계는 김연수 작가와 일본의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가 쓴 단편소설집입니다. 교보문고의 '크로스(KROSS)' 시리즈로 출간된 단편 소설집에 첫번째이고요. 다음은 천명관 작가님과 대만의 베스트셀러 소설가 천쓰홍이라고 해요. 다음 소설집도 기대가 됩니다.
김연수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장들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타인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결코 완벽히 도달할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곁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가려는 근접함의 미학을 이야기합니다.
작가는 일상의 사소한 풍경과 관계 속에서 타인을 향한 이해의 끈을 놓지 않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숫자와 서류로 가득한 직장 생활이나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식물을 돌보거나 숲길을 걷는 것 같은 평온한 휴식을 선물 받은 느낌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지 못한 이 다정함과 관찰력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히라노 게이치로가 말하는 '분인' 개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단 하나의 고정된 자아가 아니라,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그의 통찰은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결국 나를 확장하는 과정임을 깨닫게 합니다.
책을 보며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떠올랐어요. '타인은 결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창동 감독의 엄격한 리얼리즘과도 묘하게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이창동 감독이 이해의 불가능성을 응시한다면, 두 작가는 그 불가능의 틈을 다정한 편지와 사유로 메우며 조금씩 서로에게 근접해 갑니다. 저는 후자가 좀 더 마음에 와닿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