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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4월
평점 :
작가의 스타일이 저에겐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진행 방식이나 표현이 신선해서 하룻밤에 다 읽게 되었어요. 작가의 말에서 '니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닥치는 대로 준비했어'가 이 소설집에 콘셉트라고 소개했는데요. 취향 저격이었습니다. 이 책은 6편의 단편이 묶여있는 소설집입니다. 2018년 단편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포식자들』로 저자는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하였어요. 2017년 젊은작가상 수상집에서 최은영님의 "그 여름" 단편소설을 읽고 팬이 되었는데요. 임성순님도 젊은작가상 수상으로 이번에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 앞으로는 또 어떤 글을 쓰게 될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하드커버에 그려진 표지 그림과 작가의 글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표지그림은 김무무님의 PINK MAN 26입니다.
인간의 폭력성과 부조리함을 슬며시 드러내는 글의 짜임새가 인상 깊었습니다. 충고가 아닌 의뭉스러운 주인공에 태도에 자연스럽게 이입하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이 상처나 후회를 내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도 모르게 반성과 성찰을 하게 되더군요. 저자는 삼풍백화점 사건을 다룬 "몰"이라는 단편소설에서 유가족에 상처를 우려해서 독자들에 마음을 움직일만한 부분을 도려내게 되었다고 해요. 다시 소설을 써도 지금의 버전으로 쓸 것이라는 첨언을 보며 그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P.39 망각했으므로 세월이 가도 무엇 하나 구하지 못했구나.
P. 46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은 메디치를 운운하며 예술을 사랑하고 후원하는 고상한 일로 칭송받을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도랑치고 가재 잡고, 꿩 먹고 알 먹는, 지극히 고상하고 우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재테크인 것이다.
P.81 이것이 쇼이든 현실이든 답은 늘 같았다. 모든 건 결국 돈의 문제였으니까. 어둠이 정수리 위로 떨어지기 직전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P.228 내가 돌아갈 곳은 돈이 없으면 존재가치가 없는.. 잉여들은 인권을 위해 솎아내져야 할 차디찬 세상이었다.
돈이라는 존재에 얽매여 부조리한 행동을 하는 인간의 모습이 책에서 자주 등장한다고 느껴졌어요. 재밌게 글을 읽어나가다 마지막에 묵직한 메시지가 있어 보면서 먹먹했습니다. 블랙코미디라고 하는데 마냥 웃을 수 없었고.. 씁쓸하다는 단어로 쉽게 마침표 찍을 수도 없는 그런 책이었습니다.