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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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잘 죽는 것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요새 생각해보게 됩니다. 하루씩 죽어간다고 생각하며 냉소주의로 살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현재의 빛나고 아름다운 순간을 잘 즐기기 위해선 이 모든 것들이 유한하다는 전제조건을 놓을 수 없더라고요. 빅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솔직한 70대 남성과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본인이 멕시코 사람임을 자주 강조합니다. 그들의 문화나 역사가 책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습니다. 그것을 읽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책에서 나오는 성에 대한 이야기는 굉장히 숨김없이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부끄럽다기보다는 편하게 다가오고 읽혔던 것 같아요. 몸이 아파지는 과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거의 없었는데 아래 문장에서 점점 나빠지는 몸에 대해서 잘 쓴 느낌이었어요. 상상이 되며 고통으로 다가왔습니다. 암 수술을 했는데 폐가 안 좋아지고 결국 죽는 것은 암 때문이 아니라는 의사에 말에 헛웃음이 나더라고요.

P. 79 처음에는 그의 방광에서 시작됐다. 그는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만약 어느 날 아침 그만 기절하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은 그 종양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죽지 않았다. 간단한 수술을 받아 포도처럼 퍼진 그 조그마한 개자식 종양을 야금야금 잘라냈다. 긴 탐침을 요도에 찔러 넣기도 했다. 아버지는 그에게 초연한 자세를 가지라고 가르쳤다. 남자는 고통을 참아냄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법이기에, 그는 요도에 관을 넣을 때도 미동하지 않았고, 나머지 치료에서는 잠이 들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자그마한 포도송이 같은 종양 더미들이 사라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들이 이제는 배 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엑스레이와 MRI를 찍었고, 팔에는 바늘을 꽂아 독성 물질을 주입했다. 독에 이어 썩은 생선 냄새가 나는 온갖 약을 줄줄이 복용했고 방사선 치료도 했다. 그런데 그 보답이 뭔가. 바로 폐에 얼룩까지 보이다니.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면 어둡고 답답한 상황들만 떠오르게 되는데요. 이 책은 어려움도 있지만 대부분을 유쾌하게 흘러갈 수 있게 만들어줘요. 그 힘은 인물들이 책 속에 살아 숨 쉬듯 생동감이 넘쳐서 그런 것 같아요. 책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죽음이 얼마 안 남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빅엔젤은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 생일파티를 준비합니다. 근데 생일 일주일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십니다. 100세 어머니의 장례식과 본인의 생일파티를 같이 준비하게 되는데요. 여기저기 살고 있는 가족들이 두 번 모이기란 힘들 것이라는 배려?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가계도가 필요할 정도의 대가족이고 그들의 역사와 삶의 굴곡이 있어서 하나하나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빅엔젤 부부 외에는 모두 시큰둥한 느낌이 있어요. 츤데레라고 할까요. 하지만 속마음은 따뜻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려는 면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오해가 많잖아요.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는데요. 그런 부분도 간접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 간의 사랑과 삶의 가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죽음이라, 그건 참으로 우습고도 현실적인 농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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